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처음 나왔을 때 그 낮은 목소리와 처절한 진심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두 장을 흘려보내고 난 지금, 나의 처음은 (다행히도) 바로 이 앨범.
이렇게 흥을 돋운 뒤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니 외롭지도 힘들지도 않구나.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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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의 변> 1월 1주, 이 주의 발견 - 국내 : 오지은과 늑대들 [1집 오지은과 늑대들]
<네티즌 리뷰> 사랑의 주문, 그 안에 감추어진 진심
이 리뷰는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이주영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첫 트랙 '넌 나의 귀여운!'은 남자 친구에 대한 애정 어린 폭로송으로 그들이 이번 앨범에서 들려주고픈 연주와 노래의 기준이 되어주는 곡이다. 하루 감동하고 이틀 실망하는 연애의 실체와 그 한 번의 기특함을 잊지 못해 곁을 떠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밝고 경쾌하게 표현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복고풍의 건반 소리와 뜨겁게 고백하는 그녀의 마지막 샤우팅은 예전 삐삐밴드의 키치스러움을 떠올리게 한다. 이어지는 '뜨거운 마음'은 첫 곡 못지 않은 발랄함에 매력적인 기타 라인이 돋보이는 곡이다. 장난기 가득한 흥겨운 기타 연주는 가사 속 나쁜 남자의 이미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곡 전체를 쥐락펴락 한다.
사랑이 시작되기 전 여자가 느끼는 이 타들어가는 고민은 다음 곡 '사귀지 않을래'에서 반전된다. 드디어 남자의 관심을 얻어낸 여자는 이제 사귀어 줄까 말까 밀당을 하기 시작한다. 몸 안의 모든 세포를 깨우는 이 강렬한 타이틀 때문에, 이 앨범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앞의 두 곡보다 더 쉽게 기억되는 곡이기도 하다. 여전히 빠른 템포로 이어지는 네 번째 트랙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이제 가르쳐 줘 (Album Ver.)'은 지난 싱글에서 먼저 소개되어 이미 호응을 얻은 곡이다. 모든 연애가 그렇듯 또 다시 역전된 상황, 즉 결국 여자가 더 푹 빠져버린 상황을 솔직하게 그렸다. 다음 곡 '아저씨 미워요 (Album Ver.)'은 이미 바닥난 지 오래된 연애 비법에 대해 한탄하는 소녀의 이야기다. 경험치가 부족한 어린 소녀로 빙의한 오지은의 귀여운 목소리는 마치 갓 데뷔한 홍대 인디씬의 어린 보컬을 접하는 듯 하다.
'만약에 내가 혹시나'는 결국 헤어짐의 단계에 이른 연애 말기의 상황을 그렸다. 특히 여기에서의 가사는 매우 사적이고 비밀스럽지만 어떤 기분인지 쉽게 읽히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낮은 자존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처연하고 느릿한 연주는 실컷 울고 난 뒤의 몽롱한 정신 상태를 정확하게 묘사했다. 카디건스(The Cardigans)의 구름 낀 곡을 좋아한다면 이 곡도 분명 와닿을 것이다. '없었으면 좋았을 걸'은 건반의 박민수의 곡으로 후회 가득한 독백이 주를 이룬다. 힘을 뺀 건조한 음색과 클라이막스 직전에 크게 울어주는 20세기 기타 연주가 감동적이다. '마음맞이 대청소'는 베이스 박순철의 곡으로 바닥을 치고 조금은 위로 떠오른 그 순간을 노래했다. 역시 박순철이 작곡한 '가자 늑대들'에서는 새로운 시간을 위해 서로를 다독이는 곡으로, 야성을 누른 순진한 남자 보컬이 훈훈하게 들린다. 첫 곡 '넌 나의 귀여운!'이 이 앨범의 성격을 보여주는 곡이라면 마지막 곡 '가자 늑대들'은 이 팀의 컨셉과 이유를 가장 잘 드러낸 곡이 아닐까 싶다.
이 앨범에서는 연속으로 무려 일곱 트랙이나 빠른 템포의 곡이며, 모두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과 곡 사이의 구분은 어렵지 않은 편인데, 대부분의 곡 제목을 가사에서 가져온 것이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곡마다 주인공으로 변신하여, 가창을 뽐내기 보다는 화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보컬 오지은의 공 또한 크다고 하겠다. 이번 프로젝트를 그저 프로젝트로 믿고 싶은 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깊숙히 외로움에 접근하고, 사랑을 조금도 꾸미지 않으며 그렇다고 함부로 하지도 않는 이 진지한 손길이라면, 그들이 노래하는 인생의 다른 모습도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늑대의 손톱과 마녀의 저주가 필요한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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