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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V.A. [주노 OST]

by 하와이안걸 2008. 2. 26.



밤새 통화해도 할 얘기 가득했던 날들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 영화 [주노(Juno)]. 영화를 보면서 내내 벼르고 있던 사운드트랙에는 스크린 안에서 쉴 새 없이 종알대던(마치 주노처럼) 뉴욕 출신의 밴드 몰디 피치스(The Moldy Peaches)가 있었다. 특히 가장 많은 트랙을 소화한 이 그룹의 멤버 킴야 도슨(Kimya Dawson)은 마치 주노의 목소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평범한 일상을 친근하게 노래한다. 원래는 열 아홉 트랙이 실려있으나 온라인으로는 7곡만 공개되었다. 이 중 가장 많은 이들이 감동받은 곡은 바로 주노와 블리커(Michael Cera)가 가사까지 바꿔부를 정도로 아끼는 곡 'Anyone Else But You'. 닭살 가사 하나 없이 덤덤하게 주고 받는 풋풋한 호흡 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며, 듣고만 있어도 회춘하는 듯한 묘한 마력을 내뿜고 있다. 시디에만 수록된 몰디 피치스의 원곡 또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더더욱 서프라이즈! 어차피 어디서부터 가사가 달라지는지 들리지도 않는 내게는 어떤 버전이라도 굿 초이스!

 

이 두 친구의 사랑스러움은 이 한 곡에서 그치지 않는다. 킴야 도슨의 'So Nice So Smart'에도 운동장 씬의 설렘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삽입되었던 킴야 도슨의 'Tire Swing'은 임신 사실을 확인한 주노의 꿀꿀한 가을과 그녀가 다시 자전거를 타게 된 이듬해의 여름을 시작하는 곡으로 쓰였다. ‘나는 꿈 속에서 메디슨까지 가야 했지. 헌데 길을 잘못 들었네’ 와 같은 가사가 터벅터벅 집까지 걸어가는 가을밤의 주노를 그대로 말해주는 듯 하다. 그 외에도 계절이 바뀔 수록 아이들의 시선이 바뀌는 것을 절묘하게 보여주는 학교 복도 씬의 'My Rollercoaster'와 두 개의 기타 연주곡 'Up The Spout' (Mateo Messina), 'Sleep' (Kimya Dawson) 은 짧긴 하지만 영화의 진지함을 말해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특히 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 불을 켜지 않는 극장에서 보라고 권하고 싶은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이 때 흘러나오는 노래들이 또 예술이기 때문. 처음 흘러나오는 'Loose Lips'에서는 당최 뭐라고 떠드는 건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입이 하나도 맞지 않는 합창곡이다. 또한 시디에만 수록되어 있는 'Vampire' 역시 같은 패턴의 곡. 전후사정 설명은 않고 우리는 뱀파이어다!’ 를 무한 반복하는 아이들의 장난스런 보컬이 귀엽다. 이와 반대로 즐거운 전개를 한껏 기대하게 한 오프닝에서는 Barry Louis Polisar 'All I Want Is You' 가 흘러나온다. 주스를 마시며 척척 약국으로 향하는 그녀의 힘찬 발걸음이 어쿠스틱한 리듬과 함께 그대로 전해져 온다.

 


그 외에도 시디에만 수록된 곡들을 들으면 영화 속 주노가 "나 이런 노래들 좋아해요!" 라고 외치는 듯 하다. 영국 출신의 챔퍼 락 밴드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stian)의 경우 2곡이나 수록되어 있는데, 전부 다 우울함을 최대한 뽑아낸 따뜻하고 소소한 곡들이다. 봄의 시작과 함께 흘러나오는 'Expectaions'과 마크와 다툰 후 차에 올라타면서 들리는 'Pizza, New York Catcher' 들이 그것. 마크가 들려주는 소닉 유스(Sonic Youth) 'Superstar' 또한 영화에서 감상할 때 보다 더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겨울의 시작과 함께 포근하게 흘러나오는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 'I'm Sticking With You'. '난 너에게 달라붙었네. 네가 무엇을 하든 나도 따라할테야'라는 가사는 주노의 아기가 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정말 영화에 나온 장면 그대로 달리기에 뒤처진 두 소년의 이야기로도 보여 절로 웃음이 난다.

 

주노 역의 엘렌 페이지가 감독에게 적극 추천했다는 뉴욕의 10대 밴드 몰디 피치스. 그 멤버라고 소개된 킴야 도슨은 신비롭게도 72년생. (누가 속인거야!) 어쩜 이렇게 주노 마음을 한 수 먼저 읽어주시나 했더니 역시 연륜의 힘이었다. 역시 인생이란 많이 살아본 사람에게 유리한 것. 갑자기 딱 한 소절 등장했던 '베사메무쵸'가 듣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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