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30대의 출발
MBC 드라마 [뉴하트]의 동권이를 보며 이지훈은 그냥 이렇게 배우가 되려나보다.. 했다. 전진과 함께 한 'For You'를 들으면서도 그냥 이렇게 동료들의 피처링만 해주려나보다.. 했다. 그런데 SBS [체인지] 강타 편을 통해 못 들어본 노래를 부르나 싶더니, 드디어 4년만에 6집 새 앨범이 발표되었다. 곧 입대하시나 검색했더니 그건 아닌 듯 싶고. (흠흠..) 사실, 요즘 리메이크 앨범이나 스페셜 앨범에 많이 쓰이는 타이틀 Classic 에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포지션의 안정훈이 이번 앨범의 총 프로듀서인데다, 클래식의 본 고장 체코에서 녹음한 40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들어가는 등 발라드의 정석에 한층 더 다가간 접근에 그 거창한 타이틀조차 수긍이 가기 시작한다.
안정훈이 작곡한 첫 곡 '그대가 떠나갑니다'는 [체인지]에서 이미 '그대가 도망갑니다'라는 개사로 화제를 모았던 곡. 제목 참으로 클래식하며 가사 또한 이보다 정직할 수가 없다. 솔직히 방송에서 명품가방, 시계, 콧물 운운할 때가 더 애절하게 느껴졌는데 멀쩡한 가사로 착하게 부르니 그 맛이 안난다. 쩝;; '그대가 떠나갑니다'가 당연히 타이틀곡이라고 생각했건만 의외로 '가슴아 미안하다'가 타이틀곡이란다. 이 곡은 강타의 '책갈피',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사랑해' 등을 작곡한 하정호가 작사와 작곡을 맡은 발라드로, 제목에서 확 느껴지듯 그녀를 잊지 못하는 가슴을 달래는 곡이다. 그러나 이미 '가슴아 그만해', '마음아 부탁해' 등을 통해 충분히 경험한 패턴의 노랫말이라 참신함이 떨어지는게 좀 아쉽다.
발라드곡 중에서는 '친구'가 가장 편안하게 와닿는 듯 싶다. 전주와 간주 부분에 스산하게 울리는 하모니카 독주와 곡 전체에 깔려있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다행히도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하모니카와 피아노가 주를 이루는 어쿠스틱 버전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나누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술 한 잔 그립고 외로울 때는 나를 돌아보라는 김이나의 가사가 마치 [체인지]에 함께 출연했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쓴 그의 이야기인 양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참고로 이 곡을 작곡한 박정욱은 '봉선화 연정', '네박자', '무조건' 등의 주인공 작곡가 박현진의 아들이며, 세미 트로트로 데뷔한 가수 구윤의 형이라고 한다.
힘을 쪽 빼고 부른 '너를 닮은 나라서'는 양재선 작사, 안정훈 작곡으로 살짝 살짝 들어간 브라스가 과하지 않은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 곡이다. 전주를 듣고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의 리메이크인 줄 알고 깜짝 놀란 곡 '아나요'는 여자 어린이 목소리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알고보니 영화 '눈부신 날에' OST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귀여운 꼬마 보컬은 바로 영화의 여주인공이기도 했던 서신애 양.순수하지만 철은 꽉 든 목소리를 들려주는 그녀와 그 조심스러운 마음을 앞서가지 않는 그의 배려가 돋보인다. 당시 기사를 찾아보니 '30대의 때 묻은 영혼이 정화된 느낌'이라고 소감을 말했던데, 그게 어떤 마음이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트랙이다.
그 외에도 윤일상이 작곡한 마이너 발라드 '그만두세요'와 박기헌이 작곡한 'Goodbye' 등이 실려있는 이번 6집 앨범은 가수 생활 12년차를 맞는 그의 자부심과 겸손함이 공존한다. 귀공자 같았던 화려한 10대를 거쳐 DJ, 영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던 20대, 그리고 지금은 선배만큼 후배들도 많아진 30대의 첫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이지훈. 12년차 발라드 가수의 성공과 실패를 따지자면 할 말이야 많겠지만.. 뭐.. 지금 군대가는 친구도 있고, 제대해서 적응하느라 고생하는 선배도 있으며, 뒤늦게 전성기를 맞이한 동창도 있지 않은가. 안 해본 일을 의욕적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하던 일을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는 것도 멋진 30대의 출발인 듯 싶다. 이미 이번 앨범으로 그 첫 단추를 잘 끼운 듯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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