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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그냥

조규찬 공연 후기

by 하와이안걸 1999. 12. 29.
외로운 천재의 공연.
그의 곁에는 오로지 팬들 뿐인것 같았다.

대단했다.
우선 그의 목소리에 아낌없는 갈채를.

선곡도 역시 그 다웠다.
그 아니면 누구도 부를수 없는 곡들로 가득했다.
사막을 걸어온 네온사인, 아노미, 어느 수집광의 편지, 상어,
권태기에 즈음하여, 기억하는지...
팬들조차 잊고있었던 노래들이 안개같은 전주속을 뛰쳐나왔다.
객석에서는 절로 탄성이 나올 수 밖에... 이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줄이야!
게다가 백보컬 두어명의 몫까지 거침없이 해내는 경이로움.
그는 그의 노래를 너무나 잘 알고있었다.

그는거만한 말투를 가졌다.
가끔 영어도 구사한다. 정말 잘하는건지 발음만 그럴싸한건지는 모른다.
그런 모습들에 익숙치 않은 관객들은 짜증을 내기도 한다. 어머..쟤 뭐야..
내 공연이니까 내가 어떻게 하든 상관마.
너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나랑 관계없어.
그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있었다. 내 보기에는.

그가 외롭다고 생각한건 세션들을 보았을 때였다.
가족같은 세션들과 함께 노래하고, 웃으며 즐기는 공연에 익숙해져서일까.
무뚝뚝하고 표정없는 그의 세션을 보고있자니 마음이 안좋았다.
백보컬이 뒤를 탄탄하게 받쳐주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컸다.
그랬다면 그의 애드립이 좀더 길고 화려했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감히 어떤 잡음도 넣을수가 없었다.
무대위에는 그 혼자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웃고 박수치고 감동받고 전율을 느꼈다.
그가 가진 재능는 그를 외롭게 만들기엔 역부족인가보다.
그리고 팬들이 그렇게 놔둘리가 없기에 더더욱.
그는 어쩌면 가수로선 모든걸 다 가졌는지도 모른다.




그의 목소리가 담긴 모든것을 갖고싶다.
쭈렁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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