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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허기진 마음

말로 표현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

by 하와이안걸 2006. 1. 7.
이윽고 아침. 선택의 다리 위에 아라시가 짐을 들고 도착해 있다.
그러나 다리 건너편에서 다가오는 건 아야가 아닌 히데.
아라시는 잠시 놀라지만 곧 눈치를 챈다. 히데도 어제 고백을 했다는 것을.

오하요-
오하요-

둘은 멋지게 인사를 나누며 나란히 서 있다.
히데 14개국, 아라시 8개국. 공교롭게도 아이노리 사상 최다국 1, 2위의 주인공.
둘은 연적이기 이전에 사랑을 꿈꾸며 8개국을 함께 누빈 동지였다.
기묘한 아침 공기가 둘 사이를 흘러 지나가고 드디어 아야가 등장하였다.
애써 밝게 아침인사하는 아야.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고백이 시작되었다.

아라시 :
내 마음을 말로는 전부 표현 못하지만, 내 몸 전체가 아야를 향한 마음이야.
언제나 아야만을 보고, 아야를 뒤에서 열심히 받쳐주고, 이제부터 정말 노력해서
좋은 남자, 의지할 수 있는 남자, 아야에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될테니까
늘 옆에 있게 해줘. 함께 일본에 가자.

히데 :
아야를 만나서 다행이야.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해주어서 고마워.
사랑을 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마워. 아야가 정말로 좋아. 답을 들려줘.

아야 :
아라이와 히데, 각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려고 해.
진지하게 이야기 할 테니 들어주길 바래.

아라시는 제일 처음 인상이 좀 가벼운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어.
언제나 경쾌하게 떠들곤 했으니까 어딘가 좀 가볍게 보였거든.
하지만 곧 그렇지 않다는걸 알았지만.
진짜 아라시는 조금 서툴지만 성실하고, 거짓말을 싫어하고, 바른 사람이지.
어제 '아야가 운명의 사람'이라고 말해주었을 때엔 정말로, 강한 의지를 느꼈어.
눈을 똑바로 보면서 진지하게 말해주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얼굴을 했으니까.
아, 이런 표정도 짓는구나 하고 생각했어. 깜짝 놀랐어.

그리고 히데, 이번 3개국을 다니는 동안 히데는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노력했지.
하지만 나도 가끔은 반론했고.. 나 원래 말 돌려하는걸 잘 못해.
직선적으로 말해버려서 상처줄 때도 있었을 거라 생각해. 미안해.
하지만, 그럼에도 히데는, 필사적이라고 할까, 정말로 날 위해 노력해주어서
결국은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찼어. 정말 고마워.

나의 대답은,
히데가 내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잘 해주었다는 것은 정말 잘 알겠는데
하지만 계속 함께 있으면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이 싫어져.
그게 정말 힘들 것 같아. 몇년 후에 만난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히데와는 함께 일본에 갈 수 없어. 미안해.

히데 : ...고마워.

아야 :
러시아에 합류하면서 부터 막연하게 아라시를 생각해왔어.
근데 그 마음이 겉으론 잘 표현이 안되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어.
하지만 나도 서투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아라시랑 함께 있으면 서로 약한 부분을
맞춰나갈 수 있을 것 같고, 함께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어.
나는,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 마음이 얼마나 크고 간절한지는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것이고
결국 자신의 본능이 그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믿으니까.
난 아라시와 일본에 돌아가고 싶어.


고개를 숙이고 듣던 아라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야를 보았다. "응!"
히데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며 허둥대지만 정말로 기뻐서 표정관리가 되지 않는 아라시.
그리고 아이노리의 룰 대로 가벼운 키스가 이어졌다. 
뒤에서 둘을 바라보는 히데. 의외로 담담한 표정.


아야 : 창피하다.
아라시 : 고마워. 정말로 노력할테니까. 앞으로 잘 부탁해.
아야 : 잘 부탁해.
히데 : 축하해.
아라시 : 정말로 고마워.
히데 :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래.
아야 : 정말 고마워.
히데 :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아야 : 아냐. 다 전하지 못한 것 같아.
히데 : 그렇지 않아.
아야 : 정말로 감사해. 만나서 다행이야.


- 아이노리(あいのり), 후지테레비 월 11시.



"만나서 다행이야"
히데의 고백은 아야의 우정의 인사로 되돌아왔다.
아야는 히데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미안해했지만
그녀의 고백은 히데에게 더 없는 공부가 되었을 것이다.

14개국을 돌면서 열 아홉 소년에서 스물 한살 청년이 된 히데.
사람의 눈을 잘 쳐다보지 못하고 자신을 가장 싫어하던 소년이
세계를 여행하며 모두의 고민을 들어주는 멋진 어른이 되어있었다.
비록 사랑을 얻지는 못했지만 아프리카 교육이라는 인생의 새로운 꿈을 안고
그는 다시 원점으로 향했다.

허우대만 멀쩡하고 헛점 투성이였던 귀여운 대학생 아라시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눈물많고 내성적인 미용사 아야는
조용조용히 가끔 수줍은 미소를 나누며 친구들과, 그리고 히데와 멀어져갔다.

영상을 본 엠씨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히데와 함께한 3년.
단 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그들은 히데를 친구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건 엠씨들 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이노리를 지켜본 모든 시청자들도 같을 것이다.
전 국민이 다 아는 스물한살 청년 히데의 일상생활에 늘 좋은 일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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