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안.
앉기는 커녕 무사히 내릴 수 있기만을 바라며 정신을 차립니다.
출구 방향이 오른쪽, 왼쪽 마구 섞여있다 보니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여기서도 타고 저기서도 한가득 들어옵니다.
적당한 자리를 사수하지 않으면 고생길 시작.
빡빡한 틈 사이로 길을 내야 하고, 존재감이 여의치 않으면 목소리로 신호를 보내야 하죠.
내릴께여.. 내릴께여..
이 안에서 보내는 매일의 시간들이 저를 조금씩 바꿔놓은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죠.
발을 세게 밟힌 기억 때문에 계절과 상관없이 양말과 운동화를 신고
에어컨 바람을 직통으로 맞으면 두통이 와서 스카프도 챙깁니다.
어느 순간부터 땀과 콧물이 주책 없이 흘러서 손수건은 필수고,
어느 순간부터 마른 기침이 자꾸 나와서 물도 꼭 챙깁니다. (따흑)
바닥에 물건을 떨어뜨려도 어차피 줍지 못하므로, 블루투스 이어폰도 줄 달린 걸 씁니다.
축지법이 특기였던 오피스 레이디는 이제
회사를 가는지 소요산에 가는지 당최 모르겠는 미스테리 마담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침을 시작한 마담은 하루 종일 위축된 상태로 세상을 마주합니다.
이미 지하철역에서 한참을 걸어나왔는데도 말이죠.
하루 중 지하철에서 보내는 건 길어야 한 시간.
나머지 23시간을 구하고 싶어졌습니다.
다행히 저는 이런 시기에 나기의 휴식을, 니지 프로젝트를, 오늘부터 운동뚱을 보았고,
거기서 받은 감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아보니 지덕체, 훌륭한 콜라보였던 것이지요. (덕은 그 덕이 아닌 걸로;;)
collaboration
명사
1. 공동 작업[연구]
2. 공동 작업물[연구물]
3. 협력[부역]
저는 이제부터 하루에 한 시간씩 지덕체 중 아무거나 닦아보려 합니다.
그래도 아직 불편한 시간이 22시간이나 남았지만, 언젠가 저의 콜라보가 우위를 차지할 거라 믿습니다.
프로젝트에서의 콜라보는 망했지만(젠장!)
내 안의 콜라보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참고로 오늘은 필라테스로 한 시간을 구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내일은 휴가입니다.
에어팟을 살 거에요.
이젠 정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