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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그냥

한약이 내게 준 것 2 : 먹부림

by 하와이안걸 2015. 11. 11.



지난 번 마늘약을 통한 깨달음에 대해 중간점검을 해 보자면


1. 염분 줄이기


먼저, 김치 줄이기는 집에서는 가능한데 각종 탕집의 깍두기나 칼국수집의 겉절이 앞에서는 와르르 무너졌다.
또한 혼자 먹을 때는 철저히 안먹을 수 있었지만 남편과 먹을 때는 같이 먹게 되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느끼한 음식 (느끼하니까 김치) 또는 돼지고기 요리 (돼지고기에는 김치)를 자주 하다보니 그런 듯.

그나저나 한약 복용을 끝내고 짜장면과 라면을 외쳤던 나는 운명처럼 진짬뽕을 만났다. ㅠㅠ
동네 짬뽕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불맛이 여기에 있다니! 
오랜만에 국물까지 찹찹 떠 먹었더니 결국 입천장 다 벗겨지고 머리가 지끈지끈. 
그래도 나는 궁금할 뿐이다. 자매품인 진짜장도 불맛이 나는지... 




2. 천천히 꼭꼭 씹어먹기

위를 보호하고 편안한 배변활동을 위함이었는데 의식만 할 뿐 혀가 뇌를 가뿐히 이겨내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목구멍으로 쭉쭉 넘어간다.
평생 맛대가리 없는 것만 먹어야지. 이거 원 죄스러워서.
그리고 배변을 위해서는 음식의 입자보다는 규칙적인 식사량이 중요한 것 같다.
즉, 아침을 먹어야 하는 것이었다.
아침을 먹고 나니 신기하게도, 멈추다 서다 하던 기계가 착착 돌아가는 느낌이다.


어린 시절의 꿀 같은 휴일, 졸려도 아침 먹고 다시 자라는 엄마의 절절한 부탁이 맴돈다.
밥 먹으면 잠 깨는데 어떻게 또 자냐고 엄청 짜증 부렸는데, 잠만 잘 오더라. 넌 무슨 그런 소리를 했니. 




3. 좌욕하기


이쪽 트러블은 매일매일 엄청 편차가 심해서 결국 뭘 먹는지 매일 적기 시작했다.
다이어트 수첩을 자발적으로 쓰는 날이 오다니. 병(病)이 갑이다. 진정. 



4. 고기, 밀가루, 우유, 계란

아무 제재를 두지 않으니 세상 편하다. 
난 그동안 유제품과 계란을 맛으로 먹고, 좋아하고, 채워넣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리고 채소도 늘 데치고, 무치고, 육수에 볶는 등 나물로만 해먹었는데
아무 채소나 팬에 던져 넣고 올리브유, 소금, 후추 뿌려 휘리릭 볶아 더운 샐러드로 먹으니 편하고 맛있다.
요즘은 애호박, 새송이, 양파를 자주 볶아 먹고 있다. 



5. 운동하기


한약을 마치고 다시 예전 생활에 적응하는 중 갑자기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천장이 계속 핑핑 돌아서 계속 주저앉고 부딪치기 일쑤. 갑자기 가련하고 난리.  

하루 종일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앉아만 있던 날도 있었다.

그러던 중 체중계가 6년의 삶을 마쳤고, 우리는 샤오미를 새 식구로 영입했다.
그러나 남편이 Mi fit 어플을 까는 순간부터 그것은 내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남편에서 몸무게를 들키는 것보다, 내가 거기에 오르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부끄러웠다.
나는 대신 줄자로써 작금의 참상을 뼛속 깊이 깨달았고 (진심 몸무게보다 더 충격)
내 기준에서 그나마 덜 고통스러운 케틀벨 데드리프트를 시작했다.


운동의 역사와 과정은 다음 편에 계속...




언젠가는 오르리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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