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에 지하철이 없던 시절.
마포와 여의도에 지하철이 뚫리면
창밖으로 한강물이 보이는 건가 상상했던 시절.
(역시 과학적 공부 머리가 없음;;;)
아빠는 매일 술을 드셨고
엄마는 매일 벼르셨다.
일은 안풀리는데 집에 가면 무뚝뚝한 자식들이 가득하니 아빠는 술이 고프고,
상의할 것도 많고, 돈 들어갈 곳도 산더미인데 아빠 혼자 취해서 들어오니 엄마는 막막했겠지.
아빠는 엄마에게 혼날 것 같으면 나를 이곳으로 몰래 불러냈다.
성적이고 학교생활이고 조금도 묻지 않고, 계속 음식 이야기만 하셨다.
나 역시 취한 아빠의 이야기엔 관심이 없었다.
외식이 좋아서 따라나온 어린 보호자일뿐이었다.
아빠의 먹는 속도를 보면 주머니 사정을 알 수 있다.
식탐은 유전이라 나 역시 아빠에게 모두 읽혔겠지.
우리는 고깃집에서 양배추만 씹어먹었다. 속이 쓰리도록 초장을 듬뿍 찍어서.
주인 아저씨는 싫은 내색 없이 양배추를 계속 담아주셨다.
내 기억 속 최대포는
고깃집이라기 보다는 고기도 파는 포장마차 느낌이었다.
최대포를 검색하면 서로가 본점이라 하는 두 집이 있다.
여기일 수도 있고 거기일 수도 있지만
내 마음속에는 기찻길이 어스름히 보이던 이곳이 본점.
바베큐라 텍사스겠지??? 하며 검색했지만;
그냥 살벌한 유흥가였을 뿐이고. (아우 머리야)
아아. 이 황홀한 탄내 때문에
늘 배불리 먹고싶던 양념구이.
기억보다 매우 얇았고, 생각보다 더 달았다.
마치 부타동 위에 올린 고기처럼.
아, 그러고보니 처음부터 양념구이지, 양념갈비는 아니었네.
김팀은 기대했던 마포갈비의 맛은 아니라고 했다.
양념과 소금 모두 먹어본 결과
소금구이의 압승.
고기가 싱싱해서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역시 메뉴판 맨 윗줄에 있는 이유가 있지 뭐야.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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