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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오늘의 노래

비상

by 하와이안걸 1999. 5. 5.

비상


그리움은 내 살갗을 에이고
그 소망은 외로움과 비례하지만
늦가을 우리 만난 그 때부터
난 얼마다 달라졌는지

소중한 사람을 쉽게 만날수는 없기에
그대를 만난건 내겐 커다란 행운인걸

그댈 사랑함은 내가 날수 있는 비밀
이젠 너를 둘러싼 모든걸 사랑할께
그건 내 인생을 사랑하는 슬기로움
그러니 날 지켜보렴
너에게 비상하고 있잖니


*
박주연 작사 최진영 작곡
박주연 2집 '아직도 너는 망설이고 있니' 중




고등학교 때였다.
아현동에 있는 구 마포도서관.
그곳의 악명높은 몇가지를 캐내어보자면,
우선 퉁퉁불은 맛없는 우동과, 문이 낮고 너저분한 낙서가 가득한 화장실,
그리고 너무나도 시끄럽고 우중충한 복도풍경 등등.

그러나 내게 그곳이 소중한 이유가 있다면
집이랑 가까우면서도 근방에서는 꽤 역사(?)가 깊은 곳이라
약도 그릴때나 집 설명할 때 용이하다는 점과
그래도 그 시끄러운 곳에서 학창시절의 시험기간을 치러냈다는 점,
그리고 쳐다도 보기 싫던 화장실벽에서
이 노래의 가사를 발견했다는 점, 이것 때문일 것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글귀
노래가락이 손에 잡힐듯 말듯 하다가
결국은 '비상'이라는 키워드만 남겨두고 포기하기로 했던 노래.

그리고 몇년후 누군가의 음반평에서 박주연의 1,2집이 소개되었고
그중에서 '비상'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을때의 그 기분이란..
음반가게 몇군데를 뒤져서 테입을 겨우 장만하고
B면 첫곡인 그곡을 먼저들으려 빨리감던 그 시간은 왜이리 길던지.

오늘따라 많이 듣고싶고 들려주고 싶은 그런노래.
그런데 아무도 없구나.







그건 내 인생을 사랑하는 슬기로움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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