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9월 이후 첫 글이라니.
온갖 꿀꿀한 사건이 많은 때에도 놓지 않던 블로그였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한 것을 보니
진정한 우울은 올 가을이 아니었나 싶다.
우울로 점철된 청춘을 보냈으면서 아직도 센치함이 남아있다니!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좀 다르다.
이번 우울은 난생 처음 접하는 완전한 무기력이었고
우울 = 눈물이 아닌 <strong>무기력</strong>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태그는 멋으로 달아보았다. 멋있게 살고 싶단 말이야.)
물론 사람들도 만나고 밥도 잘 먹고 (다이어트는 리바운드가 제맛!)
티비도 영화도 볼 건 다 봤다.
그럼 어디서 무너졌느냐.
스스로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느낄 때
나는 맛이 가버리는 것 같다.
나를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을 때
나의 쓸모가 도무지 발견되지 않을 때
내가 있으나 없으나 이 세상은 무사태평할 때
이 모든 망상이 팩트가 되는 걸 명명백백히 확인했던 한 해였다.
(함께 불러요) 루↗저↘ 외↗톨↗이↘ 상처뿐인 머저리~
10월에는 미국에 갔었다. 왕복에 직항인데 60만원대 특가가 떠서 급하게 떠났다.
여전히 하늘을 파랗고 공원도 그대로였으며 조카들만 훌쩍 컸다.
아니지. 조카가 한 명 더 늘어난 것부터 이야기해야겠지.
복붙한 것처럼 작년에 만난 첫째와 꼭 닮은 둘째.
너무 귀여우면서도 같이 울어제끼면 어쩔 줄 모르겠던 나날들 ㅋㅋㅋ
그리고 책이 나왔다. 번역책이 아닌 직접 글을 써서 나온 첫 책.
여러 가지 사연이 있어서 백프로 만족할 수가 없고 권하기도 부끄러운 ㅠㅠ
이 책 한 권으로 2017년을 변명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디테일은 생략하고요. ㅠㅠ 속상한 것도 넣어둬넣어둬 ㅠㅠ
사진의 배경을 보면 아시겠지만 아버지가 다시 입원을 하시게 되어
부활절 떡에 이어 크리스마스 떡도 받게 되었다.
말할 수 없이 속상하다.
그 덕에 한 달만에 미쿡 애기들과 재회할 수 있었다.
먹는 차례 기다리는 귀염둥이들.
나름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내고
과자 쌓아놓고 연말을 보냈다. 이때 살이 빡!!!!
아. 과자.... 과자는 무서운 것이었다.
나는 빵과 면은 좋아해도 과자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물론 있는데 안먹는다는 뜻은 아니다.)
집에서 책을 쓰면서, 집에서 혼자 끼니를 해결하면서, 연휴를 두 번 보내면서
과자가 곁에 있으니 너무 편한 것이다.
데울 필요도 없고 설거지도 필요 없고 상하지도 않고!
그리고 마트마다 과자는 언제나 세일을 하니까 소비하는 맛도 최고.
재작년에는 스마트폰 게임으로 타락을 맛보았다면
2017년의 악령은 과자랄까...
그렇게 과자와 함께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다가
다시 두통이 오고 염증이 오고 (나온) 배가 (더 힘차게) 나오는 중이다.
안타깝게 나를 관찰하던 남편은 나에게 미끼를 던졌다.
나는 덥석 물었다.
배우기 좋아하는 '입문 강박'인 나에게 코딩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궁금하신 분은 코딩 야학을 검색해 보세요.)
손마사지 하면서 더듬더듬 배우는 중.
내가 당장 개발자가 될 건 아니겠지만
이 수업을 통해 적어도 자신이 아는 것을 쉽게 전달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나도 올해는 뭘 해야할 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빈집에 찾아오셨던 분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젠 정말 끝.
'길을 걷고 >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래도 살아간다 (4) | 2018.02.12 |
---|---|
티스토리 결산을 보며 느낀 점 (4) | 2018.01.15 |
생일주간 (빰빠라밤) (6) | 2017.08.29 |
광고의 덫 물욕의 덫 (4) | 2017.08.08 |
모바일로 부지런을 떨어보자 (0) | 2017.07.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