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위해 다시 출발선에 모여준 이들
저력있는 힙합 크루 무브먼트(Movement) 안에서 7년 동안 동료들로 뒷받침을 해 온 숨은 고수 비지(Bizzy)가 드디어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힙합 선후배들은 물론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양동근(YDG)은 입대 직전 함께 녹음을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첫 곡 'Change'이 바로 그 곡이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누가 양동근이고 누가 비지인지 잘 구별할 수가 없었다. 사실 목소리 톤으로 확연히 구분되긴 하지만, 노래할 때의 발음이며 살짝 엇박인 듯한 랩 스타일이 오묘하게 닮아있기 때문. 제목부터 호기심이 생겨버리는 '그래(춤 못 추는 사람을 위해 만든 노래)'. 갑자기 업 된 톤의 추임새와 호탕한 웃음소리 때문에 노홍철이 피처링했나 찾아보았을 정도;; '춤보다 끄덕거리는 게 편하다'는 가사처럼 힙합을 즐김에 동작은 중요치 않음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타이틀곡 '헤어진 다음날'은 벌써 발표된지 10년이 된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을 힙합 스타일로 리메이크 한 곡. 원곡 역시 비발디의 '사계'를 샘플링했는데 샘플링의 샘플링이라니 재미있다. 모노 톤으로 흘러나오는 이현우의 목소리와 현악 선율이 새롭게 느껴진다.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두 사람이 함께 기획했다 하지만 결과물 자체는 그다지 참신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현우와 바이올린 독주의 조합이 너무도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주는지라, 랩의 매력이 다소 죽는 느낌이 들기 때문. 보컬 파트를 대폭 줄이거나 바이올린 대신에 키보드로 코드만 짚어주었더라면 훨씬 깔끔하고 매력적인 리메이크 넘버가 되었을 듯. 뒤로 갈수록 이현우의 비중이 커지는데,애드립 작렬하는 부분에서는 과욕이다 싶다. 다음 곡부터 이어지는 힙합에 어울리는 보컬 피처링을 들으니 그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이미 어긋나버린 연인의 마음을 그린 'Day & Night'은 윤미래의 짧지만 강렬한 보컬이 매력적인 곡이다. 파워풀하지도 않고 별다른 기교 없이 반복되는데도 계속 귀를 잡아당기는 그 무엇! 다른 여성 보컬이 불렀더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후렴구 이외에도 비지가 랩을 할 때 저 너머에서 '아~~~' 하면서 초고음을 내는 그녀. 악기가 아닌 사람 목소리기에 약간 무섭긴 하지만, 입만 열었을 뿐인데도 바로 명품이 되어버리는 그 목소리가 경이롭기만 하다. 진보와 함께 부른 'All In'은 곡 작업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비지의 일상이 묻어난 곡. 정신없이 바쁘고 힘든 와중에서도 문득 떠오르는 그녀 때문에 힘겨운 순간을 노래했다. 또한 양동근의 파트너 보컬로 유명한 난아(Nan-A)가 피처링한 'Bam'은 제목 그대로 둘 만의 '밤' 이야기. 이번 앨범 중 가장 단순하고 멜로딕한 곡이다.
이번 앨범의 대박 트랙은 바로 7분 57초에 달하는 대곡 'Movement 4 (꺼지지 않는 초심)'이다. 2001년 CB Mass 3집에 수록되어 있던 'Movement 3' 이후 7년 만에 발표하는 무브먼트 단체송으로 양동근과 비지의 선창으로 시작해, Tiger JK, 윤미래, 부가킹즈, Sean2slow, 디지, 에픽하이, 리쌍, 다이나믹듀오, 은지원, Yankie, Double K, 도끼, 톱밥 등 그 때보다 두 배로 많아진 랩퍼들이 초심에 대해 한마디씩 이야기 한다. 모두가 개성있는 랩을 선보이지만 그 중에서도 랩퍼로 돌아온 바비킴과 윤미래의 파워넘치는 랩, 계속 성장하는 도끼와 언제 앨범이 나올지 기다려지는 Sean2slow, 여전히 듣기 좋은 Double K 와 타블로의 영어 랩, 은초딩 은둘리가 무색한 은지원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돌아가고 싶은 그 때 그 시절의 음악과 추억을 노래한 '음악은 타임머신'은 밝은 분위기의 곡으로, 특히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후렴구 'Hey! Ho!'가 흥겹다. 라이브 무대에서 함께하면 정말 분위가 좋아질 듯. 또한 이번 앨범에는 지나간 날은 모두 뒤로(Rush), 이별에 겁내잖아 열 내잖아(Dead Phone) 등 리쌍의 히트곡에서 따온 가사들이 발견되어, 팬들로서는 이러한 부분을 찾아내는 것도 재미있는 작업일 듯. 또한 'Yeah'도 아니고 'Yo'도 아니며 'A'는 더더욱 아닌 '지예~!'라는 추임새가 정말이지 많이 나온다. 글로 쓰면 어색하지만 들어보고 불러보고 싶은 그 이름; 지예. 부디 올해가 가기전에 무브먼트 콘서트에서 다 함께 외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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