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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그냥

집안 정리

by 하와이안걸 2016. 11. 29.


1. 김포 라이프

이사한 지 3주차에 접어들고 있다.
남편은 숨가쁜 출퇴근을 통해 빠르게 이 동네에 적응하고 있고
나는 어제가 되어서야 동네 5대 마트 순방을 마치고, 모든 마트에 전번을 뿌리고 왔다;;;
내일부터 배추가 얼마, 깐마늘이 얼마 이런 게 문자로 오겠지. 후훗 -_-+


매주 수요일에는 아파트에 장이 서요!


동네에 대형 마트가 많아서 편리하긴 한데 (게다가 2만원 이상 배달!)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들이 스티로폼 접시나 투명 플라스틱 박스에 들어있어서
재활용 쓰레기의 양이 엄청나게 늘었다.


등촌시장에서는 검은 봉다리만 조심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재활용 용기와의 전쟁.
게다가 재활용 버리는 날이 일주일에 단 하루여서 ㅠㅠ
베란다에는 늘 부피 큰 쓰레기가 뭉게뭉게 쌓여간다.
이래서 재활용 쓰레기를 보관하는 바구니나 박스 같은 것들을 사나보다.
주 3일 버릴 수 있었던 빌라 주민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고!!!!


그래서 결론은 이케아에 가서 분리수거 가방을 사겠다는 것인데...


이케아 DIMPA 분리수거함 2,900/4.900원


재고 없음;;; (싹쓸이 구매대행 노노 ㅠㅠ)



입주 신고를 하면서 관리사무소 건물에 헬스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달에 만원. 슬쩍 봤는데 기구들도 상당히 좋다.
그러나 체중 감량과 함께 발살;;도 빠졌는지 운동화가 커져서
막판에는 유산소 운동 할 때마다 계속 물집이 잡혔었다.
요는, 헬스장용 신발을 새로 사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이런 핑계로 외면 중... 숨 좀 돌리자요.)



이사오면서 부끄부끄한 마음을 담아 위아래 옆집에 선물과 인사 쪽지를 남겼는데
다섯 집 중 무려 세 집에서 답장 또는 선물이 왔다. ㅠㅠ 
계약한 부동산에서는 부자 되라며 고급 휴지 30롤을 선물로 주셨다. 
아, 아름다운 김포여!


부자되라는 말이 이렇게 좋을 수가!


그리고 인테리어 반장님도 오랜만에 오셔서는
수건을 주시며 댓글 좀 부탁한다고 했다. 
댓글이 아니라 후기겠지요... (하아 반장님 ㅠㅠㅠ)


실 색깔이... 읽기가 힘들잖아요 ㅠㅠ



이렇게 운동을 할까말까, 장을 보러 나갈까말까를 고민하며 살고 있다.
아직 온라인 집들이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책장 아웃 책상 인


아직도 이렇게 가구 위치를 바꾸고 있기 때문;;;
버리고 새로 사면 해결되는 일인데
인테리어 잔금 다 치르고 나니 다시 소심한 소비자로 전락했는지 
그렇게 거침 없고 쉬웠던 일들이 이젠 쉽지가 않다. ㅠㅠ
여튼 그렇게 온라인 집들이는 미뤄지는 중.




2. 패밀리 라이프

이사를 마치자마자 아빠가 입원을 하셨다.
매일은 아니지만 아빠와 함께 병실 생활을 2주 정도 하였는데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린 듯 싶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할게요. 훌쩍.


병실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시간은 소등 후.
독서도 어림없고, 스마트폰 하나에 매달려 살았다. 
인스타에서는 넘치는 인테리어 사진을 올리며 기분 좋게 댓글을 주고 받았고,
나머지 시간은 카카오 프렌즈 팝콘이라는 게임에 빠져지냈다.
하트가 부족해서 자는 친구들 여럿 깨우고 (이 자리를 빌려 사과를...)
단순하기 그지 없는 게임을 천재 수학자라도 된양 미친 듯이 집착했다. 



남매가 나란히 1, 2위;;; 캐릭터 똑같;;; (어머 다당도!)



가끔 찾아오는 혼밥 시간에는 7층 카페테리아로 갔다.
가격이 공항만큼 비싸서 의사와 교수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병원 내 식당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입원 환자는 출입 금지.
산책하면서 기웃거리다가 돌아가는 환자들이 짠하게 많다. 포장 메뉴도 거의 없다.
그냥 처음부터 의사를 위한 공간이었던 것 같다.


낮고 좁은 병실에서 하루 종일 약도 음식도 
배설물도 아닌 오묘한 냄새에 갇혀 지내는 환자 가족들.
그들은 휴게실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지하 2층 식당가로 내려간다.
그런데 이곳은 층고도 높고 통유리창에 비치는 신촌의 풍광도 썩 아름답다.
자리에 앉는 순간 눈물이 쏙 들어갈 정도로.


엄마와 교대할 때 꼭 여기서 밥을 사 드려야지.
남편이 오면 여기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해야지.
아빠가 퇴원하시면 꼭 여기에 들렀다 가야지.


오랜만에 밥알을 씹으며 생각했다.



가장 저렴한 메뉴. 청국장 9,500원



다행히 한 고비를 넘기고 아빠는 퇴원하셨다.
집으로 가시는 길에 우리 새집에도 들러서 조촐하게나마 집들이도 했다.
아빠는 소파에 앉자마자 케이팝스타6와 판타스틱듀오를 틀라고 했다. 유료결제 푸시푸시;;;



왁자지껄한 티비 소리를 배경으로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식사를 했다.
조카들이 참새처럼 떠들었고, 가족들은 서로에게 공을 돌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빠의 목소리는 치료 탓에 굳게 잠겨 있었지만, 진통제 강도가 줄어든 덕인지 정신은 말짱하셨다.
가끔씩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속삭이는 목소리로 농담도 하셨다.



나는 물었다. 지난 주 수요일에 아빠 친구분들 오셨을 때 기억하냐고.
아빠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날 아빠 친구분이 네 분이 오셨는데
한 분이 계속 불편하게 서 계시길래 편히 앉으시라 했더니
아빠 손이 차가워서 두 손으로 잡아주고 싶다고,
불편하지 않으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그분을 보면서 어쩜 저렇게 따뜻한 어르신이 있을까 감탄했었다.


나 그분 때문에 '울컥'했다고 아빠에게 말했더니
아빠는 그 친구가 와서 손잡아준 것은 기억이 난다고 했다.
아, 역시...라고 감동하는데 그 뒤에 덧붙이길







"원래 다정한 놈이야. 결혼도 세 번째고."








이게 말로만 듣던 팩트폭행... ㅠㅠ
그래도 아빠 손 오래도록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나 역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온/오프 집들이를 준비 중이다.
잠시 멈추었던 LCHF 식단에 걱정했지만 다행히 몸무게는 그대로 유지.



버터커터기를 나에게 선물



곱창돌김의 계절이 돌아왔어요!




이렇게 울고 웃고 정신 없었던 11월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흑. 어서 지나가주길... ㅠㅠㅠ



그리고 12월의 나는
게임을 지우고 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주말 내내 집들이를 하며 밀렸던 수다를 떨 것이고,
연내에 출간될 두 번째 번역본을 조용히 홍보할 것이다. 
그리고 정말 용기를 내어 운전에 다시 도전할 것이다.



과연 몇 가지나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그래도 마음만큼은 가볍게 떠있는
하반기 들어 최고로 좋은 요즘이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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