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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왁스 7집 [여자는 사랑을 먹고]

by 하와이안걸 2008. 1. 16.



쿨한 30대를 보여주세요


'천상 여자'의 마음을 잘 집어낸 노래들로 사랑 받아온 왁스가 새 앨범을 발표했다. 박근태, 윤건, 이기찬, 리쌍 등 척 보기에도 새로운 라인업에 잔뜩 기대했으나, 타이틀곡을 확인하고는 또 다시 휘청~;;; '그댄 손이 없고 발이 없나요. 며칠 내내 전화도 없고 찾아오지도 않네요. 내가 눈치 없는 여잔건가요' (타이틀곡 '여자는 사랑을 먹고' 중에서) 아우 언니 제발 이러지 마세요 ㅠ.ㅠ 전화 없으면 먼저 하시고, 그게 싫으면 좀 싸우면 되구요.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아니다 싶으면 꽥 혼내줄 때도 있어야죠. 니가 사랑을 알어? 이런 사랑도 있어! 라고 한다면 또 할 말 없지만, 이번에는 왁스의 전형적인 발라드 패턴이라고 하기에도 뭔가 좀 부끄럽다. '화장을 고치고', '부탁해요'는 최소한 드라마틱한 무언가가 있었다. 지난 사랑에 대한 미련과 후회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모두의 경험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 곡은 뭐랄까. 가치관의 문제라고나 할까. 대놓고 좋아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노랫말이 나와버렸다. 요즘 강은경의 노랫말이 많이 참신해져서 역시 내공은 다르구나 싶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실망. ㅠ.ㅠ

그래서인지 두 번째 곡 '그랬으면'이 더욱 돋보인다. 윤건이 작곡과 함께 보컬 피처링으로도 참여한 세련된 보사노바 풍의 곡으로 어쿠스틱한 반주에 더 잘 어울리는 왁스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왁스와 윤건, 서로 다른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둘의 하모니가 좋다. 윤건이 혼자 불렀으면 왠지 식상하고, 왁스 혼자서는 길을 못 잡았을 것 같은 곡이 서로의 스타일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각자의 개성을 잘 살린 멋진 듀엣으로 살아났다. 개인적으로는 이 곡을 타이틀로 했어도 신선했을 것 같다. '사랑 느낌' 역시 보사노바 풍으로 '그랬으면'보다는 훨씬 가벼워진 스타일의 곡. 왁스가 산뜻한 재즈에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트랙으로 앞으로 무거운 발라드 말고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곡을 더 많이 불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한 면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트랙인 리쌍 작사 작곡에 윈디시티가 편곡 및 연주에 참여한 '그 사람'. 한 여자가 살아오면서 사랑에 대해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야기한 곡으로 힘을 뺀 연주에 맞추어 부르는 밴드 출신 조혜리의 보컬이 반갑기만 하다. '나약한 한 여자로 사는게 난 너무나 싫은데 때론 지쳐가네' 그래요. 이런게 정상이지요. (리쌍이 어째 더 잘 아시는 듯. ^^) 눈길을 끄는 트랙  '그대는 눈물이다'는 처음부터 리믹스를 지향한 듯한 유로 댄스 스타일이지만 사실은 이게 원곡이라는 거. 그 사실에 처음에는 뜨악했지만 자꾸 듣다보면 은근히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오빠', '내게 남은 사랑을 다 줄게' 보다는 덜 자극적이고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그런가보다. 이렇게 듣다보면 타이틀곡만 노골적이고 나머지는 나름대로 참신한 시도를 많이 했나 싶지만 '그 흔한 김씨', '나쁜 여자'와 같은 곡을 만나면 또 다시 한숨이 나온다. '이제와서 너를 사랑 안하긴 늦었잖아' 와 같이 의미조차 알 수 없는 흐지부지한 노랫말에, 과연 이 사랑이 사랑이긴 한지 심히 의심스러운 이런 모습들! 쫌!


이 외에도 음악적 연인임을 선언한 이기찬이 선사한 시린 발라드 '눈물만 눈물만'을 비롯, '4월이 왔어', '아파요' 등 왁스 스타일의 발라드가 곳곳에서 '사랑해도 외로운' 여심을 기다리고 있다. 당돌한 소녀를 노래하던 도그의 조혜리에서 어느날 갑자기 성숙해진 여인으로 우리 앞에 선 왁스. 30대 초반의 여성 발라드 가수가 건재하다는 사실은 너무나 뿌듯한 일이다. 그러나 세미 트로트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기획자나 작사가가 만들어낸 컨셉에 갇혀있지 말기를 바란다. 이제는 왁스 스스로가 느끼는 솔직한 이야기를 해줄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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