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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겸손한 엄마의 콘텐츠

엄마의 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함께 전을 부친 나는전에 있어서만큼은 엄마와 꽤 궁합이 좋은 콤비다. ‘이번에는 호박 절여서 해? 그냥 해?’‘생선은 이제 포 뜨지 말고 떠져있는 것을 사자.’‘육전 고기는 다 눌러왔어?’‘녹두전 두 가지 다 할거야?’​팔을 걷어부치면서 질문을 퍼부어대는 나를 보며엄마는 천군만마를 얻을 듯한 표정을 짓곤 했다. 하지만 이것도 다 철든 후의 이야기.아니, 정확히는 결혼 후의 이야기. (아니 몇 살 때 철이...)그전까지는 아주그냥 질색팔색하며 제사와 전을 저주하던 아이였다. 자개무늬를 보고는 ‘얼마나 오래된 거야!’ 감탄하는데 우측에 쿠쿠 로고가;;; ​ 그러고보니 여기에는 제대로 된 육전이 없네.다음 번에 제대로 된 황해도 육전 사진을 업데이트 해야겠다. ​ 자, 황해도식 녹두..
엄마의 바느질 엄마는 항상 나를 보며 옷 좀 사입으라고 했다.그 말에는 많은 뜻이 들어있었기에난 항상 발끈하거나 무시하곤 했다. '내 옷이 마음에 안 드나.'를 시작으로'내 몸이 이런 걸'로 끝나는 비루한 생각회로.못난 딸은 엄마의 걱정이 비난으로 들렸다. 그래서 엄마는 나랑 옷 사러 가는 걸 가장 좋아한다.가격도 안본다. 어울리기만 하면 할부로라도 사라고 부추긴다.;;; 어느 날, 모 패밀리세일에 엄마랑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니그게 뭔진 몰라도 좋은 옷들이 있다면 무조건 간다고 한걸음에 달려오셨다.70~ 80% 할인 중인 고급 아우터를 뒤로 하고마리메꼬 매대에서 사이즈 없다고 아쉬워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충격을 받았다.가성비 갑의 삶을 살아오신 엄마에게 마리메꼬 원피스는 존재 자체가 충격인 듯 했다. ..
엄마의 김장 ​작년 초여름. 극도의 슬픔과 불안함에 방황하던 엄마와 나는갑자기 장사에 꽂혀서 가게를 보러다니곤 했다. 컨셉은 황해도 음식 전문점.부동산 거래가 뜸해지기 시작했던 때라 가는 곳마다 환영 받았고하루에 몇 군데씩 열심히 돌아다녔지만마음에 탁 드는 가게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메인 메뉴는 김치밥, 녹두전, 만두.엄마는 장마가 오기 전에 여름 김장을 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나는 가게 계약을 한 후에 하자고 했고엄마는 그땐 비싸져서 아무 것도 못한다고 했다.그때의 엄마는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왜때문에 우리집. ㅎ 농구보다가 갑자기 쪽파를 다듬게 된 남편. 이때 참 많이도 싸웠지. ​​나도 싫었는데 너도 싫었겠지. 하지만... (뒷말은 생략한다.) 다듬은 재료들과 함께 강화도로 이동.​ 배추 절이는 동안..
엄마의 동네 ​부모님은 내가 결혼한 이듬해인 2010년 봄에 강화로 이사를 가셨다.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갑자기 강화도로 이사를 가신다니 자식들은 너무 황당했고시골 경험이 없는 할머니는 따라가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리셨다. 삼년 안에 다시 서울로 오실 줄 알았다.그런데 올해가 십년차.내가 결혼 십년을 유지한 것만큼 놀라운 일이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앞산이 푸르다.가을에는 오색 낙엽이 양탄자가 되고 겨울에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이 반긴다.불안불안했던 나의 삼십대가 잘 넘어간 것은강화도에 천천히 뿌리내린 엄마아빠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시골살이 경험이 있는 아이의 정서가 어쩌구 저쩌구 이야기하지만어른의 정서도 바뀐다. 알쓸신잡에 나온 성공회 온수리 교..
엄마의 밥상 식당에서는 맛이 있건 없건 매번 사진을 찍는데엄마 밥상은 찍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너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남겨볼까 함. 만두, 전복, 낙지, 불고기 전골인데;;;엄마의 반가운 마음이 두서 없이 들어간 것 같아서 볼 때마다 뭉클해진다.좋아하는 고구마순도 언제나 말려서 철마다 해주시고호박까지는 볶을 시간이 없어 언젠가부터 데쳐서 나온다. ㅋㅋ (그래도 맛있는 시골 호박) 오른쪽 끝에 푸른 김치는 강화 순무의 어린 잎으로 만든 열무김치로순무김치보다 더 귀하고 매력적인 음식. 맨 위의 고추장 찌개는 우리집 시그니처 메뉴.남편이 처음 우리 집에서 밥을 먹은 날 수많은 반찬을 제치고 저 찌개에만 밥을 두 공기 먹었다.엄마는 이게 무슨 일인가 당황해하고, 할머니는 그 모습을 마음에 들어했다.수없이 따라했지만..
엄마의 글씨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하셨던 서예와십년 전에 시작하신 표구와 병풍.예전에 만드신 자수 병풍은 어디에 있으려나. ​2019년 설날. ​작품이 늘어나면 밑으로 계속 꼬리를 내릴 예정입니다.이젠 정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