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의 흥분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룰루랄라 신나게 김포로 향했다.
오늘은 몰딩, 문짝 페인트 도장과 욕실 철거의 날.
도착하니 이미 스타트. 현관 신발장도 서비스로 발라주셨다!
아직은 젯소 단계라 얼룩덜룩
시뻘겋던 등박스도 하얗게 변신하겠지.
여기서 잠시만 비포 장면 나갈게요.
밝은 색일 때랑 느낌이 확 다르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서 ^^
페인트 쪽은 여자 사장님 혼자 오셔서 진행하셨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사적인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편했다.
젯소칠을 마친 사장님은 조색을 위해
빨강, 검정, 흰색 페인트를 감으로 훅훅 부어가며 섞으셨다.
약간 칙칙한 흰색이 만들어져서 의아했으나
이게 무난하고 좋은 색이라고 하시니
그런가보다...하고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이 조색은 내가 절대 흉내낼 수 없는 조합이므로
남은 페인트는 페트병 같은 데 싸달라고 하면 좋다.
나중에 덧칠할 일이 분명히 생긴다.
먼저 실리콘인지 프라이머인지를 쏴서 틈새 메꾸고
저 기계를 사용해서 분사! 전문용어로 뿜칠이라고 하네요.
문짝 디테일이 참으로 복잡미묘하군 ㅠㅠ
많은 분들이 페인트 대신에 필름을 선호하지만
필름은 돈도 많이 드는데다, 저렇게 복잡한 굴곡들이 많아서 도장으로 선택했다.
"지금부터 뿜칠 들어가니까 40분 뒤에 와요."
부쩍 추워진 날씨에 나가기 싫었지만
일반 페인트라 냄새가 엄청났다. ㅠㅠ
사장님 드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받고 쭈뼛쭈뼛 집을 나와
아파트 놀이터와 벤치, 노인정, 헬스장 등을 둘러보았다.
아까보다는 조금 깔끔해진 듯한 현관 입구
도기상에 들렀다가 돌아오신 욕실 철거팀
방마다 장비와 쓰레기가 쌓여가는 중
욕실 천정의 실체
거친 해머질에도 타일 속 돌고래들은 신이 났고
집안 곳곳에 도기와 타일들이 쌓여갔다.
없애고 싶지만 없으면 안된다는 비상등
예상했지만 욕실 철거 소음도 만만치 않았다.
타일이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오후 내내 멈추질 않았다. ㅠㅠ
해머가 쿵 소리를 낼 때마다 심장이 쪼여드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더 참기 힘든 것은 페인트 냄새 ㅠㅠ
벤자민 무어도, 던 에드워드도 나는 모르오.
나는 제비표 페인트를 쓰고 있다오. ㅠㅠ
결국 동네 주민 한 분이 뛰어올라와 항의를 하셨다.
이거 신고하고 공사하는 거냐,
대문 좀 닫고 하면 안되느냐,
냄새랑 소음이 동시에 나면 어떡하냐...
아아. 죄송해서 혼났다. ㅠㅠ
공사 전에도 동의 받으면서 인사드렸지만
이사 후에도 다시 인사하러 다녀야 할 듯...
앞동에 뜬 비행기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오직 거실 베란다 뿐.
멍 때리고 있으면 비행기가 하늘을 가르며 휘잉~ 지나간다.
이 동네의 단점이 바로 '비행기 소음'이라는데
난 워낙 비행기를 좋아해서 단점인 지 잘 모르겠다.
"여기는 다 좋은데 비행기 소음이 크구만."
반장님이 다가와 말을 거셨다.
"그래도 아늑하고 좋은 집이야. 산도 보이고."
"정말요? 집 잘 구한 것 같아요?"
"그럼. 이 정도면 아주 괜찮지."
"(흐뭇)"
"이제 서너 번만 이사 더 다니고, 마흔 넘어서 큰 데로 옮기면 되는거야. 별 거 없다구..."
"........"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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