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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그냥

열흘째

by 하와이안걸 2008. 1. 22.
백수된지 어언 열흘째.
회사가 멀쩡하면 내가 바람이 나고 내가 멀쩡하면 회사가 꼴값을 떨어주시니
아, 나의 백수 싸이클이란 이토록 정직할 수가 없고나.


기왕 이렇게 된거 맘 편하게 실업급여나 따먹자 했더니 회사에서는 상실신고를 자꾸만 늦추고 앉았고;
기왕 이렇게 된거 잠이나 실컷 자자 했더니 아침 눈뜨자 마자 예상 밖의 복병인 할머니가 쪼여온다.
결국 2월부터 새 회사 다닌다고 뻥을 쳤으니, 아침 일찍 동네 에어로빅이라도 나가야할 판.


수입이 반토막 났으니 이제 나갈 돈을 줄어야 할텐데
일단 메가티비는 아빠의 한숨을 뒤로 하고 과감하게 아웃시켰고,
단물 다 빨아먹은 신용카드도 두어장 없앨까 하는데
해지담당 언니들이 어찌나 필사적인지; 한건도 성공하지 못했다. 


여기서 잠깐!

-삼성카드의 경우 해지한다고 하니 포인트 3만점을 주며 말렸습니다. (수락;)
-엘지카드의 경우는 구정 전까지 결제하면 만원을 돌려준다고 합니다. (수락;;)
-씨티카드의 경우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 (할부만 끝나면 콱!)

(모두에게 도움되길 바래요~~~;;;)
 

이제 마지막, 나의 사치품 네스팟이 남아있다.
내 방에서는 문 옆에서만 겨우 터지는 네스팟. (책상은 저짝이라규;) 
이제 백수도 되었겠다, 네스팟존에서 우아하게 원고 마감하는 시츄에이션을 상상하며
며칠 들고 다녔으나, 


생각보다 무겁고,
생각보다 콘센트 별로 없고,
생각보다 불편하다. (특히 화장실 갈 때;)


아, 공유기인가...


그래도 오늘 집에서 죽어도 안써지던 원고를 밖에서 두 시간만에 완성. 또 다시 맘 바뀌고.
홍대 정문 스타벅스 1층. 콘센트도 두 군데나 있고. 특히 창가자리 은근히 집중 되고 좋으네.
집에서 걸어서 40분 걸렸나. 왕복으로 걸어주니 운동도 되고, 커피값만 딱 2800원 들었다. 
근데 집에 오는 길은 등짝이 좀 힘들어하더라; 과연 며칠이나 갈지. 쿨럭쿨럭;;;


역시 규칙적인 생활이 건강에 좋네요.
지난 주말부터 좀 망가져줬더니 얼굴도 대박 붓고, 몸도 무겁고..
특히 길에서 도인들이 앞다투어 잡네요;;;; (이런 기분 오,오랜만이네요;;)


아, 오늘은 스타벅스에서 한 여성이 안색이 안좋다며 접근,
발도장 하나만 찍자고 하도 달라붙어서 캐혼났슴다; (평발이거등요! -_-+)
요즘은 별 이상한 도인들이 다 있군 하며 떨궈내는데 한다는 소리,


"소화 잘 안되시는 편이죠?"
"아뇨. 별로..."
"밥 먹다가 콱 막히는 체질일텐데.."
"잘 먹는 편인데요."
"소화 못시키는 체질이십니다! 둔하시군요!"
"-_-+"


소화 기능 떨어지는데 이렇게 살이 쪘겠냐. 이 멍충아!


콱 쏘아주지 못하고 그냥 보낸 것이 한스러워 뜨거운 커피만 벌컥벌컥.
여러분도 홍대의 빨간 코트 여인을 조심하세요.
짧은 단발머리에 아주 그냥 신념에 찬 얼굴을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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