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명동에서 늦게까지 볼일을 보다가(뭐였지. 쇼핑인가;;;)
마침 근처에서 영화를 보고 나온 친구와 연락이 닿아
아주 늦게 명동 급 번개를 하였다.
이제 정말 몇 군데 없는 모스바가.
추억 돋는 마음으로 들어갔으나 맛없어서 실망 ㅠㅠ
내가 변했나 니가 변했나.
친구와 만나 어디를 갈까 둘러보는데
칼국수, 할머니국수, 충무김밥 말고는
명동에서 가는 곳이 있어야지.
그저 그런,
관광객 눈탱이 맞을 법한 호프집을 패스패스 하다가
아빠의 단골집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과 건물 사이, 틈새에 지붕을 덮고 문을 연 집. (아빠피셜)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 늦은 시간에도
아빠 친구분 같은 어르신들이 가득했다.
아이고. 집에는 어떻게 가시려고...
밥과 빵과 커피를 함께하던 친구인데
장소가 장소다보니 병맥주를 다 시키고 말이다.
안주는 당연히 골뱅이에 계란말이.
여기서 잠깐!
을지로 골뱅이집에 가면 DPF 통조림을 쓴다는 표시가 많은데
이 약자가 어디에서 왔는지 뒤져본 결과
동표골뱅이의 동표푸드라는 설이 가장 유력!
유명한 집마다 DPF로 대동단결한 이유는 국내산이기 때문.
그렇구만. 그래서 비쌌구만. 끄덕끄덕.
가방 명품은 까막눈이지만 식자재 명품은 끄덕끄덕.
어릴 때 아빠가 사다주신 골뱅이.
치킨을 사오시면 좋을 텐데 난데없는 골뱅이.
안주로 드시다가 남은 걸 싸오셨던 것 같다.
비닐봉지 안은 언제나 시큼한 냄새.
오는 길에 물이 생겨 언제나 국물이 흥건했던 골뱅이.
원래는 이렇게 아삭아삭, 매콤한 거였구나.
집에서 먹은 골뱅이는 파가 숨이 죽어서 맵지 않았는데
여기서 먹으니 생파의 맛,
어른의 맛이 물씬 느껴지네요. :)
그리고 계란말이.
파무침이 매우니까 계란말이도 파는 거겠지...
하며 무심결에 집어먹었는데 으헉!!!!!
적절한 간과 굽기,
그리고 너무나 부드러운 식감에 깜놀.
이건 뭐 한국식 계란말이의 명인 되시겠다.
"여긴 계란말이 맛집인데?"
생각해보니 아빠는
계란말이는 안싸오셨던 것 같아 ㅋㅋㅋ
(인정?)
파냄새를 입에 달고 집에 오는 길.
나의 단골집으로 입력.
그리고 일년 뒤; 포스팅하려고 주소 검색하는데 죽어도 안나옴 ㅠㅠ
여기 별로 안유명한 곳인가.
아빠만의 맛집이었나. 하는데
점포이전 소식을 듣고 말았다. (쿠쿵)
원래 위치는 여기였는데
이젠 여기라고 한다.
골뱅이는 을지로잖아요. ㅠㅠ
그날 밤에 모인 어르신들은 이제 어딜 가나요. ㅠㅠ
명동보다 삼성동 월세가 더 싼가요 ㅠㅠ
당근이지.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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