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5. 일요일.
0.
주말 식사 시간은 8:20 부터.
밥 먹겠다고 알람 맞춰놓고 깼다;;;;
룸메이트들은 오늘 시티 투어를 간다고 한다.
1.
카카오톡 전화 엄청 잘 들리네.
통화를 원하는 분은 카톡으로 시간 예약을 해주세요! (뭐래;)
2.
아침밥 먹으러 학원으로 이동.
학원생들과의 어색한 인사.
곧 죽어도 영어만 쓰는 열혈 원생들이 좌중을 압도하는 가운데 슈퍼마켓 위치를 물어보지 못함;;;
아침식사로 나온 토스트, 계란 후라이, 오이, 토마토, 과일쥬스. 가득가득 준다.
좋다고 가득가득 먹었다. 아침에 이렇게 토마토만 실컷 먹어도 건강해지겠네.
3.
유일한 한국인 스탭인 원장님 설명으로 슈퍼 위치와 번화가 파악.
걷는다. 사람과 차와 오토바이와 개와 소가 한 길을 걷는다.
당연히 소가 갑이다. 그 다음이 승용차. 사람은 맨 마지막이거나 개와 동급;;;
매연과 경적소리에 정신이 없다. 차선도 없고 횡단보도도 없고 신호등도 없다.
이렇게 차조심이 절실할 데가. 조금만 두리번 거려도 오토 릭샤가 자석처럼 다가오고,
사진을 찍으면 불쾌함을 표현하는 사람도 만난다.
사진과 함께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믿기 때문이라는데, 오 이건 좀 시크한데.
4.
배스킨라빈스를 찾다가 우연히 파스쿠치를 발견했다.
커피는 대부분 100 루피 이상인데, 이들이 좋아할만한 달달한 커피들로 가득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물어보자, 없지만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그래!
무료 와이파이라고 되어있길래 패스워드를 물어보니 폰을 달라고 한다.
자기네가 직접 찍어줘야 한단다. 그래!
5.
점심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볶음밥과 볶음국수, 미트볼, 닭요리 그리고 깍두기!!!
깍두기가 너무 맛있어서 깜놀. 이렇게 맛있으면 곤란해. 아, 정말 이러면 계획이 흐트러진다구. ㅠㅠ
6.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걷는다. 덥다. 가을 날씨라는데 거의 30도 가까운 것 같다.
양말이랑 긴팔 위주로 옷을 챙겼는데, 여름 가디건과 슬리퍼를 좀 많이 챙길걸 후회된다.
그리고 모기도 많다는데 어학원도 참.. 말 좀 해주지 ㅠㅠ
집에 리퀴드 모기향이랑 버물리가 얼마나 많았는데 여기서 또 사야하다니 ㅠㅠ
주택가를 조금만 벗어나도 빈민촌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빈민가가 펼쳐진다.
어린 아이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외면하는 내가 싫다. 아이는 손으로 입을 가르킬 뿐이다. 아아.
너무 더워서 물을 좀 사먹을라 치면, 500루피가 큰 돈이라 슈퍼나 카페에서 받아주질 않는다.
잔돈이 없다고. 은행도 참.. 말 좀 해주지 ㅠㅠ
7.
기숙사로 돌아와 저녁 때를 기다린다. 정말 간절하게 기다릴 만큼 배가 고프다.
너무 걸었나. 쌀이 날려서인가. 아님 그냥 나라서? ;;;
저녁 메뉴는 볶음밥, 깍두기, 야채 탕수육, 닭봉 구이. 모두 라훌의 솜씨다.
라훌, 한국에서 식당해볼 생각 없나? 진심으로.
8.
시티투어를 마친 친구들도 하나 둘 돌아오고, 오늘 떠나는 친구들은 배웅을 받으며
다른 나라를 향해 또 다른 출발을 한다. 그리고 나는 내일 첫 수업을 듣는다.
포토 타임!
아침 8시 30분. 밥먹으러 학원가는 길. 주말에도 삼끼 제공.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어학원. 5억짜리 건물이라는데 믿거나 말거나.
산책길에 본 토기들. 망친 것도 깨진 것도 많지만 뭔가 자연스럽다.
여기에도 도깨비가 있네. 문에 걸어놓는 집이 심심찮게 보인다.
코코넛과 벽돌이 함께 쌓여있는 뱅갈로르. 계속 새 건물이 지어진다.
우연히 발견한 파스쿠치. 나도 모르게 해피포인트 카드를 꺼낼 뻔 했다.
저 너머에 맥주샵이 있지만 신호등도 없는 이 길을 쉽게 건너지 못한다. 앞에 보이는 것이 오토 릭샤.
3인실 나의 방. 좋지도 않지만 불편하지도 않은. 일주일 뒤에 2인실로 옮긴다.
점심식사. 비주얼은 좀 그래도 너무 맛있다. 깍두기 담드는 법을 여기서 새로 배워야겠다.
주황색 꽃이 가득 핀 나무. 바닥에는 꽃잎이 계속 계속 쌓인다. 밟히고 밟혀도 계속 계속
낮에는 더워서 떡실신. 밤에 일어나 활동하는 개님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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