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보다 반가운 Summer Hero!
이 여름에 컴백한 가수는 엄정화와 이효리 뿐만이 아니었다. 진정한 여름의 주인 쿨이 돌아온 것! 비슷한 느낌의 곡들은 많았지만 정작 그들은 없었던 여름. 이제 쿨의 여름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곡 수로 봐서는 살짝 11집이라고 우겨도 될 법도 한데 예전 스타일대로 소수점을 붙여주시는 저 겸손함. 어쨌든 그들의 10.5집은 빠른 비트의 전자음이 인상적인 첫 곡 'BPM 140'으로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음 곡 'Dance Dance'까지 모두 노는어린이(김원현)의 곡. 트렌디한 리듬 속에서도 변함없는 그 친근한 분위기가 새롭다. 이재훈의 안정된 보컬과 해체 후에도 꾸준히 활동해 온 유리의 무게감이 새삼 느껴지는 부분. 그들이 없는 동안 모두가 쿨의 노래를 따라하려고 노력했는데, 정작 그들은 일렉트로니카 댄스로 돌아왔다니 재미있다.
그야말로 쏘 쿨! 했던 쿨 만의 발라드가 이번에도 여러곡 들어있어 반갑다. 그 중에서도 '이별을 견디는 몇 가지 방법'은 지루하지 않은 비트에 귀에 착착 붙는 피아노 연주가 세련된 느낌을 주는 곡으로, 이재훈과 유리가 엮어내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사 또한 인상적이다.걸프렌드의 '키 작은 노래'를 만들었던 기호가 만든 곡으로,시디를 사면 맨 마지막에 히든 트랙으로 연주곡 버전이 실려있으니 꼭 챙겨듣기를. 황찬희 작곡의 '바보' 역시 세련된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로 그들의 내공을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다. 재즈풍의 멋진 연주에 맞추어 흐르는 이재훈의 성숙한 보컬과 상처받은 동생을 달래는 듯한 큰 오빠 김성수의 랩이 훈훈하다. 김세진서정진 작곡의 '보고 싶은데'는 앞의 두 곡 보다는 템포가 있지만 편안함 만은 뒤지지 않는 곡. 콧노래가 절로 나올 만큼 감미로운 멜로디지만 가사는 독하게 슬픈, 쿨 특유의 반어적 느낌이 가득한 곡이다.
이상백과 EZ-LIFE의 DK4RG이 작사하고 윤일상이 작곡한 타이틀곡 '사랑을 원해'. 빅밴드의 쿵딱 리듬에 김성수의 보컬이 흥겨운 뮤지컬의 코믹한 한 부분을 보는 듯 하다. 그 뒤로 이어지는 이재훈과 유리의 보컬, 아니 보컬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 서로 다른 공간에서 풀어놓는 남과 여 각각의 사연들에 귀가 쫑긋 세워진다. 마치 '우리 결혼했어요' 녹화 후 인터뷰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당사자와 시청자들만 아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흥겨운 리듬과 부담 없는 보컬,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딱 쿨 스타일의 댄스곡이다. 윤일상도 그렇고 박해운도 그렇고, 쿨의 곡을 만들었던 작곡가들은 그들의 해체와 상관없이 꾸준히 활동했는데도, 왜 이런 느낌은 그들만 낼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레게 김건모' 님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울려퍼지는 '첫사랑'은 실제로 멤버들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좀처럼 가사가 겹치지 않는 한 편의 뮤직드라마 같은 곡으로, 10년 전 첫사랑에 얽힌 슬픈 이야기를 나긋한 레게 리듬에 맞추어 노래하고 있다. 간간히 들리는 파도소리 또한 여름에 들을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쿨의 노래임을 확인시켜주는 부분. 김성수의 적절한 애드립과 거슬리지 않는 유리의 하이톤도 상큼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의외로 비극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_-;;; 그 외에도 오랜 파트너 박해운 작곡의 '서울 구경' 역시 서울의 곳곳을 빠짐없이 돌아다니며 데이트 하자는 건전하고 흥겨운 댄스곡이다.
앨범의 Thanks To 에는 멤버들이 각자 공백기에 느꼈던 외로움과 후회, 아픔들이 녹아있다. 그 중에서도 김성수의 글이 가장 긴데, (아, 웃으면 안되는데 ㅠ.ㅠ) 구구절절 전부 다 와닿았지만 그 중에서도 다음의 이 말이 가장 가슴에 남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우린 매년 찾아온 여름에 이렇게 외치리라. 와우~~~ 여름이다.' 김성수. 당신이 진정한 가요계의 챔피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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