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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좋게 말해 주부연습

by 하와이안걸 2005. 12. 1.
12월 1일. 맑음. 쉬는 날.

아홉시에 눈을 떴다. 여전히 몸은 찌뿌둥. 하늘이 흐리다.
어제 빨래해놓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이불속에서 좀더 뒹굴었다.
아홉시 삼십분. 구름속을 헤치고 해는 반짝 떠올랐고 나도 벌떡 일어났다.
귀한 햇살. 이불을 널고 털 슬리퍼를 잽싸게 빨아 널었다.
베란다 가득 이중으로 덮여있는 커튼을 최대한 끝까지 밀어넣으니
다다미방 구석구석 조명이 비추는 듯 햇살이 좌악 들어왔다.

티비를 켜니 여전히 여아 살인사건 용의자 체포로 떠들썩.
잡히든지 말든지; 무시하고 화면에 날씨 찍히기만을 기다렸다.
아침 현재 기온은 11도... 주말까지 맑은 날씨.. 음. 좋다. 
잠시 광고로 넘어갔는데 욕조 하수구 청소하는 약이 나왔다. 
오늘 사야지, 생각했다. 올 겨울의 숙제 반신욕을 위해!

달력을 뜯고, 세금 영수증을 체크하고, 몸무게를 재보았다.
;;;;;; 주위 사람들의 잔소리가 심해지면서 대충 예상은 했었지만
이 정도일줄야. 기록 경신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몇년만인가;;) 
있는 동안은 다이어트 잊으리라 다짐했건만 조금 흔들렸다.;
아니 그보다는, 혹시 영영 안 빠지면 어쩌나 두려웠다. 엉엉.

그러면서도 난 아침을 먹겠다고 가열차게 국을 데우고 있었다.;;;
냉장고 안 오래된 반찬들을 죄다 꺼내 상 위에 올려놓고,
오늘이 또 음식쓰레기 버리는 날이라고, 야채를 다듬어 새 반찬을 만들었다.
차찌꺼기를 미리; 버리기 위해 주전자 한가득 물도 끓여놓았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음식을 하는 현명한듯 이상한 주부습관.
아, 내가 왜 살이 찌는지 오늘에서야 조금 이해가 갔다. ㅠ.ㅠ
그냥, 이렇게 미리 주부연습을 한다고 생각해야지.
나중에 진짜 주부가 되었을 때, 뭐 지금과 똑같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덜 놀라지 않겠어?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고.

저녁엔 다음 주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성진이를 만날 듯 하다.
스타벅스에서 보자는 걸 미스터도넛으로 바꿨다.
이번 달 쿠폰상품은 담요와 발지압판이므로;; (놓칠 수 없다!)

뭐. 이런게 인생이지. 후우 (-_-)y-~~~;;;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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