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마 버전)
어릴 적, 엄마와 큰 시장에 가는 걸 좋아했다.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경동시장 등등...
어느 시장에 가도 나는 금세 배가 고팠고
엄마는 늘 포장마차에서 유부국수를 사주셨다.
한 그릇을 나눠먹으면 아쉬운 듯 모자랐지만
국수를 양보하는 엄마를 보며 눈치껏 배부른 척 하던 시절.
오백원짜리 국수 한 그릇도 이렇게나 황송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엄마는 이곳의 문을 열었다.
동대문 인근에서 가장 크고 으리으리했던 건물.
가게 안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고
둘이서 한 그릇 시킨다고 핀잔을 들었던 것도 같다.
내가 좋아하는 냄새는 어디서도 나지 않았고
눈앞에 놓인 싱거운 냉면도 영.
평냉알못의 어린 나는 거의 먹지 않았고
엄마는 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우셨다.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지 뭐야.
3X년이 지난 어느 초겨울.
겨울 옷감을 사러가자는 핑계로 엄마와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
냉면 두 그릇과 만두 반 접시를 '당당히' 시키고
이곳에 얽힌 추억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끄집어내 보았으나
엄마는 기억이 안난다고 하셨다.
출처 :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id=13578191&photoType=menu
밖에서 밥먹을 때 이런 비주얼의 김치를 본 적이 없다.
어느 냉면집에서도 김치가 기본으로 나온 적이 없다.
이렇게 허연 김치만이 평양냉면과 어울리지!
하지만 좀 짜다. ㅋㅋㅋ
허옇다고 덥석 집어먹지 않기.
엄마, 이 만두 한 알에 이천원이야!
흐이익!!!
(다시 장사의 불꽃이?)
편육 : 소고기 수육
제육 : 돼지고기 수육
명절 만두빚기에 질려 이북만두 잘 안먹는 새럼.
어느 냉면집에 가도 만두맛은 그저 쏘쏘였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괜찮긴 한데 우리집과 비교해서 딱히 특별할 게 없는 맛?
하지만 이곳의 만두는 다르다.
우리집보다 맛있다!!!
그래서이 값이가 비싸두
반 접시는 꼭 시켜먹습네다.
어복쟁반 파티원 모집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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