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속상한 첫 지각 ㅠ.ㅠ

by 하와이안걸 2005. 3. 13.
3월 13일. 10시 근무.


오늘 첫 지각을 기록하였다. 정말 꿈이었으면 좋겠다...

시계보다 먼저 눈을 뜨고, 밥에 국까지 데워서 든든히 먹고, 아주 일찍 공항에 도착하였다.
정말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그런데...

탈의실 락커열쇠가 없는 것이다. ㅡ.ㅡ;;; 아, 상상만하던 이런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다니... 눈앞이 노랬다.
가방을 뒤집어 털고 하나하나 다 뒤져보아도 없었다.

남은 시간 18분. 같은 층에 있는 공항 사무실로 뛰어갔다. 그러나 일요일이라 직원은 한명뿐.
신문 펼쳐놓고 졸고있었다. ;;; 락커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하자 한참을 생각하더니
1층의 보사이(防災) 센터로 가보라고 한다. 거기가 어디냐고 했더니 북쪽끝에 있다고 한다.

열라 뛰었다. 북쪽 끝 직원출구가 보이려는 찰나 보안요원이 지나가길래 확인차 한번 더 물었더니
이번에는 남쪽 끝이라는 것이다. ㅡ.ㅡ;;;

사무실에서 졸던 직원보다는 제복 폼나게 입고 공항을 활보하는 이 사람말이 맞겠지 싶어서
다시 반대로 열라 뛰었다. 아, 공항은 왜 그렇게 넓던지.. 사람들은 또 왜 그렇게 많던지...

남쪽 끝으로 가서 보안번호를 누르기 위해 버벅대는데 이번에는 여자 보안요원이 무슨 일이냐며 말을 건다.
락커 열쇠를 잃어버려서 보사이 센터에 간다고 했더니 북쪽으로 다시 가라는 것이다;;;
원래는 남쪽이 맞는데 일요일에는 북쪽에만 연다는 것이다. 이런 -_-+ 지각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ㅠ.ㅠ

다시 북쪽으로 열라 뛰어서 보사이 센터로 뛰어 들어갔더니 점장과 함께 와야 열쇠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
아, 사원들 모르게 해결하려고 이 고생을 했건만.. 이 꼴로, 이 시간에 화과자관 사무실을 찾아야 하다니. ㅠ.ㅠ

2층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내 꼴은 말이 아니었다. 땀범벅에 얼굴을 벌겋게 달아오르고...
다행히 착한 편;인 정사원 무라마츠가 오늘 출퇴근 담당이었다.

"이상! 무슨 일이에요. 안그래도 아직 안와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락커 열쇠를 잃어버려서 4층에 갔더니 1층에 가라고 해서 어쩌구저쩌구 ㅠ,ㅠ"
"아.. 혼자가면 안되지. 4층에서 얘기 안해줬구나. 그럴땐 무조건 여기부터 와서 사원을 찾아요. 그게 제일 빨라."
"죄송합니다. ㅠ,ㅠ"
"같이 가봐요. 어휴 땀좀봐. 얼마나 뛴거에요. 그리고 원래 거기 한번에 찾아가기 힘들어요."

직원이 열쇠받는 방법을 대충 알려줬다해도, 공항 보안요원이 길을 잘못 알려줬다해도,
하필 오늘이 일요일이었다해도, 첫 번째 원인은 열쇠관리에 소홀했던 나다.

제 아무리 성격좋고 착한 무라마츠라 해도 일하다말고 이런 직원을 데리고 열쇠받으러 가는 길이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겉으로는 날 이해하고 좋게좋게 말해주었지만 가는 내내 분위기는 왠지 서먹했다.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죽고싶은 심정이었다.
정말이지.. 지각만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렇게 노력했는데...

열쇠를 받아오니 30분이 지나있었다. 이로서 나의 퇴근 시간은 7시가 되고...
(이곳은 지각하면 지각한 시간만큼 더 일하고 가야한다. 돈은 지급되지 않고.)

일하러 들어가니 모두 전해들은 듯 웃으면서 반겨준다. (쪽팔려...;;)
점심 미팅 때는 오늘의 일을 이야기해주며 (이름은 안밝혔지만 뭐.. 바보가 아닌이상;;;)
일요일 비상근무처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점심 먹은 후, 최고로 붐비는 최악의 일요일 오후를 만끽했다. ;;; 그러면서 반찬 코너를 익히고...

아, 열쇠는 락커 안에 떨어져 있었다. ;;; 그렇다고 열려 있던 것은 아니고...
요즘 직원이 갑자기 늘어나서 둘이 쓰는 락커가 꽤 있다. 나 역시 그러한 상태라 상대가 잠그면 꼼짝못한다.
그나저나 어제 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옷을 갈아입었길래 락커 잠그는 것도 잊었던 것일까. 휴.. 긴 하루였다.





이젠 정말 끝.

'언젠가 눌러앉기 > 2004-2006, Jap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일이면 그녀가 온다.  (0) 2005.03.15
이상의 실수라구요?  (0) 2005.03.14
욘사마는 해남에 있어요.  (0) 2005.03.12
김짱과 스키야키^^  (0) 2005.03.09
3월의 폭설  (0) 2005.03.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