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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성년의 날, 어른의 의미 1월 9일. 월요일. 성인의날. 열시근무. 오늘은 일본의 성년의 날. 쉬는 날이다. 다들 성년과 멀어진지 오래라 오늘이 쉬는 날인줄도 모르고; 왜들 이렇게 공항에 사람이 많냐며 투덜거렸다. 다카하시와는 예상했던대로 어색했다. 성격상 잠도 못자고 고민했겠지. 근데 은근 통쾌했다. 나도 참 사악해졌다;;; 유나가 날 보더니 입이 근지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맞추었다. "다카하시가 난데없이 고민있다면서 너 이야길 꺼내더라. 그러면서 너한테 받았다는 메일을 나한테 보여줄라고 하는거야. 근데 내가 말끊었어. 두사람 일은 두사람 알아서 하라고." "아주 잘했어 -_-+" 그리고 자기는 한국 사람에게 특히 잘 대해주고, 말도 살살 했는데 믿었던 이상에게 그런 말을 들어서 충격이었다며 자존심 상했다고 했다. 이것이..
절교선언 1월 8일 일요일. 저녁근무. 오늘 낮에 있던 일이다. 아이란도에 배치를 받았으나 사원이 너무 많아서 설 자리도 없었다. 다른데 도와줄데 없나 둘러보던 중, 센베코너에 사람이 확 몰려드는 것이 보였다. 이럴 때 안도와주면 또 잔소리 듣겠다싶어 잽싸게 날아갔으나 하필이면 시식만 와구와구 먹고 우루루 돌아가는 것이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려는데 아메미야 언니가 말을 걸었다. "나 여기 청소하는 척 좀 할테니 그냥 더 있다가. 돌아가봤자 거긴 자리도 없는데..." 언니의 묵직한 마음에 또 감동받아서 맘편한 센베코너에서 소일거리를 찾았다. 그런데... 다카하시가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말을 걸었다.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이상 지금 뭐하죠?" "네?" "이상 오늘 어디죠?" "아이란도인데요." "근데 지금 여..
휴일 보내기 1월 7일. 토요일. 휴일. 하루뿐인 휴일. 원래 계획대로라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 먹고 김짱 학원보내고 (내가 할일은 없지만;;) 인터넷 접속해서 휘리릭 사진 올리고, 여기저기 방명록에 글남기고, 낮에는 체육관에 가서 온수풀 한 번 휘저어주시고, 저녁에는 우에노 사자비 매장에 들러 50 프로 세일의 실체를 확인, 그리고 음악 들으면서 집까지 걸어오기, 였는데... 식빵만 열라 구워먹고 (요즘 새삼 토스트에 빠져있다;;;) 인터넷으로는 연말 시상식 결과 확인해주시고;; (그노무 공동수상 쯔쯔) 그냥 이러고 저녁이 되어버렸다. 애매한 저녁. 테레비 너무 재미없고;;; 수영장을 갈까 우에노를 갈까 고민중. 그러나 아직 세수도 안한 상태 ㅠ.ㅠ 싸이를 돌며 글을 남기진 않고 사진만 보았다. 원래는 방명록..
딸기모찌의 기억 1월 6일. 금요일. 저녁근무. 정신없이 바빴던 연말의 육체적, 정신적인 피로가 아직 가시지 않은데다 벌써 나왔어야 할 비자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아 아무런 계획도 세울 수 없는 답답한 상황. 게다가 점점 조여오는 유니폼의 압박;;;으로 공항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짜증스러운 요즘이다. 급격히 떨어진 손님수와 매상으로 할 일도 별로 없던 오늘. 갑자기 어디선가 딸기 냄새가 났다. 아! 이것은! 하루쯔미이찌고!!! '하루쯔미이찌고'란 '봄에 딴 딸기'라는 뜻으로 겨울한정으로 파는 딸기모찌의 이름이다. 내가 이곳에 처음왔던 2월초에도 이걸 팔았었다. 벌써 한바퀴 돌아 이 계절이 되었다. 정말 정신없던 하루하루. 눈앞이 노래질 정도로 긴장했던 하루하루. 바로 건너편에 누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전체를 둘러볼 여..
온수풀에서의 첫날 운동을 시작했다. 그냥 음악 들으며 터벅터벅 걷는 것만으로는 택도 없겠기에 (아, 한달동안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집 근처 늘 기웃거리기만 했던 체육관을 찾았다. 페인트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외관과 친절한 사람들이 반겨주는, 너무나 구립스러운 분위기. 헬스도 있고 수영장도 있고 농구장도 있고... 규모는 작아도 웬만한 시설은 다 갖춘듯 했다. 수영이라... 어차피 이제 집에서 샤워하는것도 괴로울만큼 추워죽겠는데 수영도 괜찮을 것 같다. 샤워가 목적이라면 헬스도 마찬가지겠지만.. 옷.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글자 "온.수.풀" 온수풀이라... 미적지근한 물에서 슬슬 걸어다닐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타미 온천여행 이후로 뜨신 물이 좋아졌는지도. 어쨌든 수영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혹시 몰라서 가져온 ..
토모미가 돌아왔다!!! 12월 21일. 새벽근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던 토모미가 전격귀국하였다. 이유는 교통사고-_-;;; 자동차가 커브를 돌다가 미끌어져서 나무를 들이받고 한바퀴 회전하시었단다. 정신을 차린 후 창문으로 겨우 기어나오니 헬기가 와 있었단다. 등뼈가 조금 부서졌다는데.. 말만 들어도 끔찍했다. 괜찮은걸까? 만날수나 있을까? 그러나 메일속의 토모미는 보험회사에서 비지니스석을 끊어주었다며 신나해하고 있었다. 아, 토모미답기도 하지. ^^ 오늘 나와 마키는 새벽근무라 일찍 끝나는 날이어서 다같이 마키집에 모이기로 했다. 내가 15분 먼저 끝나서 마키를 기다리며 간식쇼핑을 했다. 요즘 공항에서 붐인 김에 싸먹는 떡; '야타이모찌'를 사고, 마키가 좋아하는 누룽지튀김 '오코게센베'도 샀다. 오코게는 고바야시네 회사..
좋게 말해 주부연습 12월 1일. 맑음. 쉬는 날. 아홉시에 눈을 떴다. 여전히 몸은 찌뿌둥. 하늘이 흐리다. 어제 빨래해놓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이불속에서 좀더 뒹굴었다. 아홉시 삼십분. 구름속을 헤치고 해는 반짝 떠올랐고 나도 벌떡 일어났다. 귀한 햇살. 이불을 널고 털 슬리퍼를 잽싸게 빨아 널었다. 베란다 가득 이중으로 덮여있는 커튼을 최대한 끝까지 밀어넣으니 다다미방 구석구석 조명이 비추는 듯 햇살이 좌악 들어왔다. 티비를 켜니 여전히 여아 살인사건 용의자 체포로 떠들썩. 잡히든지 말든지; 무시하고 화면에 날씨 찍히기만을 기다렸다. 아침 현재 기온은 11도... 주말까지 맑은 날씨.. 음. 좋다. 잠시 광고로 넘어갔는데 욕조 하수구 청소하는 약이 나왔다. 오늘 사야지, 생각했다. 올 겨울의 숙제 반신욕을 위해! 달력..
요리만이 희망이다-_- 11월 30일. 맑음. 새벽근무. 오늘도 새벽 4시 31분발 첫차에 몸을 던졌다. 요즘은 화장은 커녕 세수도 겨우한다. 너무너무 춥다. 아, 겨울로 넘어가면서 새벽 근무가 정말 싫어지고 있다. 일어나는 것도 물론 괴롭지만, 옷 갈아입는게 특히 죽음이다. 기어이 어젯밤엔 유니폼 블라우스를 잠옷속에 입고자는 추태를 행하였다. 김짱이 피식 웃어서 살짝 부끄러웠으나 효과는 만점이었다. 다음에는 스타킹도 신고 자야지, 문을 나서며 흐뭇해하는 나였다; 오늘도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잘 준비를 하는데 다음 역에서 케이코짱이 탔다. 살짝 몰라봐주길 바랐으나 한 눈에 알아보고;; 내 옆에 찰싹 붙어앉았다. 막상 또 이야기하면서 가니 시간도 빨리가고 잠도 달아나고 좋았다. 성격좋고 귀여운 케이코. 스물두살인데 그 넉살과 화..
잘 들지 않는; 복수의 칼 11월 29일. 맑음. 저녁근무. 출근하자마자 어제 저녁에 들어왔다는 클레임 건으로 시끌시끌 했다. 당연히 미팅도 길었다. 어제 여섯시 반까지 있었는데 혹시 나 아냐?;;; 그러나 주인공은 요즘 모두와 서먹하게 지내는 이케다 언니였다. 총 금액을 손님에게 직접 보여주려고 계산기를 두드리는데 계산기가 약이 다 되었는지 숫자가 보이다말다해서 손으로 탁탁 몇번 친게 손님이 보기엔 자기 때문에 기분 나빠서 그랬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전화 받은 사원의 말로는 그 분노가 대~단했다 한다;;; 근데 그 계산기는 모두가 아는 바보 계산기. 물론 사원들도 안다. 버리던가 고치던가 빨리 조치를 해줬어야하는데 모두가 내비두는 바람에 이케다 언니만 뒤집어쓴 셈이다. 얼마나 세게 쳤는지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그 손님도 진짜 오바..
연어일기, 시작! 오늘을 시작으로 거꾸로 일기를 써볼란다. 나는 어쩔 수 없는 과거지향적 인간. 이젠 정말 끝.
가을이 오면. 9월 26일. 맑지만 바람. 휴일. 아침 햇살과 초등학교의 월요조회로 눈을 떴다. 으으 =.= 태풍은 완전히 비껴간 모양.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모두 출발하는 월요일, 호강하며 늦잠 좀 자고 싶었는데 억울해 미치겠다. 오늘도 쌀은 반토막이 나있다. 마늘을 그렇게 넣어놨는데도 쌀벌레 두 마리 발견. 내 다시는 5 키로짜리 쌀 사나봐라; 그렇게 무겁게 들고오면 뭐하나. 몇 주 안들춰봤다고 벌레나 들이고. 못난놈들. ;; 여튼 살림 9단 쭈렁에게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 8월의 쌀벌레 사건! 아~ 밥하기 이렇게 싫던 적이 또 있을까. 맛없는 쌀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뭐 없을까? (떡 말고) 죽을 하면 좀 나으려나? 근데 내가 죽을 좋아해야 말이지 ;;; 오늘도 역시나 밥 맛 없었고;;; 안되겠다 싶어 포장 마파..
일요일은 시골밥상 9월 25일. 맑음. 휴일. 김짱과 정말 간만에 아침을 만들어먹었다. 내심, 김짱이 가져온 떡볶이 떡으로 떡볶이 해먹자 하고 싶었으나, 김짱은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먹고 싶다고 했다. 찌개담당인 난 바로 찌개 준비에 들어갔다. 아, 떡이 냉동실에서 돌이 되겠소. ㅠ.ㅠ 묵은 밑반찬을 꺼내고, 양배추를 찌고, 쌈장을 만들고, 계란찜을 하고, 냉장고의 남은 야채는 찌개에 모두 털어넣었다. 아, 우리는 서울가서 밥집을 해도 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요즘 김짱은 일요일마다 학원에 가서 설탕공예를 배운다. 그 동안 나는 집에서 빈둥거리며, 심심하면 상추에 물 주고, 쌀벌레를 잡고, 빨래를 돌리고, 여름옷을 정리했다. 그간 밀렸던 영수증도 정리했다. 아, 근데 공부를 안했다. ;;; 시험이 눈앞인데 난 점점 공부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