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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이상의 실수라구요?

by 하와이안걸 2005. 3. 14.
3월 14일. 새벽 근무.


오늘은 정말 추웠다. 여기도 꽃샘추위라는게 있나보다. 아주 간만에 아침기온 1도를 기록.
옷장 안에 깊숙이 쳐박아두었던 털 솔솔 빠지는 파카를 챙겨입고 새벽길을 나섰다.

오전은 순조로웠다. 월요일 오전답게 너무 한가해서 좀이 쑤셨던 것만 빼고는 완벽했다.
오늘따라 친절한 사원들만 출근했던, 웃으며 편하게 일했던 완벽한 오전이었다.

그러나 사고는 오후에 터져버렸다. ㅡ.ㅡ;
점심 먹고 레지점검을 도는데 하필 첫번째 레지부터 마이너스 1,000엔이 나온 것이다.
정사원 하타노에게 더블체크까지 받고 오전 동안의 영수증을 출력하였다.
그리고 곧 옆 레지를 다시 점검했다. 혹시 플러스 1,000엔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그러나 옆 레지는 어이없게도 마이너스 4,960엔을 기록, 숨죽이며 지켜보던 모든 사원들을 절망시켰다.
두 레지 모두 사용했던 나 역시... ㅠ_ㅠ
정사원의 더블체크를 받기 위해 파란 목걸이를 눈으로 휘휘 찾는데 미야자와랑 눈이 딱 마주쳤다.
아니나다를까 내 옆으로 오는 그녀.

"이상. 무슨 일 생겼어요?" (또 너구나 하는 표정;;;)
"아뇨. 돈이 안맞아서 더블체크 받으려고요."
"손님들 오면 판매하고 있어요. 내가 볼게."

그러더니 돈을 막 세어보기 시작. 하필 그 시간이 손님이 붐비는 바람에 관찰을 놓치고 계속 판매 또 판매...

슬쩍 보니 눈치가 역시나 뭔가가 안맞는 모양. 그 때! 불안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오오츠카 아줌마가 미야자와에게 다가갔다. 오전 내내 실수가 많던 아줌마.
심지어는 본인의 입으로 "오늘 오오츠카상은 아무래도 위험해!"라고 말하던 아줌마.

"미야자와상... 사실은 나..."
하면서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미야자와상에게 건네어주었다. 영수증 같은 하얀 종이쪽지였다.

아, 하필 그 중요한 시점에 손님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들이대는 바람에 그 후를 못보았다. ㅠ.ㅠ

잠시 후 한가해져서 레지쪽으로 슬쩍 다가가자 미야자와 하는 말,

"이상. 이 레지 문제없어요. 이제 써도 돼."
"어, 그래도 아직 사원한테 더블체크 못 받았는데.."
"응. 괜찮아. 원인은 이상이 500엔짜리 동전이랑 50엔짜리 동전을 잘못 세서 그런거였어."
"네???"
"이상이 틀렸다구! 앞으로 신경써서 해 줘."

그 순간 다시 손님들이 들이대며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다시 판매에 열중하였다.
내가 또 뭔가를 실수했구나, 마음속에 뭔가가 또 쌓이는걸 느끼며...

그리고는 곧 퇴근 시간이 되었다.
미야자와의 고양이 같은 눈을 피해 얼른 자리를 떴지만 기분은 너무 안좋았다.

돌아가는 모노레일 내내 생각해봤는데 뭔가 구렸다.
50엔 500엔을 내가 잘못세었다고 해도 4,960엔은 나올 수가 없잖은가.
그리고 오오츠카 아줌마의 쪽지는 뭐였을까.
게다가 정사원의 더블체크도 없이 마음대로 레지를 다시 여는건 또 뭔가.
이번엔 왜 한사람씩 불러서 물어보지 않는건가.

기분이 안좋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 추웠다.
특히 이젠 아예 날 바보로 아는 미야자와의 어이없는 거짓말과,
없는 사람 취급하듯 일의 경과를 알려주지 않는 그녀의 무례함.. 분해서 눈물이 나오려한다.

그래도 다행인건 정사원 무라마츠 상이 두 레지 모두 마이너스라는 것을 나에게 잠깐 들어 알고있다는 것 뿐.
어떻게든 영수증 뽑아서 지지고 볶고 해결을 보았겠지.
설마 누구 한사람의 실수가 이대로, 모두가 의심을 받는채로(일순위는 나라고요 ㅠ.ㅠ) 묻혀지는건 아니겠지.

이런 이야기를 누구에게 하면 좋을까. 4년차 불여우가 아닌 2달차 울렁증 편이 되어줄 사원은 있긴한걸까.

기회는 올 것이다.
이럴수록 정신 번쩍 차리고 열심히 더욱 열심히..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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