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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펜 서비스

Foreigner and foreigner

by 하와이안걸 2013. 1. 1.

 

 


중학교 때였나 신촌 로타리를 지나는데 한 외국인 부부가 길을 물었다.

이태원 가는 길이 어디냐고, 택시를 타야하냐고 물으면서

온갖 서울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던 것 같다.

 

당연히 나는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태원이 어딘지도 몰랐음;)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했다. 뒤에서 들려오던 탄식 소리가 아직도 서늘할 정도.

그 때부터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에게 미안하고 불편한 감정이 있었다.

음식과 거리와 바가지 요금 등등 아무도 모르게 깊이 걱정하고 있었다.

일본에 다녀오면서 그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던 것 같다.

 

그리고 2012년 12월. 인도의 거리를 걸으며 온갖 신기한 광경들을 보고 있다.

어마어마한 소똥에 놀라고, 옷자락을 잡으며 구걸하는 할머니에 난감해 한다.

 릭샤들은 천천히 나를 뒤따르며 연신 가격을 부르고, 오토바이는 늘 위험하게 나를 비껴간다.

거리의 아이들은 신기한 듯이 웃고, 장사꾼들은 현지인의 두 배를 받으려 한다.

 

그런데 괜찮은거다.

나는 뭘 바꾸러 온 사람도 아니고, 도와주러 온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배우러 온 사람이고, 스스로 원해서 온 사람이니까.

 

자기 나라에 대해 무시 당할까봐 긴장하는 인디언도 있고

자기 나라를 불편해할까봐 걱정하는 인디언도 있다.

하지만 정말 괜찮다.

여기서 내게 무슨 일이 벌어져도 그건 당신들과 관계없는 일.

그건 이방인의 몫일 뿐이라고,

어린 시절의 나에게도 말해주었다.

 

 

 

 

 

* 발영어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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