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후, 짐 정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당근마켓에 입문했다.
필요 없는 물건을 팔고,
판 돈으로 다시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는 즐거움이여.
적은 금액도 봉투에 넣어주시는 매너,
세어보기 민망할까봐 보이게 건네주시는 센스!
중나에서 갈갈이 찢겼던 마음이 회복되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필요했던 전선정리함을 나눔하겠다는 글을 보고
개봉동 어느 골목까지 꾸역꾸역 찾아갔는데 연락 두절 ㅠㅠ
25분만 기다리고 발길 돌리는데 (환승해야 하니까요)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나 자신이 바보같아서 속에서 천불이 났다.
개봉동 길바닥에 불을 뿜기 직전
건강검진이 끝난 남편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건강검진 장소는 을지로 2가.
그의 손에는 야채죽 교환권이 있었지만 무쓸모.
제육을 파는 점심 밥집을 함께 뒤지다가 배고파서 포기하고
조림이나 먹자고 들어간 2층의 갈치 전문점.
그런데 제육이 있었단 말입니다.
제육은 2인 이상만 되는 것 같았으나
갈치구이를 시켜서인지 1인분도 해주셨다.
고기가 부족하다며 오징어를 섞어주셔서 완전 럭키.
아아. 기분이가 좋아진다!!!
바삭바삭 짭짤하게 구운 갈치를 먹어본 게 얼마만인가.
제주도에서 직접 잡으셨다는 갈치.
양념 하나 없어도 이렇게나 밥도둑이구나.
'어머, 이제 확인했어요. 아이 밥 먹이느라 깜박했네요...'
한참 먹는 중에 판매자로부터 채팅이 왔다.
더 기다렸으면 어쩔 뻔 했나 싶고;;;
죄 없는 아기 핑계 대는 것도 꼴보기 싫고;;;
이래저래 다시 울컥할 뻔했으나
괜찮아. 내 앞에는 갈치구이가 있으니!!!
갈치의 힘으로 다시 당근당근;;;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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