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안걸 2005. 5. 2. 22:23
5월 2일. 8시 근무.

오랜만에 8시 출근이었다. 휴일인데도 평소의 월요일처럼 한산한 오전이었다.
아침을 안먹었더니 너무 배가 고팠다. 10시 휴식시간에 도시락을 먹어야겠다.

휴게실에 들어가니 카오리짱이 과자를 앞에 두고 티비를 보고 있었다.
휴식시간이 20분 뿐이라 얼른 눈 인사만 하고 구석자리로 가서 도시락을 까먹으려는데 카오리가 나를 잡는다.

"언니. 혼자 있고 싶지 않아."

자세히 보니 카오리는 울고있었다. 너무 놀라서 왜 그러냐 물었더니 역시나 남자친구 때문에 불안해서였다.
전부터 전화도 먼저 안하고, 메일 답장도 늦는다고 불평을 한 적이 있긴 했다.
밤새 메신저에 나타나기를 기다려도 형이 쓴다는 이유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아직 학생이라 카오리도 이해한다고 했잖아. 괜찮아. 울지마.."

하지만 내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이미 맘이 떠난 것 같으니 울지 말고 얼른 잊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아니길 바라며 저렇게 울고 있는 카오리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사실 전에 카오리의 부탁으로 그 남자의 홈페이지에 가본 적이 있었다.
방명록에 어떤 여자가 매일 글을 남긴다며 어떤 상황인지 봐달라는 것이었다.
확인한 결과 그 여자는 그냥 이상한 여자;;였고 (제 홈피에도 와 주세요-뭐 이런 류의;;;)
문제는 그 남자애가 올린 호주 사진들이었다.

사진첩에는 카오리와 함께 찍은 사진이 단 한장도 없었다.
여럿이 찍은 사진들은 좀 있었으나 그 안에서도 카오리는 좋은 친구,
또는 생선(가오리;;)으로 불리고 있었다. 어이없고 화가 났지만
카오리에게는 좋은 결과(그 여인의 정체;)만 알려주고 말았다.
그 때 나는 조금은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쁜 놈 같으니.

점심 시간. 카오리는 휴게실에서 이어폰을 꽂은 채 엎드려 자고 있었다.
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아, 빨리 흘러라. 타마키군, 어서 그녀를 구해라.





이젠 정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