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교 근처 회사로 이직한 후배가 있어 점심 나들이를 떠났다.
식당에 관해서는 늘 내게 의지하고 일임하는 그녀기에
집 나서기 전에 목동에 뭐가 있으려나 찾아보았지만
딱히 모르겠어서 빠른 포기.
블로그 맛집 가봐야 거기서 거기일테고,
근처 회사원들이 찾는 백반집 하나쯤은 있겠지 싶어서
"그냥 너가 잘 가는 찌개집이나 알려줘. 밥 먹고 싶다."
"네. 행님."
그렇게 총총총 직장인들 무리에 섞여 들어간 목동 상가 지하.
넓고 분위기도 아늑한 것이 합격.
일단 궁서체 + 손글씨면 마음이 놓이는 나란 사람.
"행님. 여기는 족발이 맛있대요. 저녁에 함 오세용."
"족발은 우리 동네도 맛있어."
"네. 행님."
김치찌개, 된장전골이 7천원(2인분 이상)
국수, 국밥 등 다른 단품과 저녁 안주들도 다양하다.
마침 옆 테이블에서 남자 둘이 고개도 들지 않고 된장찌개에 열중하고 있었다.
음. 코를 박고 먹는다는 것이 저런 모습일테지. 그래 오늘은 이거다! 된장 전골!
"으응? 웬 돈까스?"
"행님. 여기는 반찬으로 돈까스가 나와요."
크기부터 담음새까지 이건 7, 8천원 받아야 할 돈까스다.
고기는 금방 튀겨 바삭하고, 하이라이스 맛이 나는 소스도 구수하다.
미친 듯이 돈까스와 양배추를 먹고 있다보면
엄청난 뚝배기가 등장한다.
이래봬도 엄청 큼.
달래와 부추만으로도 이미 침샘 폭발.
뒤적거리면 쑥쑥 나오는 고기, 두부, 버섯, 대파.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양질의 된장찌개.
양평동 또순이네 느낌이다.
고기가 많아 녹진하고, 향신채 때문에 후레쉬한 이 복합적인 느낌은 뭐다? ;;;
달고 짜고의 영원한 굴레처럼 느끼하고 상큼한 것이 계속 밥을 끌어당긴다.
짭짤한 입맛 달래줄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계산대 앞에!
이런 안팎으로 훌륭한 곳을 보았나!
"족발 먹으러 함 오께."
"네. 행님."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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