[m.net/한장의명반] 스웨터 3집 [Highlights]
이제 비 그치고 산책 시작
담백한 제목 '시작은 왈츠로'로 앨범은 진짜 시작된다. 마치 오랜만에 모이는 기념으로 함께 부른 듯 풋풋하고 따뜻한 합창이 인상적인 곡으로 크라잉넛의 김인수가 아코디언 연주를 담당했다. 이어지는 타이틀곡 '마린 스노우'는 바닷 속에 내리는 눈이라는 뜻으로 건반을 맡은 임예진이 작곡을 했다. 이아립의 보컬은 여전하나 강력해진 기타 사운드와 광적인 피아노 연주에 묻혀 가사가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중간 부분에 홍키 통키(honky tonky)라는, 그 갑자기 팬시해지는 부분이 부자연스럽다. 타이틀곡으로서 여러모로 아쉽게 느껴지는 곡. 반면에 타이틀곡으로 경합을 벌였다는 신세철 작곡의 '깃'은 심플한 연주 위로 반복되는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곡으로, 얼핏 언니네 이발관이 떠오르기도 한다. 송일곤 감독의 영화 '깃'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고.
이번 앨범에서는 특히 이아립의 곡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데, 냉소적일 듯한 제목과는 달리 꿈으로 가득한 내용의 '그럴듯 해'는 신선한 가사와 밝은 멜로디로 이들의 데뷔곡 '별똥별'을 듣는 듯 즐겁다. 독특한 반주가 재미있는 '멈추지 말아요'는 이아립이 내는 저음의 보컬과 고음의 코러스가 조화를 이루는 곡으로, ‘내 스텝이 엉키어도 멈추지 말라’는 내용이 언뜻 로맨틱한 춤곡 같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응원의 메시지. 또 이번 앨범의 동명 타이틀이기도 한 '하이라이츠'는 어쿠스틱 기타의 발랄한 연주가 기분 좋아지는 곡으로,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함께 만들지 않겠냐는 프로포즈송이도 하다. 다가올 여름에 어울릴 듯한 찰랑이는 매력의 곡으로, 조금 연약한 감이 있긴 하지만 타이틀곡으로 어땠을까 싶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에서 엿볼 수 있듯이 한층 강력해진 사운드를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데,특히 현란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는 '잃어버린 퍼즐'이나 신나는 디스코 비트와 직설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Unforgiven' 등이 그러하다. '열일곱 스물넷'이 생각나는 제목의 '16, 27'는 일본드라마 [마녀의 조건]에 그 답이 들어있다. 드라마의 내용 그대로 17살 남학생과 26살 여선생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 그 외에도 흥겨운 리듬과 깨끗한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Maybe', 강하게 시작하나 싶더니 예전의 그 경쾌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따뜻한 트랙 '타임 포스트는 잊지 말아요'가 수록되어 있다.
4년만에 발표하는 이번 앨범은 1집의 참신함과 2집의 서정성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작곡가에 따라 트랙이 분할되는 현상은 여느 앨범보다 심하게 느껴지는데, 그 안에서의 조율이 일관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또한 사운드가 강력해지면서 연주의 훌륭함은 인상적이었지만, 저마다의 느낌있는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게 된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듯. 이는 지난 번 라이브 무대에서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기도 하다. 새 앨범 발표와 함께 이번에는 왠지 많은 매체에서 볼 수 있을 듯한 예감이 드는데, 무엇보다도 오매불망 기다려온 십년지기 팬들과의 활발한 교감을 기대한다. 타임포스트에 통째로 넣어버리고 싶은 그런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