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주의 #지금아님주의
남편의 귀국일과 함께 자가격리가 확실시되면서
이번엔 제가 2주 동안 머물 숙소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출퇴근하기 편한 상암이나 마곡에 있는 숙소를 알아보았는데
아무리 최저가여도 너무 비싸서 (호캉스의 계절인가)
이걸 정말 회사가 내줄까 고민이 되었더랬습니다.
하여간 남 걱정은;;;
그러다 강서구청 홈페이지에서 이 PDF 문서를 발견!
1번 : 증미역. 집에서 가까워 운동 홀드 안해도 되고
2번 : 송정역. 레지던스라 방에 취사 및 세탁 시설이 있고
3번 : 김포공항역. 출퇴근 편하고 네임드 일등
식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식 컨디션을 좀 볼까요?
하지만 스프는 오뚜기 ㅋㅋㅋ
한 주가 지나면 구성이 좀 바뀌려나 (스프나 과일만이라도) 했지만
끝까지 저 그림 그대로!
한 치의 오차 없이 나왔습니다. ㅋㅋㅋ
메인인 육개장과 고기 반찬은 그렇다쳐도
작은 접시에 올려진 한식 3종 반찬 (마늘쫑, 김치, 멸치) 역시
2주간 단 한번도 바뀌지 않고,
끝까지 저 그림 그대로 나왔습니다. ㅋㅋㅋ
디저트 과일마저도
파인애플 2, 오렌지 1, 포도 1알
끝까지 저 그림 그대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색하며)
음. 사실 처음엔 웃겼는데
도대체 유통 기한이 얼마나 되는 건지 의문이 들더라구요.
매일 멸치조림만 하시진 않을 거 아니예요.
매일 먹는 반찬에 질려서
한식을 먹으면서 양식에 나오는 샐러드만 따로 부탁해볼까 생각했는데
옆 테이블 아저씨가 스프 리필을 거절당하는 걸 보고 ㅋㅋㅋ
마음을 고이 접었습니다. (그르지마요 ㅠㅠ)
하지만 매일 아침 바깥 풍경을 보며
갓 내린 커피로 시작하는 하루는 아름다웠습니다.
출근길 또한 지하철 두 정거장으로 대폭 줄어들어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요.
아침은 세상 우아했지만 문제는 저녁.
아니 롯데몰에 식당이 얼마나 많은데 자꾸만 마트로 향하는 발걸음 ㅋㅋㅋ
책상 위에서는 아보카도가 익어가고,
냉장고에는 김치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한 가지 더 있었습니다.
개화산에 다녀온 주말, 발목을 살짝 접질린 것이지요.
다행히 인대에 큰 손상은 없었으나
일주일간 부목을 대고 다녀야 했어요.
비록 발목 때문에 불편하긴 했지만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진 저의 2주 출장은
무기력한 일상을 빛나게 만들어 준 선물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남편의 2주는 어땠을까요? (다음 편에 계속)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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