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로 한참 정신없을 때 들어왔던 리뷰.
다행히 나에게는 좋은 앨범만 들어왔던 것 같다.
http://music.naver.com/today.nhn?startdate=200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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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의 변> 8월 4주, 이 주의 국내 앨범 크라잉 넛 [불편한 파티]
옛날 옛적, 홍대 클럽하면 당연히 라이브 클럽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다른 장르에 미쳐있던 나에게 처음 접한 그들의 무대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야말로 생(生) 샤우트 창법에 엄청나게 솟아오르던 핏대도 생소했으며,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에 눈물로 화답하던 소녀들은 진정 미스테리였다. 노래가 끝나고 동시에 씨익 하고 웃을 땐 또 어떤가. 교실 한구석에서 하루종일 낄낄거리던 존재감 없던 동창들의 모습이 데자부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땐 몰랐다.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들의 무대가 지금 돈 주고도 다시 경험할 수 없는 한국 펑크록 역사에 중요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그 후로 14년이 흐른 지금 그들은 6집 [불편한 파티]로 다시 돌아왔다. 1인용 경주마에서 시작한 그들의 음악 여정은 이제, 세상을 향한 넓은 시야와 탄탄한 배짱으로, 그 옛날 호흡을 공유했던 지금은 무기력해진 동창들에게 적잖은 위로와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이상하게도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 앨범이다.<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이주영>
<네티즌 리뷰> 14년 동안 풍자와 낭만을 노래해오신 펑크의 달인
이 리뷰는 네티즌 오늘의 뮤직 선정위원 이주영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컴백이 3년만인지 4년만인지 중요하지 않다. 그런 건 이제 큰 의미 없는 30대 중반의 뻑뻑한 사회인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꼬여버리는 이런 마음도 따지고 보면 뭐 그렇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그리고 기특하게도 잘 버티고 있으면서 너무 즐거워 보이는, 그래서 늙지도 않는(!) 친구들을 보면 배가 아프기 마련이니까. 아니, 언제 봤다고 치대는 거지? 다른 세상 아이들로 치부했던 첫 느낌 따위 찾아볼 수 없는 이 뻔뻔함은 아마도 함께 늙어가는 친구의 마음일 것이다. 우리는 정말 서로 기억하지 못하는 동창일지도 모르겠다.
먼저 위풍당당 인트로 'Crying Nut Song' 으로 시작하는 그들의 여섯 번째 여행. 유랑단이라는 수식이 오랜만에 떠오르는 아코디언 연주와 폴카 리듬이 단번에 그들을 대변하는 곡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경록 작사 작곡의 타이틀곡 '착한 아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행복에 대한 고정관념에 관한 이야기를 어린아이의 인생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갔다. 학연, 지연, 혈연, 낙하산 등 껄끄러운 소재들을 입에 착착 붙는 리듬으로 경쾌하게 노래하는 솜씨도 여전. 곡의 맨 처음, 차렷 경례를 외치는 반장 목소리의 주인공은 영화배우 고아성이라고 한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이 앨범의 메시지 '불편한 파티'는 이상혁의 곡으로 생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망가져 가는 세상을 등지고 그들만의 축제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는 현대인들의 양심을 건드린다. 깊이 있는 메시지도 그렇거니와 굳이 가사를 따지지 않고 들어도 충분히 흥이 넘치는, 두 곡 모두 이 앨범을 대표하기에 손색없는 곡들이다.
이어지는 풍류와 낭만 컨셉의 곡들로는 이상혁이 딸을 생각하며 군대에서 만들었다는 '루나'가 가장 눈에 띈다.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전주에 눈물 뚝뚝 떨어지는 감동적인 육아기를 기대했으나, 장소에 공간에의 추억은 흡사 연애 시절의 그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아주 살짝 표 나는 운율과 기대와 찬양 따위 일절 없는 시크한 아이 사랑이 압권. 정식 멤버로서 자켓에도 등장하기 시작한 김인수의 '만취천국'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들의 유효한 청춘을 과시하는 듯한 곡으로 즐기되 강요하지 않는 전작과는 다른 성숙함을 엿볼 수 있다. 한경록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비둘기'는 타이틀곡 이상의 화제를 얻고 있다. 간단명료한 가사와 뒤로 이어질수록 격렬해지는 비둘기 선창은 들을수록 묘하게 중독되는 매력이 있으며 무대에서의 퍼포먼스 또한 기대를 갖게 한다. 이상면이 작곡한 '가련다'는 무대 뒤의 허탈한 모습과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조금은 공감할 수 있는 트랙. 툭툭 떨어지는 블루스 라인에 이자람의 매력적인 서브 보컬이 무게 중심을 잡아준다.
가사로 듣든지, 멜로디로 듣든지, 아니면 눈으로 보면서 듣든지 그들의 노래를 즐기는 방식은 꽤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한 가지에 더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바로 그들만의 스튜디오를 만들어 탄생한 첫 앨범이기 때문이다. 다른 때보다 더욱더 애착을 가지고 뽑아냈을 사운드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면 좋을 듯하다. 이러한 외적인 조건과는 무관하게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새 앨범이 기다려진 것도 처음, 시끄럽지 않았던 것도 처음, 듣는 내내 뭉클한 여운으로 자리를 뜰 수 없었던 것도 처음이었다. 나라 안팎으로 일어났던 커다란 이별에 위로를 받고 옛 생각에 잠겨 잠시 센치해진 마음에 한 게임 쉬어보려던 올해. 그러나 다음 앨범을 기다리지 못하고 달려나가는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 악의 편이라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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