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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NAVER

[이주의발견] 오지은과 늑대들 : 1집 오지은과 늑대들

by 하와이안걸 2011. 1. 17.

 

그녀가 처음 나왔을 때 그 낮은 목소리와 처절한 진심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두 장을 흘려보내고 난 지금, 나의 처음은 (다행히도) 바로 이 앨범.
이렇게 흥을 돋운 뒤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니 외롭지도 힘들지도 않구나.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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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의 변> 1월 1주, 이 주의 발견 - 국내 : 오지은과 늑대들 [1집 오지은과 늑대들]

새해 첫 주의 유력한 국내앨범 후보작은 단연 오지은과 늑대들의 정규 1집과 요즘 대세 아이유의 미니앨범이었다. 인디와 아이돌, 가요계의 양극단에 서 있는 이 두 보컬리스트는, 기본적으로는 별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전달하려는 이야기만은 같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진심을 어떻게 전달해야 좋을지에 대한 고민들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내공 돋는 언니의 승리인 듯 하지만 그 마음 안쪽을 깊숙이 진찰해보면 그녀의 고민 또한 귀엽고 어리석으며, 때로는 너무도 헛점이 많아 허무할 지경이다. 이렇듯 오지은과 늑대들의 이번 1집은 연애 능력자의 달달한 러브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리얼하고, 보컬 능력자의 밴드 외도라고 치부하기에는 악기와의 합이 너무 근사하다.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이주영>



<네티즌 리뷰> 사랑의 주문, 그 안에 감추어진 진심
이 리뷰는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이주영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이미 두 장의 앨범으로 자신의 독창적인 매력을 인정 받은 보컬 오지은을 필두로 기타의 정중엽, 드럼 신동훈, 베이스 박순철, 건반 박민수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밴드 오지은과 늑대들은 이미 지난 여름 디지털 싱글 [미리듣기 (Digital Single)]를 통해 워밍업을 마친 상태였다. 다소 의외라고 느껴졌던 이들의 조합은 기대 이상의 명쾌함으로 기대치를 높였고, 이번 정규 앨범은 그 여름의 뜨거운 질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사적인 감상으로 흐를 수 사랑의 전 과정을 공감가는 가사와 임팩트 있는 연주로 그려냈다. 홍대 마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 보컬 오지은의 스토리텔링과 야성을 감춘 채 묵묵히 연주로서 진심을 전하는 이들의 소통은 프로젝트로 남기에는 아까울 정도다.


첫 트랙 '넌 나의 귀여운!'은 남자 친구에 대한 애정 어린 폭로송으로 그들이 이번 앨범에서 들려주고픈 연주와 노래의 기준이 되어주는 곡이다. 하루 감동하고 이틀 실망하는 연애의 실체와 그 한 번의 기특함을 잊지 못해 곁을 떠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밝고 경쾌하게 표현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복고풍의 건반 소리와 뜨겁게 고백하는 그녀의 마지막 샤우팅은 예전 삐삐밴드의 키치스러움을 떠올리게 한다. 이어지는 '뜨거운 마음'은 첫 곡 못지 않은 발랄함에 매력적인 기타 라인이 돋보이는 곡이다. 장난기 가득한 흥겨운 기타 연주는 가사 속 나쁜 남자의 이미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곡 전체를 쥐락펴락 한다.


사랑이 시작되기 전 여자가 느끼는 이 타들어가는 고민은 다음 곡 '사귀지 않을래'에서 반전된다. 드디어 남자의 관심을 얻어낸 여자는 이제 사귀어 줄까 말까 밀당을 하기 시작한다. 몸 안의 모든 세포를 깨우는 이 강렬한 타이틀 때문에, 이 앨범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앞의 두 곡보다 더 쉽게 기억되는 곡이기도 하다. 여전히 빠른 템포로 이어지는 네 번째 트랙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이제 가르쳐 줘 (Album Ver.)'은 지난 싱글에서 먼저 소개되어 이미 호응을 얻은 곡이다. 모든 연애가 그렇듯 또 다시 역전된 상황, 즉 결국 여자가 더 푹 빠져버린 상황을 솔직하게 그렸다. 다음 곡 '아저씨 미워요 (Album Ver.)'은 이미 바닥난 지 오래된 연애 비법에 대해 한탄하는 소녀의 이야기다. 경험치가 부족한 어린 소녀로 빙의한 오지은의 귀여운 목소리는 마치 갓 데뷔한 홍대 인디씬의 어린 보컬을 접하는 듯 하다.


트랙의 반이 지나도 여전히 가쁜 호흡은 계속되지만 이제부터는 연애의 제2막, 그리고 늑대들의 속마음이 하나 둘 씩 열린다. 앨범의 전반부에서는 사랑에 빠지고, 고백하고, 사귀는 과정이 복닥복닥 이루어졌다면, 이제 후반부터는 실망하고, 싸우고, 슬픔을 바라보는 의식이 펼쳐진다. 드디어 콩깍지가 벗겨지고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발견되기 시작한 '사실은 뭐'는 기타의 정중엽의 곡. 제목 그대로 시큰둥하면서도 약간의 분노가 묻어있는 보컬이 인상적이다. 드럼의 신동훈이 작곡한 'Outdated Love Song'에서는 이제 바라보는 표정마저 싫어지는 단계에 이른다. 그 뿐만 아니다. 사랑에 빠진 것이 실수라는 상처되는 말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만약에 내가 혹시나'는 결국 헤어짐의 단계에 이른 연애 말기의 상황을 그렸다. 특히 여기에서의 가사는 매우 사적이고 비밀스럽지만 어떤 기분인지 쉽게 읽히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낮은 자존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처연하고 느릿한 연주는 실컷 울고 난 뒤의 몽롱한 정신 상태를 정확하게 묘사했다. 카디건스(The Cardigans)의 구름 낀 곡을 좋아한다면 이 곡도 분명 와닿을 것이다. '없었으면 좋았을 걸'은 건반의 박민수의 곡으로 후회 가득한 독백이 주를 이룬다. 힘을 뺀 건조한 음색과 클라이막스 직전에 크게 울어주는 20세기 기타 연주가 감동적이다. '마음맞이 대청소'는 베이스 박순철의 곡으로 바닥을 치고 조금은 위로 떠오른 그 순간을 노래했다. 역시 박순철이 작곡한 '가자 늑대들'에서는 새로운 시간을 위해 서로를 다독이는 곡으로, 야성을 누른 순진한 남자 보컬이 훈훈하게 들린다. 첫 곡 '넌 나의 귀여운!'이 이 앨범의 성격을 보여주는 곡이라면 마지막 곡 '가자 늑대들'은 이 팀의 컨셉과 이유를 가장 잘 드러낸 곡이 아닐까 싶다.


이 앨범에서는 연속으로 무려 일곱 트랙이나 빠른 템포의 곡이며, 모두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과 곡 사이의 구분은 어렵지 않은 편인데, 대부분의 곡 제목을 가사에서 가져온 것이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곡마다 주인공으로 변신하여, 가창을 뽐내기 보다는 화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보컬 오지은의 공 또한 크다고 하겠다. 이번 프로젝트를 그저 프로젝트로 믿고 싶은 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깊숙히 외로움에 접근하고, 사랑을 조금도 꾸미지 않으며 그렇다고 함부로 하지도 않는 이 진지한 손길이라면, 그들이 노래하는 인생의 다른 모습도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늑대의 손톱과 마녀의 저주가 필요한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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