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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아님주의 #지금아님주의
팀장님께.
팀장님 안녕하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집에는 맛있는 것이 많던가요?
배달앱도 이용하실 수 있다면서요.
시설에 있는 저희로서는 꿈만 같은 이야기네요.
그래도 삼시세끼 다 나와서 편하긴 해요.
하루에 십만원이라는 걸 알고 놀랐지만요.
세끼 다 나오는 숙소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니
장소만 바뀐 출장인 셈이네요.
하지만 여긴 세탁은 해주지 않는답니다.
아예 빨래를 할 수가 없는 구조예요.
찝찝하면 본인이 손빨래해서 방에서 말려야 해요.
그래서 저희는, 많이 움직이지 않아요.
팀장님.
저도 강서구에 사는 거 아시죠?
강서구에 맛있는 곳 진짜 많은데
그거 정말 다 드시고 계신 거예요?
팀장님.
왜 단체 톡방에 사진 안 올리세요.
저희 때문에 미안해서 그러시는 거예요?
혹시 오늘도 맛있는 거 드신 거예요?
팀장님.
언제쯤 금요일 밤이 될까요?
맞다. 팀장님은 토요일 낮에 풀리신다면서요?
저희가 12시간 빠르네요. 헤헷.
그래서 저는요.
밤 12시 땡- 하면 택시타고, 제일 먼저 여길 탈출할 거예요.
보통은 자고 아침에 출발한다는데
저는 안 그럴 거예요. 나갈 거예요.
팀장님.
매일매일 너무 무기력해요.
시도때도 없이 졸린 건 왜일까요.
지금도 급 졸음이 와서 좀 누워야겠어요.
다다음 주 월요일, 회사에서 뵐게요.
다들 안녕?
나, 김팀이야.
자가격리도 사나흘 지나니 죽을 맛인데
시설격리도 만만치 않나보구나.
그래도 도망치거나 그러면 안 돼.
아직 프로젝트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나는 너희들이 예측한 대로
와이프가 준비해 놓고 간 반찬과 찌개를 매일 먹고 있어.
이틀에 한 번 꼴로 배달앱도 이용하지.
먹고 싶었던 건 하나씩 다 먹어본 것 같아.
그리고 깨달았지. 나의 최애는 제육이라는 걸.
진즉에 알고 있었다고? 미안~
안 좋은 점도 있어.
쓰레기가 집에 엄청 쌓이고 있다는 것이지.
배달 용기서부터 매일 마시는 맥주캔, 남은 음식물...
짐을 풀며 생긴 각종 포장지와 일상 속의 쓰레기들...
원래 나는 집에서 쓰레기 담당인데,
(아! 쓰레기 버리는 걸 담당한다는 뜻이야 ^^)
집안에 각종 쓰레기 봉투가 쌓이고 있어서 마음이 불편해.
특히 음식물 쓰레기가 쌓이는 건 진짜 고역이라
남기지 않고 먹는 습관이 생겼어.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구? 미안~
다들 안녕?
오늘은 내 생일인데...
정말 몰랐니? 카톡에 뜨지 않았니?
어쨌든 그래서 와이프가 퇴근 후에 찾아와 줬어.
근데 발목을 삐어서 반깁스를 했더라구. 쯧쯧.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라 걸어왔다는데
마스크 뒤로 욕을 하는게 느껴졌어.
왜 알려주지 않았냐고 원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더라고.
하지만 격리 중인 내가 어떻게 알겠어! ㅠㅠ
그래도 미역국이랑 초밥이랑 케이크를 사다줬어.
복도식 아파트라 부끄러운지 노래는 생략했지만.
아. 춤도 생략했지만.
아. 선물도 생략했지만.
나이가 드니 섭섭한 게 많아지네.
다들 안녕?
잠자리는 괜찮은지 모르겠구나.
나는 오랜만에 안방 침대를 다 차지하니 편하긴 한데
아침이 되면 이집저집 인테리어 소리에 늦잠을 잘 수가 없어. ㅠㅠ
하루 종일 집이 이렇게 시끄러운 줄 몰랐네.
오늘은 어디서 화장실 공사를 하는지
타일 깨지는 소리가 아주 그냥 뚜두뚜두야.
지난 번에도 얘기했지만 우리집은 복도식 아파트라
컴퓨터 방 창문이 복도쪽으로 나 있어.
그래서 창문을 열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걸 볼 수 있지.
아, 물론 방범창과 방충망이 있어서 접촉은 절대 할 수 없어.
우리가 빨리 귀국하게 된 이유를 알고 있지?
2주 격리 기간 동안 독일 시간에 맞추어 재택 근무를 하기로 했잖아?
그래서 난 근무 시간 동안에는 창문을 열어두곤 해.
사람들의 발소리를 들으며 일하면 사무실 느낌도 나고 덜 외롭거든.
장 보고 들어오는 소리.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픽업해 오는 소리.
택배 오는 소리.
배달 음식 오는 소리. (스멜~)
하지만 그 발소리가 우리집을 향하는 적은 거의 없어.
우리 와이프가 택배와 새벽배송을 자제하고 있거든.
사람이 없으면 문밖에 두면 되는데
내가 자꾸 창문 너머로 인기척을 낼까 걱정되는 거지.
안에 있으면서 문앞에 두고 가라하면 싸가지 없어 보인다는 거야.
(나와 달리 걱정이 참 많은 사람이야.)
그런데 어느 날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어.
가스 검침하시는 분이 오신 거야.
나는 가스 검침을 당하는 상황 자체가 처음이었어.
이렇게 평일 낮에 방문하시는 거였다니.
이렇게 되고 말았어.
아, 인사도 없이 저렇게 도망가신 건 아니야.
다만 발이 좀 더 빨랐다고나 할까.
무슨 느낌인 지 알지?
다들 안녕?
모두 음성이라고 들었어.
너무 잘됐다. 정말 고생 많았어.
그럼 우리 다음 주 월요일에 회사에서 보는 건가?
점심은 뭐 먹을래?
기사식당의 돼지불백 어때?
그래도 음식 쉐어는 조심해야 하니 초밥으로 할까?
아니면 쟁반에 1인분씩 나오는 돈까스 정식?
아무도 안 정하면 제육인 거 알지? (대망의 최종화에서 계속)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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