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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go SBSKAI

난 그 정도 상처로는 끄떡없거든.

by 하와이안걸 2005. 11. 25.
경진         (웃는 듯.. 잠시 위를 보다가...) 사람이 솔직하고 예의바르고
             자기 감정에 충실하다는 거 말야. 그건 아주 좋은거야 그치?
             근데.. (아픈 마음이 잠시 저미며) 그거 참 좋은건데..
             그래서 남을 상처줄 수도 있어.
             정직하고 예의바르니까 상대가 화를 낼 수도 없게 만든다구.

민재         니가 화낼 거라고.. 각오하고 말한거야.

경진         내가? 내가 어뜩게. 이 모든 과정 중에서 니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잖아. 그냥 나 혼자 춤추다가 내 자존심만 개판이
             된건데 뭐.

민재         ..경진아. 난..

경진         (잘라서) 그래도 이민재. 넌 참 운이 좋은 거라고 생각해라.
             그 상대가 나니까 말이야. 난 그 정도 상처로는 끄떡없거든.
             만약에 다른 여자애였다면... 그 상처땜에 중환자실로
             실려갔을지도 몰라.

경진, 애써 웃어보이더니 벌떡 일어나 민재를 향해 선다.  

경진         걱정 마. 넌 아직 민경진이라는 친구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니까.
             내가 너하구 경진이가 잘 되도록 애써볼게. ...약속해.
             ... 그럼 나 먼저 간다.




*
그들이 쌓아온 최악의 타이밍은 드디어 파국을 맞는다.
하필이면 경진이의 고백과 맞물려.

분명 머릿속으로 백만가지 상황을 그리며 고민했을 경진.
그러나 결국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성질대로 고백을 해버리고..
그 때의 민재는 잠시 당황하며 어쩔줄을 몰라했지만
표정으로는 계속 미안해 미안해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걸 읽은 경진이는 이 날의 대사를 지금껏 준비했겠지.

"내가 너하고 경진이하고 잘되도록 애써볼게. 약속해."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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