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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그냥

온라인 집들이 2 (방, 욕실 편)

by 하와이안걸 2016. 12. 14.



이제 방과 욕실로 넘어갈게요.


이 집은 24평으로 방 3개와 욕실 2개가 있어요.
여분의 욕실과 넓은 베란다 공간 때문에 거실과 부엌이 작아진 케이스죠.
그리고 안방이 무척 크다는 특징이 있어요.


이 큰 방에 침대 하나만 놓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처음에는 침실을 작은 방에 꾸미고, 안방을 사무실처럼 쓰려고 했어요.
화장실도 달려있으니 뭔가 독립적인 공간으로 쓸 수 있을 듯 했지요.
아이템도 없으면서 급히 사업자 등록증을 내야할 것 같고 막 ㅋㅋㅋ



겨우 시안 2일 뿐 ㅋㅋㅋ


이런 식으로 방마다 열 개 가까이 구조를 그려대곤 했어요.
안방은 그나마 빨리 결정한 편이었는데 나중에 싹다 바뀌게 되죠. ㅠㅠ


BEFORE : 넓지만 꽉 찬 안방


BEFORE : 마음껏 넓어진 침실


저의 야심작인 수납형 침대가 드디어 등장합니다.
키와 덩치가 큰 남편, 그리고 결혼하고 살이 훅 오른 저에게 퀸 사이즈 침대는 너무 비좁았어요.
남편의 발은 침대 밖 허공에 떨구어지기 일쑤였고 ㅠㅠ
저는 남편에게 밀려 바닥에 떨어질까봐 온몸에 힘을 주고 잠을 잤어요.
거나하게 취한 남편이 침대 위에 대자로 누운 날엔 저는 바닥행이었죠.


이사를 결정하고 침대부터 알아봤어요.
그러나 킹사이즈도 그닥 편할 것 같지가 않았죠.
캘리포니아 킹사이즈라는 것이 그나마 넓었지만 거기에 맞는 매트리스까지 구하려면
해외 직구를 해야할 판이었어요. 
해외 직구가 아무리 싸다고 해도 국내 판매가보다 쌀 뿐이지
한 세트 제대로 장만하면 몇백은 그냥 나가겠더라고요.
침대 커버 등의 패브릭도 새로 장만해야 하고요.


그때 눈에 들어온 자료들!




아니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니!!!
침대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냥 바닥에서 단이 하나 높아지는 개념!
그 위에는 푹신한 요만 깔아도 충분해 보였고
새로 생긴 공간에는 이불 등을 수납할 수 있으니 완전 최고의 방법이었죠.
마침 저희에겐 1년 전에 매트리스가 불편해서 새로 장만한 라텍스 토퍼가 있었고요! 그것도 킹으로!


흥분한 저는 여러 공방에 견적을 문의했습니다.
다들 짠 듯이 최소 3백을 부르더라구요 ㅠㅠ
인테리어 업체에 이야기해서 공사하면 훨씬 싸게할 수 있다는 팁도 있었지만
소재도 불분명했고, 이사갈 때 가져가기가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렇게 하염없이 검색을 하다가 비밀스러운 블로그를 알게 되었어요.
가격도 투명하게 적혀있었는데 원목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격이 착해서
바빠서 당분간 주문 안받는다고 대문에 써 있었는데도 미친 듯이 들이댔죠. 
그리고 마음에 드는 금액을 제안 받아서 그날 바로 입금을 했어요.
계약서도 없고 선수금도 없고 전액 입금 말고는 아무 방법이 없었어요 ㅋㅋ
그래도 사진과 같은 공간이 생긴다는 기대로 홀린 듯이 입금을 하고 말았답니다.


그리고 며칠 동안 사기 아닐까 하는 불안함에 남편에게도 말 못하고 벌벌벌 ㅋㅋㅋ



초안



수정안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썼던 저 치수가 그렇게 어마어마한 줄도 모르고 ㅋㅋㅋ
초안대로 했으면 정말 난리가 났을 듯;;;
자료 사진처럼 한쪽 벽을 꽉 채운 평상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아쉽게도 그런 공간이 나오지 않았어요.
안방은 화장실과 베란다 창문이 방해가 되었고,
작은 방은 길이가 나오지 않아서 결국 킹 사이즈 침대와 큰 차이가 없었죠.
 

결국 단이 높아진 인테리어, 모던한 평상의 개념이 아닌
대형 가구의 개념으로 단념할 수 밖에 없었어요 ㅋㅋㅋ
대신 조각 조각으로 분리가 가능하여 이동에 용이하도록 했죠.
실제로 모든 가구를 엘리베이터에 싣고 올라오셨어요.



그렇게 완성된 수납형 원목 침대


남는 공간에 휴대폰, 책 다 놓을 수 있고


이렇게 열립니다 ㅋㅋㅋ 조명도 달아주심


넓어진 침대 덕분에 진짜 오랜만에 꿀잠 잡니다.
전기장판이 필요할까봐 걱정했는데 나무가 열을 잘 품고 있어서 문제 없어요.
가끔 이렇게 환기만 해주면 OK!


이삿날 저녁, 이 침대가 집으로 들어올 때의
남편의 지진난 동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ㅋㅋㅋ
얘가 뭔 짓을 저지른건가 싶은 눈빛이었으나 이제는 잘했다고 칭찬해 줍니다. 
이렇게 서프라이즈는 성공! 가격도 대만족!!


BEFORE : 애매한 안방 화장실


AFTER : 무광 타일 + 발매트로 건식 완성



안방 화장실은 그나마 깨끗해서
비용 절감을 위해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냥 두기에는 역시 찝찝했어요.
저 꽃무늬 장식 둘러진 도기들도 묘하게 기분 나빴고요;;;
건식으로 쓰고 싶지만 건식 공사하면 비용이 추가된다고 하니
그냥 메인 화장실과 톤을 맞추고 발매트를 군데군데 깔아서 건식으로 쓰기로 했어요.



나름 괜찮습니다 ㅋㅋㅋ



이대로도 큰 불편은 없지만
거실에 깔린 회색 러그도 무척 오래된 거라 (구멍이 나 있음;;;)
바닥 색에 맞는 브라운 계열의 새 러그를 사면
기존의 거실 러그를 안방 화장실에 맞게 잘 오려서;;; 깔아볼까 합니다.
색상도 맞고 푹신하니 아주 좋을 듯!


빨래 널기 좋은 동향


안방은 해도 잘 들고 다 좋지만
아쉬운 점은 바로 저 베란다로 이어지는 창이에요.
안방 유리만 저런 올드한 무늬가 있네요. 안방의 상징인가요 ㅠㅠ
원래는 이 방까지 필름 시공을 할까 생각했는데
유리를 바꾸지 않는 한 의미 없겠다 싶어서 그냥 체리로 두었어요.

그 선택은 잘한 것 같은데
저 회색 콤비 블라인드가 체리색과 어울리지 않네요 ㅠㅠ
블라인드 색상이 너무 제각각이면 정신 없을 것 같아서
무난한 회색으로 통일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중에 필름 시공을 추가하리! 다짐하지만 그렇게 될까 싶고요;;; (닫혀버린 지갑)
제가 페인트를 배워서 몰래몰래 칠해볼까 해요.
그때까지는 손님 오실 때만 블라인드로 창틀을 가려보겠어요. 
 


이제 부엌 옆에 있는 옷방으로 넘어가 볼게요!
저희에겐 신혼 때부터 써 온 저렴이 붙박이장이 있답니다.
재설치비가 4만원이어서 이사 다니면서도 부담없이 계속 쓰고 있었어요.
방이 쪼끔 넓어졌으니 ㄱ자로도 확장되지 않을까 싶어서 문의를 했죠.

저렴한 곳에 주문할 때는 자세히 그려야합니다;


일단 이삿날 기존 자재만으로 재설치를 하고 (=일단 인건비 드리고)
그날 설치하면서 확장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어요.


BEFORE : 왕자 행거와 곡식의 만남


AFTER : 붙박이장과 서랍장으로 마무리


결국 기존 붙박이장 5개가 그대로 들어갔어요. ㄱ자 확장은 안된대요 ㅠㅠ
확장은 커녕 이제 그만 쓰고 버리라는 간곡한 충고를 들었어요 ㅋㅋㅋ 
이삿짐 아주머니도 이런 가구는 사는 게 아니라고 하시고. 아놔 ㅋㅋㅋ
어차피 재설치비도 7만원으로 올랐으니 이 집에서 생을 마감하게 해 주려 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걸 베란다 장으로 쓰고 여기에 새 옷장을 짤 걸 그랬어요.
후회! 후회! 후회!!!!! ㅠㅠㅠㅠ


벽과 장 사이의 약간의 틈에는 이제는 걸기 부끄러운 결혼 사진을 고이 모셨습니다. ㅋㅋㅋ
우측에는 양말 및 속옷장으로 쓰던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케아 말름 서랍장이에요.
적당한 위치에 잘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반대편에는 화장대


유일하게 남은 신혼 가구인 화장대 서랍장과
만만하기 짝이 없는 이케아 헬메르 서랍장은 그대로 사용하기로.


갈아입은 옷을 세탁기로 슛!


옷방에서 갈아입은 옷을 창문 너머 세탁기로!
빨래 건조대에서 다 마른 옷을 옷걸이째 창문으로 가져와 옷장으로!
이런 동선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ㅠㅠ
그러나 안방과 마찬가지로 체리색 창틀과 회색 블라인드의 부조화가 가슴 아프네요 ㅠㅠ




거실 욕실로 넘어갈게요.
이 부분은 시공에 작은 트러블이 있어놔서 ㅋㅋ 틈틈이 보셨을 거에요.


BEFORE : 돌고래가 뛰놀던 베이지톤 욕실

AFTER : 짙은 회색톤으로 변신



거실 욕실은 굉장히 작게 나왔어요.
세면대와 변기가 일체형이었고 수납장이 매우 부족했으며
변기도 작은 사이즈가 들어가 있었죠.
사이즈도 안 재고 대형 변기를 떡 하니 놓았더니 문이 닫히지 않아서
여러 번 재시공을 했더랬죠.


수전이나 수건 걸이 같은 액세서리는 하나하나 다 고르게 해 주면서
이상하게도 덩치 큰 도기는 직접 고르게 하질 않았어요.
뭔가 이것도 특가 제품이 있던 것이 아닌가 의심해 봅니다.
결론적으로 쓰기 요상한 제품은 없었지만요.
그리고 세면대 높이와 수납장 높이를 높인 것은 잘한 선택 같습니다.
남편이 쓰기 편하다고 하네요.


사실 요즘처럼 추워진 날씨에
매일 욕조에서 피로를 풀고 체온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 너무 만족하는지라
거실 욕실에 대한 사사로운 불만은 다 사라졌어요.
욕조가 짱이에요!!! 우리집에서 일등!


예쁜 샴푸통이 있다면 코너 선반은 필요없지


지난 가을에 일본 무지에서 사온 샴푸 디스펜서를 드디어 사용합니다. 감격 ㅠㅠ
이런 거 쓰는 사람들 유난 떤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고 깔끔해서 대만족!
디스펜서용 샴푸 린스 어디서 파는지 찾아볼 생각입니다. ㅋㅋㅋ


일본 하니까 생각나는 디퓨저, 여기있고요 ^^




마지막으로 현관 바로 옆에 있는 작은방으로 가볼게요.
이 방에도 베란다가 따로 있었는데 전 주인이 확장했다고 하네요.
확장한 건 아주 좋은데 공사가 꼼꼼히 되지 않아서
샤시도 일부는 벽에 묻혀있고, 벽도 심하게 휘어있어요.
베란다용 등이 그대로 달려있는 것도 이상했지요.



공사로 인해 길쭉해진 이 방을 침실로 쓰면 좋겠다 싶어서 야심차게 기획했지만
실측상의 오류로 인해 결국 침대가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어요 ㅋㅋ
집탓만 하기에는 꼼꼼히 재지 못한 저의 잘못이 첫째라 처음에는 엄청 자책했지만
살아본 결과 지금이 정답이라는 것을 점점 깨닫고 있어요.
안방에 침대가 있는 것이, 이 방은 컴퓨터방으로 쓰는 것이 딱이었어요.



BEFORE : 짐이 빠진 후의 사진


AFTER : 긴 공간을 길게 사용한 컴퓨터방


이 방 블라인드만 알루미늄으로 했어요.
뭔가 사무실 같으면서 ㅋㅋ 체리색을 완전히 가려줄 아이가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침실이 될 줄 알고 사왔던 무드등이 뙇 ㅋㅋ 
남편이 기립하면 어김 없이 강한 헤딩 뙇 ㅋㅋㅋ 
그래도 이 아이 덕분에 지저분한 방이 조금 예뻐보이지 않나요? 
감성 터지게 일해보려고 합니다.


BEFORE : 굴곡진 벽면


AFTER : 책장 두개로 잘 가려봅니다


아, 왜 저렇게 높고 어두운 책장을 3개나 샀는지 내내 후회가 되었습니다.
정리하자고 맘 먹으면 계속 줄일 수 있는 게 책인데 말이죠.
누가 가져가만 준다면 낮은 책장으로 개성있게 다시 정리해 보고 싶네요.


같은 책상 두 개로 사무실 느낌 도전!


책상 두 개를 일렬로 놓고 각자 컴퓨터 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로망이었답니다.
부엌 분식집 테이블과 함께 이 책상 두 개도 침대 만들어준 공방에 같이 주문했어요.
단순하고 튼튼하니 아주 마음에 들어요.


사실 이 책상 위에는 아무 것도 두지 않을 예정이었고 (헉!!!)
손님들이 오시면 베란다로 이걸 들고 나가서 (푸흡ㅋㅋ)
식탁으로 써 보자는 의도가 있었지요. (어머 웬일이니;;;)
그러나 보시다시피 ㅋ 미션 임파서블이었습니다. 
당분간 저는 머리를 쓰지 않는 것으로 ㅠㅠ


가지고 있던 책상 중 하나는 접이식이라 금방 팔렸으나
다른 하나는 헐값에 내놓아도 팔리지가 않아서;;;


이렇게 끄트머리에 좌천


처음엔 베란다에 놓았다가 다시 방안으로 들였습니다.
여행 가방이 잘 숨겨지네요. 선풍기도 숨겨볼까 합니다.
책상 자체는 사실 크게 거슬릴 게 없어요.
그런데 그 위에 놓인 와인 수납 선반과 장식 선반이 고민입니다. ㅠㅠ


나의 시디와 남편의 술


듣지도 않으면서 애지중지하는 나의 음악들과
비우고 채우고를 반복하는 남편의 미니 술장 (원래 CD장이었음 ㅋㅋㅋ)
이번 집에서는 어색한 위치에 함께하게 되었지만
실로 후덜덜했던 중고나라 미니멀 폭풍에서 살아남은 게 용할 뿐입니다! 브라보!!!



이렇게 집안 곳곳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사오고 한달 남짓의 시간 동안 집순이 김포댁이 되어 뒹굴거린 결과
너무 잘한 결정 같습니다.


벌써 너무 살림 때가 묻어서;;;
사진으로 공개하기 부끄러운 수준이 아닌가 걱정되지만
감각이랑 효용 가치를 다 떠나서
이 정도면 넓게 잘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움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집이 바뀌면서 가장 좋고 신기한 것은
운동을 안하고 밀가루와 설탕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
그게 어디 집 때문이겠냐 하시겠지만 저는 그 영향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미니멀까지는 아니어도 생활이 (전보다) 간결해져서인지
장보기나 상차림 같은 것들이 뭔가 간소해진 것 같아요.
이 말을 뱉음과 동시에 살이 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러면 운동을 다시 시작하라는 뜻으로 알고... ㅠㅠ 


오늘은 우리 단지에 장이 서는 날입니다.
저녁거리를 사러 나가봐야겠어요.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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