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려보니 2024년이다.
그것도 1월이 아닌 2월;;;
2023년, 그 어떤 글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을 주변의 제보로 깨달았다.
만약에 2023년 어느 날에 이 공지글을 썼다면 나는 어떤 제목을 달았을까.
후보 1. 2023 도파민
어릴 때부터 나는 좀 그랬다.
라디오에서 남의 사연이 선택될 때,
별로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 전화데이트에 연결될 때
그렇게 배가 아팠다.
그 마음은 자연스레 티비로 옮아갔고
일반인이 나오는 모오든 연애 서바이벌이 탐탁치 않았다.
그중에서도 정상인이 많지 않던 '짝'은 최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 때문이었는지, 일이 너무 힘들었는지
채널을 돌리다 얻어걸린 돌싱글즈에 푹 빠졌고
하트시그널과 나는 솔로로 광선처럼 이어졌다.
아, 나는 솔로 ㅋㅋㅋ
여전히 정상인은 많지 않았지만
이미 나도 누군가의 비정상이므로 그닥 거슬리지 않았다.
(나는 관대하다.)
가끔 등장하는 거슬리는 일반인을 향해
깔깔대며 미쳐가는 경험은 광기 그 자체였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말하는 '도파민'의 파도 속에 나도 당당히 있었다.
후보 2. 2023 요요
코로나를 밥심으로 잘 이겨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 후로 좀 아팠다.
코로나 후유증, 백신 후유증으로 검색하면 자주 나오는 병명이었다.
나는 다시 두 끼에서 세 끼를 먹었고
티비 앞에 누워서 주말을 보냈다.
PT로 살을 뺐을 때는 이렇게 일년을 보내도 체중이 유지되었는데
소식으로 살을 빼니 요요는 순식간에 내 몸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다이어트 실험체가 된 듯한 기분은 별로지만
어쩔 수 없는 팩트였다.
savasana 명사 사바사나((누워서 온몸을 이완시키는 요가 동작)) |
갑진년 새해.
프로젝트는 끝나고 무거워진 심신이 남겨졌다.
나답지 않게 뭔가를 시작하고 싶어 PT를 검색했으나
눈탱이와 수치심으로 찝찝했던 몇몇 헬스장의 기억으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집 근처 허름한 요가원을 발견했다.
메신저 응대가 차갑고 고요해서 좋았다.
일단 가장 저렴한 주 2회를 결제하고 바로 첫 수업을 들었다.
강사님의 목소리가 정은임의 영화음악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주 5회로 변경했다.
요가는 운동이 아니라 명상이고 루틴이니까
살이 빠지지 않아도 괜찮다 생각했는데
되던 동작이 안되니 스트레스였다. 창피했다.
하지만 사바사나의 상태로 들어가면 모든 것이 괜찮아진다.
집이 아닌, 맨바닥에서, 이불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눕는 것.
주 5회의 사바사나를 예약한 나는
조금 더 정상인에 가까워질 자신이 생겼다.
이젠 정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