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할 말이 있었으나 언제나처럼 주저하며 마쳤다.
내 취향이 아니었던 뮤지션을 다시 보는 순간, 오랜만에 느껴보는 즐거움.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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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의 변> 8월 4주, 이 주의 국내앨범 : 디어 클라우드(Dear Cloud)의 [Take The Air (EP)]
<네티즌 리뷰> 외로움의 진화는 고통이 아닌 추억
이 리뷰는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이주영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아픔에는 아픔, 외로움에는 외로움. 두 장의 앨범으로 그들의 음악을 정의하기에는 부족함이 있겠지만 공통된 느낌은 이러했다. 그들의 연주와 보컬 또한 그러한 공식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묵직한 건반에는 묵직한 목소리로, 격앙된 기타에는 격앙된 목소리로 합을 맞추는 이들의 노래는 묵은 감정을 토해내기에 모자람이 없었지만 그것이 그들의 장점이자 한계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던 중 용린이 프로듀싱한 박지윤 7집을 듣게 되었다. 무게감 있는 용린의 멜로디와 나인에 비해 담백한 박지윤의 목소리는 또 다른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나는 전과 다른 부위에 통증을 느꼈다. 그 이후로 새로운 보컬에 대한 호기심을 나도 모르게 키워왔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 상당 부분 해소가 되었다. 혀에까지 힘을 주었던 나인의 목소리는 봄날처럼 풀리기 시작했고, 용린은 한층 탄력 있는 편곡으로 곡 전체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멜로디를 다잡았다. 공식은 허물어졌고 그들은 이제 뾰족한 감정을 여러 번 다듬어낸 모습으로 우리를 만나려 한다.
시원한 기타 리프로 청량한 기운을 불어넣는 짧은 연주곡 'You're Never Gonna Know(Intro)'로 앨범은 시작된다. 웅장하면서도 경쾌한 연주가 다음 곡은 물론 앨범 전체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데, 이렇듯 연주곡으로 숨을 고르는 방식이 앨범의 컨셉을 이해하는데 더 효과적인 것 같다. 이어지는 '그때와 같은 공간, 같은 노래가'는 타이틀곡 다운 박력과 낭만을 품은 트랙으로 심플한 스타트와 폭발하듯 터지는 후렴구에서 2년간 응축되어온 그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직접적인 감정 표현을 자제한 노랫말 또한 이별의 슬픔을 초월한 새로운 위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흔적 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거리감과 상처들. 이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치유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자세는 이 앨범의 존재 이유를 말해주는 듯하다.
이어지는 'Last Scene'에서는 앞서 언급한 공식에 좀 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진행형인 사랑에나 어울릴 밝고 경쾌한 멜로디에 조금의 원망과 분노도 느껴지지 않는 나인의 따사로운 목소리는 도저히 이별 당일의 광경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렇듯 멜로디와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요소들을 갖추고 있지만 곡의 마지막까지 지루하지 않도록 음표의 끄트머리까지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 실제로, 보컬 못지않게 쏙쏙 귀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연주와 편곡은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놓치지 않고 흡수한 '온몸 구석구석 이어져 있던 혈관까지도 남기지 않고서 보낼 수 있게'와 같이 날카로운 표현 역시 마찬가지.
이번 앨범은 그들의 선선한 외로움을 좋아하는 사람도, 특유의 화려함을 좋아하는 사람도 모두 만족할 만하다. 예의 그 서늘한 분노는 추억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그 시간 속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음을 여섯 개의 트랙이 끊임없이 말해주고 있다. 반팔 차림으로 맞는 초가을의 바람처럼 더 이상 시리고 아프지 않은 상태. 무던히 견딜만 하고, 때로는 즐길 수도 있는 딱 그만큼의 외로움만을 남겨준 이번 작품은 불필요한 소모가 없다. 이 정도의 위로라면 충분한 처방이 되지 않을까. 우리는 언제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그리고 지금 같은 공간에 있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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