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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한장의명반] 엄정화 : 10th EP D.I.S.C.O

by 하와이안걸 2008. 7. 7.



오늘을 기다렸어 이런 날이 오기를

 

일렉트로니카를 지향했던 지난 두 장의 앨범 [Self Control], [Prestige]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잠시 내려놓고 작품성에 욕심을 냈던 엄정화. 그러나 지나치게 강렬했던 퍼포먼스 탓일까. 한국대중음악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루며 음악적 터닝 포인트를 지나왔지만 대중의 반응은 무관심이었다. 부족했던 사랑은 드라마와 영화로 채우며 캐릭터 강한 영리한 배우로 매력을 발산하던 그녀에게 드디어 때가 왔다. 6곡의 미니 앨범이지만 감히 정규 10집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완성도와 사진 몇 장만으로도 느껴지는 섹시한 카리스마. 엄정화는 스무살 가까이 차이나는 소녀들 틈을 비집고 다시 무대를 찾았다. 이번 앨범은 홍보된 바와 같이 YG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첫 외부 가수의 앨범. 지난 해 '거짓말'을 들은 엄정화가 직접 양현석 대표에게 연락을 했다는 후문이다.

 

첫 곡 'Kiss Me'는 세븐의 '난 알아요', 이효리의 '노예' 등을 작곡한 E-TRIBE 가 작사 작곡한 곡으로, 마스터우(Masta Wu)와 디엠(DM)으로 이뤄진 힙합 듀오 YMGA 가 랩 피처링을 맡았다. 마치 '초대'의 일렉트로닉 버전인 듯 낯설지 않은 도발과 새로운 리듬이 조화를 이룬 드라마틱한 곡이다. 원타임의 테디(Teddy)가 작사 작곡한 'DJ'는 조금 발랄해진 유혹송으로, YG에서 데뷔 준비 중인 (가칭) '여성 빅뱅'의 멤버 씨엘(CL)이 랩 피처링을 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후렴구에 비해 앞 부분, 특히 '핫둘셋' 부분은 멜로디며 목소리며 약간 어색하게 튀는 듯. 그래도 이 곡을 계속 듣게되는 것은 단연 씨엘의 랩 때문이다. 사진으로만 보았을 때는 렉시 필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훨씬 자유분방하면서 귀여운 랩을 들려주고 있다. 영어와 한국어가 그녀의 입 속을 거쳐 그녀만의 언어가 되는 듯한 느낌? 그녀들의 데뷔 앨범 또한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비트가 설레임을 주는 'D.I.S.C.O'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테디(Teddy)와 쿠시(Kush)가 함께 만든 곡으로 빅뱅의 탑(T.O.P)이 랩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디스코를 D.I.S.C.O 로 표기하고 알파벳 하나씩 똑똑 떼어부르며 '네 멋대로 do the disco'를 외치는 것처럼, 장르에 구애받지 말고 그저 음악을 느끼며 놀자는 내용이다. 거미에 이어 이번에도 타이틀곡의 랩 피처링을 거머쥐며 'YG의 남자'로 거듭난 탑. 특히 이번에 선보이는 그의 복고 스타일은 이완 맥그리거와 로비 윌리암스가 동시에 떠오를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의 피처링은 귀 보다는눈에서 더 먼저 반응이 오는 게 사실. 외모 때문에 손해본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누나 가볼게요." 지드래곤(G-Dragon)의 착한 멘트로 시작하는 'Party'는 지드래곤과 언타이틀의 건형이 함께 작곡한 곡으로, 이번 앨범 중 기존의 엄정화 스타일에 가장 가까운 곡이다. 인터뷰 때마다 "지드래곤이 랩 가사를 잘 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던 그녀. 아마도 '엄정화, 영원한 남자들의 눈화' 이 부분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이렇듯 '눈화'를 기쁘게 하는 귀여운 아부에 트렌드를 이끄는 감각까지 지녔으니, 레코딩 작업 그 자체가 '파티'였을 것 같다. 그녀 역시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독특한 느낌의 코러스로 곡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냈다. 그 외에도 제대로 클럽 뮤직인 양현석 작사 페리(Perry) 작곡의 '흔들어' 로 뜨겁게 달군 후, 마지막 'Celebration'으로 문을 닫는다. 이 곡 역시 양현석 작사로 컴백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쓴 가사인가 했더니, 이별 후에 자유의 몸이 된 자신을 축하하는 내용이다. 안그래도 최근 부쩍 가사에 욕심낸다 싶었는데, 간만에 여자 마음을 제대로 짚은 참신한 가사가 나온 듯. 앞으로는 비극으로 끝나는 연애 말고 정상적인 연애 감정을 잘 살린 가사를 기대해 본다.


 

주말 동안 가요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녀의 컴백 무대를 지켜본 결과, 라이브에서는 약간 불안했지만 다양한 퍼포먼스로 시선을 모으는 데는 단연 으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극적인 요소 하나 없이 그저 표정 하나, 손짓 하나에도 느낌을 살린 안무가 돋보였고, 랩을 마친 탑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무대로 걸어나올 때는 환호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비록 그녀가 원했던 '거짓말' 수준의 곡들은 아니었지만, 무대를 통해 다시 들은 노래는 또 다른 느낌이었으니 대단한 엄정화가 아닐 수 없다. 장르와 나이를 초월한 자신감과 특유의 소통 능력으로 곡을 재탄생시키는 그녀.다음 앨범에서는 작곡가들이 그녀를 줄지어 찾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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