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골든위크는 끝나고...

하와이안걸 2005. 5. 8. 22:09
5월 8일. 8시 근무.

오늘은 일본의 어머니 날이다. 각종 화과자에 미니 카네이션과 메모지가 꽂혀있었다.
집 생각이 났다. 안그래도 어제 엄마랑 통화했는데 아프단 핑계로 우는 소리만 했던 것 같다.
고운 소리가 한마디도 안나갔다. ;;; 카네이션을 보며 반성했다. 오늘 저녁에 다시 전화해야지.

공항의 아이들은 저마다 떨어져사는 엄마에게 보낼 택배를 준비했다.
거의 자기들이 파는 메이커의 화과자와 올해 새로 나온 신차(新茶).
아, 그리고 센베코너의 시식용 센베;를 몰래몰래 넣어서 택배로 싹싹 보냈다.
그 모습이 기특하고 예뻐보였다.

오늘은 골든위크의 마지막 날. 고바야시와 둘이 센베코너를 맡았다.
골든위크 첫날 그렇게 사람이 많았다던데, 그날 이후로는 연휴 내내 판매실적이 영 안좋았다.
그래서 모든 사원들이 오늘을 기다릴 정도였다.
여튼 그 사람들이 오늘 다 돌아온다면 정말 장난아닐텐데..
실수할까봐 또 마음이 바짝 쫄았다. 그러나 오후가 되도록 매장은 의외로 한산했다.
침묵을 지키던 고바야시가 입을 열었다.

"다들 안돌아오고 거기서 사나?" ;;;
"ㅠ_ㅠ"

그렇게 한산한 시간은 계속되고 모두의 긴장은 풀려버렸다. 그러다 혈액형 이야기가 나왔다.

"고바야시는 무슨 형이야?"
"무슨 형 같애?"
"A형은 아닐 것 같고.."
"A형인데. 그렇게 안보여?"
"응. B형 아닐까 생각했는데.."
"나 얼마나 꼼꼼한데.. 너네들이 레지위에 올려놓은 바코드 조각들 내가 다 치우는거 몰라?"
"아, 그랬어? 미안-_-;;;"
"근데 이상은 무슨 형? A형인가?"
"아니."
"그럼 O형?"
"아니;"
"(놀라며) B형이야?"
"아니;;"
"(경악하며) AB형!!!!!"
"응....."
"이중인격자!"
"ㅡ,ㅡ;;;"
"이케가야랑 쿠라사와도 AB형이야. 이제 세명으로 늘어났군."
"정말? 좋은 사람들이 AB형이라 좋다."
"그래도 이중인격자야."
"ㅡ,ㅡ;;;"

오늘은 4시 30분에 퇴근. 퇴근 무렵이 되니 드디어 사람들이 붐볐다. 아싸.
오늘은 간만에 김짱과 저녁을 먹는 날. 벼르고 벼르던 피자먹는 날이다.
소중하게 간직해온; 쿠폰으로 정말 맛있는 피자를 시켜먹었다.
감기가 똑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간의 맘고생이 뜨끈한 치즈피자에 파묻히는 듯한 ㅠ.ㅠ

그렇게 골든위크는 끝이 났고 나는 12시도 안되어 깊은 잠이 들어버렸다.
김짱이 학교갈 준비를 하는 소리가 잠결에 간간이 들렸다.




이젠 정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