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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NAVER

[이주의발견] 박지윤 : 7집 꽃, 다시 첫번째

by 하와이안걸 2009. 5. 14.


오랜만에 쓰는 글이네요. 까불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습니다. ;;;
사실 김형중이 쓰고팠는데 박지윤이 선정되었다고 해서 처음에는 머리가 좀 지끈했으나
자꾸자꾸 듣다보니 그녀가 좋아졌어요. +_+

http://music.naver.com/today.nhn?startdate=200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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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의 변> 5월 2주, 이 주의 국내 앨범 : 박지윤 [꽃, 다시 첫번째]

이것이 진짜 출발선이라고 이야기하고 싶겠지만 앞에 붙어있는 7집이라는 수식은 지울 수 없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기록이고 그녀가 끝까지 안고가야할 역사이므로. 이 앨범을 첫 번째 앨범으로 치고 싶은 그녀의 안타까움은 앨범이 나오기 이전에도 충분히 전해져 왔다. 그녀의 또 다른 행보 역시 새로운 도전이라기 보다는 휴업 가수의 과장된 취미 활동으로만 여겨지는 것도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영영 떠나겠다고 했지만 돌아올 줄 알았고, 싫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음이 대번에 느껴지는 것. 그런게 어쩌면 진짜 사랑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박지윤의 일곱번째 앨범은 이렇듯 자신이 6년간 몸소 체득한 사랑 이야기로 꽉 들어차 있다. 음악에 대한 사랑, 사람에 대한 그리움. 그녀의 재료는 단출하지만 긴 시간이 만들어 낸 진솔함이 있다 . 모두, 음악을 업으로 삼기에는 충분한 것들이다.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이주영>



<네티즌 리뷰> 박지윤, 다시 일곱번째
이 리뷰는 네티즌 오늘의 뮤직 선정위원 이주영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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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꿈'으로 데뷔했던 열일곱의 소녀는 스무살 '성인식'과 함께 JYP 사단의 뮤즈가 되었다. 짙은 화장에 도발적인 의상, 직설적인 노랫말로 인해 앨범이 발표될 때마다 선정성 논란의 중심이 되었고 그것은 어린 그녀에게 커다란 스트레스였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하지만 타이틀곡 이면에는 그녀의 나이에 걸맞는 걸리시한 댄스곡('난 사랑에 빠졌죠', '여자가 남자에게 바라는 11가지', '가져요', '그대 그리고 사랑')이 있었고, 전작의 맥을 결코 흐리지 않는 애잔한 발라드('환상', '잘못', '어떻게 할까요')도 많았지만, 그녀의 가성과 성숙한 분위기는 섹시 콘셉트만을 기억하게 했다. 지난 해 초 드라마 [비천무] OST를 통해 김윤아의 '야상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멋지게 소화했지만, 그 이후의 공백기에는 다른 뉴스들로 채워질 뿐이었다.

그렇게 힘겹게 돌아온 그녀는 편안해진 표정과 목소리로 노래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순순히 시인했다. 변화는 있었다. 가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어쿠스틱한 멜로디와 처음으로 자신의 얼굴을 뺀 앨범 자켓. 뮤지션으로서의 그녀의 각오가 엿보이긴 했지만 동시에 걱정도 되었다. 달라진 콘셉트를 무기로 자신의 긴 시간을 공유해달라 보채지는 않을까, 공백기 동안 그녀의 행적을 줄곧 쫓았던 시선들을 원망하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가수를 그만두었던 그 시기의 아픔에 멈추어 있다면 멜로디가 아무리 성숙해져도 듣기 버거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와는 달리 그 안에 담겨있는 것들은 의외로 의젓하고 수줍었다. 독기라고는 조금도 묻어 있지 않은 지난 날의 이야기가 마음의 빗장을 열자, 반가운 목소리와 세련된 멜로디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박지윤이 만든 곡과 그렇지 않은 곡으로 나누어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만든 곡에서는 창법과 감정의 크기로 다시 한 번 나누었고, 다른 작곡가가 만들어준 곡에서는 작곡가와 그녀의 조합에 집중하며 들었다. 매 곡마다 진동이 달랐다. 넘칠 듯 말 듯 아슬아슬 하다가도 어느 새 고요해지는 그녀의 시선. 그 안을 관통하는 것은 언제나 그대라고 부르던 익숙한 존재, 사랑이었다. 그마저도 일상과 풍경으로 여러 번 필터링이 된 것들이라 정확한 대상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녀의 자작곡은 인트로를 제외한 첫 번째, 네 번째, 그리고 마지막 곡이다. 앨범의 처음과 중간, 마지막 장면에 불어넣은 그녀만의 호흡은 낮고, 맑고, 절절했다.


앨범의 인트로 '안녕'에는 대도시의 공해 속에서 다음 곡을 흥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있다. 마치 혼자 이어폰을 끼고 자신만의 이야기에 취해있는 듯. 이윽고 수줍게 건네는 작은 목소리에 "뭐라고?" 하며 귀를 더 가까이 대면 두 번째 트랙 '봄, 여름 그 사이'가 툭 하고 시작된다. 그녀가 직접 작사 작곡한 이 곡은 빛처럼 반짝거리는 어쿠스틱 기타와 그 뒤를 차례로 쫓는 첼로와 멜로디언, 피아노 그리고 좀처럼 듣기 힘들었던 그녀의 낮은 진성이 짙어지는 이 계절을 노래한다. 지난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이 곡은 현재의 그녀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곡이다. 또한 이 앨범의 특징과 의미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그녀의 이야기는 앨범의 중간쯤 '그대는 나무같아'에서 다시 이어진다. 역시 자작곡인 이 곡은 깔끔한 어쿠스틱 반주에 동요같이 순수한 창법이 인상적이다. 코드 변환이 그대로 느껴지는 담백한 기타 연주에서 90년대 언더그라운드 뮤직의 감성이 떠오르기도 한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괜찮아요'는 드디어 터져나오는 그녀의 감정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녀를 놓아요 나를 찌르고 가져간 사랑'과 같은 가사에서 볼 수 있는 날카로운 공감대는 앞으로 작사가로서의 그녀를 기대하게끔 한다.


타이틀곡인 '바래진 기억에'는 디어클라우드의 기타리스트 용린이 만든 곡으로 사랑과 추억이 차례로 허물어지는 모습을 애절하게 표현 했다. 디어클라우드의 색채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지만 보컬의 변화만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이는 넬의 보컬리스트 김종완이 만든 '4월 16일'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담담하게 어른스러운 이별을 준비하자는 내용으로 특유의 슬프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이를 해치지 않는 그녀의 나지막한 코러스가 인상적이다. 뼛 속까지 간절하다던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심취한 팬들이라면 다소 납득하기 힘든 이별 장면일 수도 있겠다. '잠꼬대'는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작사를, 그들의 현악 편곡을 도맡아 했던 박아셀이 작곡한 곡이다. 이번 앨범 중 '괜찮아요'와 함께 가장 슬픈 곡이며, 가사로도 모자라 '아아아~' 허밍으로 격정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곡이기도 하다. 이렇듯 그녀는 현악에 어울리는 곡들을 잘 추려내어, 가벼운 가성으로 전락할 수 있는 창법에 무게를 싣고 클래식한 장점을 살려내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4월 16일'과 함께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곡이 바로 루시드폴과 함께 작업한 '봄 눈'이 아닐까 싶다. 넬과 루시드폴 모두 자신의 색깔이 확실하면서도 다른 가수들에게 좀처럼 곡을 주지 않는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그의 여러 곡에서 들을 수 있는 예의 그 진지하고 따뜻한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 나일론 기타, 드럼의 적절한 연주는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의 정경에 더없이 어울린다. 익숙한 그녀의 목소리로도 오롯이 살아나는 특유의 글맛도 일품. '봄, 여름 그 사이', '그대는 나무같아', '4월 16일' 등 이 계절의 키워드가 제목마다 새겨진 이번 앨범에서 '봄 눈'은 그야말로 정점에 자리잡은 한 편의 시(詩)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JYP 사단의 작곡가이자 얼마 전 'JR Groove & Piano'란 이름으로 솔로 연주 앨범을 발표한 배진렬의 곡 '돌아오면 돼'는 이번 앨범 중 가장 대중적인 곡. 이번에는 비록 밴드 뮤지션으로부터 느린 곡만을 받았지만 이렇게 모든 악기가 갖추어진 모던락을 시도하면 어떨지, 이 곡을 통해 조금은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강남의 한 대형서점에서는 그녀의 사진집 발매를 기념하는 사인회가 열렸다. 그리고 그 광경을 구경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녀를 모르는 어린 학생이 있어 놀란 적이 있다. 그 학생들에게 있어 박지윤의 첫 모습은 아마추어 사진작가일 것이며, 드라마를 즐겨보는 누군가에게는 '비천무'의 설리로 기억될 것이다. 이렇듯 첫 기억은 모두 다 제각각 일 수밖에 없다. 1집부터 그녀를 지켜봐 온 사람들에게 첫 기억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녀의 지난 곡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아무리 첫 번째라 이름을 붙이고 의미 부여를 해도 그들의 기억 속 박지윤은 1집과 6집 사이의 '어떤 곡'이다. 그 곡을 바꾸고 싶다면 이제부터 좀 더 멋진 무대로 다가갈 일이다.

Ps. 한 때 박지윤을 검색하면 방송인 박지윤이 당연스럽게 먼저 나오던 때가 있었다. 지금 다시 검색을 해보니 그녀의 얼굴이 가장 위에, 그리고 그 옆에는 '가수'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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