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단 만들기는 아파트 단지의 아이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물론 나도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아이들 틈에 섞여 열심히 만들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진짜 은단은 아파트 2층에서 떨어뜨려도 안 깨진대."
"진흙으로 만든 경단이 그렇게 단단해?"
하지만 그 전설에 반론하는 아이는 없었고, 모두 땅바닥에 주저앉아 경쟁하듯 은단 만들기에 빠져들었다.
"쟤가 만든 은단, 엄청 반짝거려."
정찰에 나섰던 아이의 정보가 들어오면 "보여줘, 보여줘"하며 확인에 나섰고, 지지 않겠다는 경쟁심을 활활 불태웠다.
그 집중력을 공부에도 조금...이라는 건, 역시 다른 얘기다. 놀이에 몰두했던 그 즐거웠던 감각은 어른이 되었을 때의 불안한 마음을 지탱해주는 힘이 되는 것 같다.
- 마스다 미리, '어른 초등학생' 중에서
(p.21~22)
*
타고난 우울과 소심함을 데리고도
오늘날 이렇게 사람 구실하고 사는 건
다 어린 날의 내 덕분인가보다.
#하루종일_고무줄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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