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가 떴다!
소속사를 옮기고 처음 발표했던 싱글 'Toc Toc Toc'. 타이틀곡까지는 좋았지만 함께 수록된 두 곡을 들었을 때는 진짜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특히 압구정 가지말라;며 울먹이는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충격과 부끄러움이란. 아무리 좋게 이야기해도 왁스와 씨야를 이어주는 이효리의 재발견 정도랄까. 얼마 전 정재형과 함께 부른 '지붕 위의 고양이'에서 오랜만에 분위기 있는 목소리 들려주었지만, 정작 앨범에 실린 것은 장윤주 버전. 그나마 잘 어울렸던 애니콜 시리즈도 파릇한 후배 요정들의 차지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패밀리가 떴다]에서 선보이는 그녀의 쌩얼과 몸개그에 마냥 웃을 수 만은 없었던 건.
섹시한 힙합걸 이효리의 커버 이미지로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한, 그야말로 앨범 타이틀처럼 '이효리스러운' 자켓. 그러나 김도현 작곡의 첫 트랙 '천하무적 이효리'를 틀었을 때 살짝 트로트 느낌의 반주 때문에 처음엔장윤정인가 했다. ;;; '쉬워보였겠지 잠깐은 내가 없는 무대였으니', '어딜 넘보려 하니?' 등 리듬에 맞추어 톡톡 쏘아주는 그녀의 살벌한 노랫말도 인상적. E-TRIBE 작사 작곡의 타이틀곡 'U-Go-Girl'은 랩퍼 낯선의 신나는 소개로 시작된다. 그 뒤로 이어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귀여워서 처음에는, 아니 후렴구로 갈 때까지 정말 맞나? 하고 찾아보았을 정도. 1, 2집 타이틀곡에 비해 훨씬 여성스럽고 발랄해진 느낌에,특히 이런 노래인지 랩인지 모를 보컬이 그녀에게 잘 어울린다. 더블 타이틀곡으로 알려진 휘성 작사 박근태 작곡의 'Hey Mr. Big'은 전자음이 가미된 강한 댄스곡. 난 왜 자꾸 전영록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_-;;;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트랙은 박근태 작곡의 'Lesson'. 자넷 잭슨이 떠오르는 귀엽고 세련된 댄스곡으로 재미있는 멜로디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우~!” 가 재미있다. 고음에서도 전혀 무리 없고, 가사도 너무 이쁘게 소화하는 그녀. 라이브에서도 이렇게만 부른다면 "댄스 따윈 필요 없어!"라고 외치고 싶을 듯. 'Wanna see~ Wanna say~' 이 부분까지 그녀라면 완전 대박일 듯 한테 쫌 긴가민가 하다. 여튼, 앞으로도 부디도통 와닿지도 않는 드센 댄스곡 말고 이런 비타 500 같은 컨셉으로 계속 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건모의 피처링으로 화제가 되었던 '빨간 자동차'는 안영민 작사 YC-SUBZERO 작곡의 레게송으로, 푸근함과 여유로 가득한 트랙이다. 낮은 음이지만 느낌 있게 부르는 이효리와 짧지만 내공 한 번 제대로 보여준 김건모의 하모니가 예상외로 훌륭하다.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올망졸망한 인터뷰로 시작되는 '이발소 집 딸'. 따사로운 레게 리듬에,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코러스에도 불구하고 왠지 쓸쓸하게 들리는 건, 그녀가 직접 쓴 가사 때문인 듯. 뭐, 이제 '이발소집 딸 많이 컸네' 이 따위의 댓글은 없어지겠지만. (쫌! -_-+)
은근히 작사에 많이 참여를 한 휘성은 'Sexy Boy'에서 또 다른 버전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YC-SUBZERO 작곡의 이 곡은 도발적인 제목, 은근히 야한 가사와는 달리 지나치게 밝은 분위기가 오히려 독특하게 다가온다. 이효리의 깜찍한 목소리와 함께 보코더인지 인간인지 모르겠는 휘성의 열정적인 보컬이 돋보인다. 그의 앨범에 다시 실어도 누구 하나 뭐라 할 수 없을 만큼. 김도현 작곡의 '괜찮아질까요?'는 여성스러운 그녀의 매력이 가득한 힙합 발라드 곡으로, 함께 한 Bigtone의 랩은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My Life'는 '지금 내 나이의 나를 사랑한다'는 내용의 자화상 같은 곡으로, 가사를 써 준 메이비 역시 함께 서른을 맞은터라 더욱 진실되게 들린다. 그 외에도 파워풀한 슬로우 힙합 넘버인 '사진첩'과 'Don't Cry', 뮤지컬 분위기 물씬 풍기는 'P. P. P (Punky Punky Party)', 언타이틀의 서정환이 참여한 'Unusual'가 올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앨범은 곡들이 좋아서 괜찮겠지 싶었는데, 바로 뮤직비디오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시골 어느 마을에서 열심히 뛰고 춤추고, 넘어지면서도 웃고 있겠지. 그 뿐인가. 무반주로 텐미닛을 부르고, 태엽춤까지 기꺼이 추는 그녀. 과거의 상처 따위 한바탕 몸짓으로 웃어넘기는 늠름한 예능퀸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도 다른 사람들의 말들에 상처를 받을 것 같다면 아예 '패밀리'에 심신을 맡겼으면 좋겠다. 남들이 뭐라하건 'U-Go-Girl'이 흘러나오면 즐겁게 기상체조를 할 수 있는, 진짜 가족 같아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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