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통역 알바로 의뢰를 받았다가 부담스러워서 거절,
촬영 코디네이터라도 함께해 달라고 해서 승락한 이번 출장은
가기 전부터 차량 섭외 때문에 스트레스 이빠이였다.
1박 2일이라 우습게 봤는데 날씨도 안 도와주고
처음보는 스탭들이랑 뭉근한 기싸움...
그새 꼰대가 된 것인가 자아성찰도 하고;;;
역시 조직이란 어려운 것,
프로란 어려운 것,
돈 버는 일이란 무엇이든 어렵다!!!
..라는 걸 뼈저리게 느긴 시간이었다.
공항에서 야채 카레를 먹으며 점보 버스를 기다렸다.
기내식의 아쉬움이 싹 가시는 맛.
예약 차량과 무사히 만났다.
급하게 예약하느라 선금을 100% 걸었는데도 메일 답장도 제대로 안 해줘서
도착 직전까지 심장 쪼이게 만들었던 M모 택시 회사 ㅠㅠ
다행히 도라이바 상은 친절하신 분들이어서 내 이상한 질문에도 다 답해 주시고
일정에 대한 어드바이스도 열정적으로 해 주셨다.
9인승 차량 앞자리에 앉아 도라이바 상과 독대하는 즐거움이란!
마이크가 있었으면 싶었다. 내 안에 가이도 상이 있나...
촬영지 도착.
유명한 조경 건축가의 집인데 지어진 지 18년이 되었다는데도 너무 깨끗하고 모던했다.
인터뷰 내용은 더욱 감동적이었다.
쉬운 설명만으로도 가 보고 싶게 만드는, 상상력이 풀 가동되는 컨셉추얼한 공간.
(최고급 주거단지라 가볼 수 없다는 것이 함정 ㅠㅠ)
조경이란 '자연이 말하게 하는 것'이라는 철학도 너무 좋았다.
통역하시는 분도 마침 건축가셔서 존경과 배려가 가득한 자리였다.
프로의 세계란 이런 것이구나.
에어컨이 없는 복도에서 귀를 쫑긋 세우며 경청했던 인터뷰.
땀을 한 바가지 흘렸지만 너무 좋았다.
그러나 그날 대표님께 찍힌 내 독사진을 보고 충격에 충격.
아... 저 데이터를 불태워야 할 텐데...
몸뚱아리는 각오한 대로였다. 땀에 절은 얼굴도 마찬가지 ㅠㅠ
그런데 급하게 꺼내 입고 간 옷이 최악으로 안 어울렸다.
옷가지부터 불태우자.
이틀 예정이었던 촬영은
날씨 및 대가님의 컨디션 난조로 하루만에 바짝 찍고 완료.
빗속을 뚫고 사모님이 공수해 오신 케이크로 티타임을 가졌다.
냉차 유리컵에 이은 수 많은 설거지 거리에 내가 다 한숨이 나왔다. 스미마셍 ㅠㅠ
그러나 디저트는 너무나 훌륭했다.
단순한 생크림 케이크인줄 알았는데 바닥에는 파이 기지와 함께
단호박(or 밤) 무스가 살짝 들어가서 완전 대박.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던 하루.
숙소로 향하면서 내일 촬영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도라이바 상에게 전했다.
차량 자체를 취소할 수도 없거니와 촬영짐이 너무 많은 상태라
다음 날은 오사카 시내 몇 군데를 둘러보기로 했다. 다행히 금액 변동은 없었다.
숙소에 도착.
대표님과 한 방을 쓴다고 해서 은근 걱정했는데 방이 나뉘어져 있다!
생뚱맞은 위치에 있는 저렴한 숙소라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짐 많고 어색한 출장에 이만한 숙소가 없지!
반대편으로는 주방과 식탁 공간이 있었다. 쓸 일은 없었지만.
저녁 식사 장소도 내가 찾아야했다.
주변에 뭐가 너무 없어서;;; 도보 15분 거리의 쇼핑몰 식당가로 급히 정했다.
모두가 원하던 오코노미야키 집은 만석이라
간판이 예쁘고 단체석이 있는 소바집으로 들어갔으나...
정말 말도 안 되게 양이 적었다. 특히 안주.
양 적은 일본은 옛말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렇게 야박한 곳이 있다니 새삼 충격.
서로서로 음식을 양보하느라 어색함이 최고치에 이르렀고;;;;;;;;
이래저래 다시 심장이 쪼이기 시작하는 이상 ㅠㅠ
슈퍼에서 맥주를 사다가 방에서 2차를 하기로 했다.
고양이가 많은 공원에서 찰칵.
아이폰 7으로 바꾸어도 밤 사진은 변함이 없네;;;
배워야겠다.
따라란.
4인 방에 들어가니 대궐 같이 넓다. ㅋㅋㅋ
어색함과 오해를 나름 풀었던 자리였다.
오랜만에 맥주를 들이킨 나는 말이 좀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옐로 카드)
자체 필터링이 점점 약해지려는 찰나 입을 겨우 틀어막고 해산. ㅋㅋㅋ
잠자리 전에 대표님과 약 두 시간에 걸친 대화를 했다.
그리고 기절.
9시 기상.
대표님과 함께 동네 산책을 하며 조식 장소를 물색하였다.
대표님도 어제의 저녁 식사가 맘에 걸리셨던 모양이다.
다시 쪼여오는 내 심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사진을 찍었던 공원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야후 검색을 해도 사진이 엄청나게 나오던 곳.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야요이켄이 있어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미소카츠를 시켜보았다. 역시 짜고 맛있다.
12시, 새로운 도라이바 상을 로비에서 만났다.
그런데 메일로 연락처 받은 그분이 아니었다. ㅋㅋㅋ
일정 변경된 것도 모르고 계셨다 ㅋㅋㅋㅋㅋㅋ
도라이바 상은 모두 친절한데 사무실 직원들은 영 그렇네.
나무와 오솔길을 추가로 찍고 싶다기에 오사카성 공원을 추천했다.
간사이 효도여행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니 여기에 데려다 달라고 ㅋㅋㅋ
(참고 : 오사카성의 오솔길)
http://hawaiiancouple.tistory.com/1190
햇빛이 부족해서 그때 그 느낌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편안한 곳.
그늘이 져서 시원해 보이지만
정말 너무너무너무 더웠다.
모기도 많고 ㅠㅠㅠㅠㅠㅠ
'바베큐 등 화기 사용 금지데스'
누가 여기서 간도 크게 바베큐를 ㅋㅋㅋㅋㅋㅋ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켜보고 있다구! ㅋㅋㅋㅋㅋㅋㅋ
나름 구획을 나누었으나 한 번 들어가면 길 잃기 딱 좋은 숲길.
오사카성에 가시면 공원에서 꼭 삼림욕을 즐기시길.
두 번째 행선지는 주택 박물관.
거주지에 대한 프로젝트로 여기까지 왔으니
그래도 이런 곳을 가 봐야 하지 않겠냐는 대표님의 의견.
아무래도 출장으로 온 것이다 보니 대놓고 관광지인 곳은 갈 수 없었을 터.
그런 맘도 모르고 도라이바 상은 모처럼 오셨으니
수족관이나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가라고 마구 뽐뿌 ㅋㅋㅋㅋ
그만해요. 도라이바 상! ㅋㅋ 마음만 받을게.
박물관 근처의 상점가에 내렸다.
도토루에서 다 같이 아이스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고
상점가 내에서 짧게나마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떡집에 갔다;;;;
저 김에 싸먹는 간장에 구운 떡, 치기리모찌 냄새에 그만.
어제 새벽부터 강행군이었던 지라
아무도 박물관에 따라나서지 않았다 ㅋㅋㅋ
시원한 도토루 흡연 좌석에서 움직이지 않던 사람들 ㅋㅋㅋ
결국 나와 대표님만 티켓을 끊고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기모노 체험이 있다는 데 모두 매진되었다. (다행이다;;)
아기자기하게 재현한 나니와 풍경들이 꼭 세트장 같았다.
갈 때도 올 때도 비상구 자리 겟또!
다리 펴고 편안하게 왔다.
나란히 앉게 된 메이크업 스탭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또 다른 프로의 세계를 경험하고...
김포공항에서 밤 11시에 해산!
남편 선물로 공항에서 파는 가라아게 도시락을 사왔으나
너무 늦은 시간이라 냉장고에 넣고 기절.
다음 날에는 품위 있는 그녀, 효리네 민박, 쇼 미더 머니 재방송을 보고 기절.
그리고 오늘에야 정신을 차리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원고 작성 전에 블로그를 써 볼까 하다가 이렇게 술술술.
훨씬 낫긴 한데...
원고는 어쩌냐.
내일이 원고 마감.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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