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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그냥

신촌의 떡볶이

by 하와이안걸 2004. 10. 23.

신촌에는 옛날부터 가래떡으로 만든 쌀떡볶이가 유명했다.




아주 어렸을 때 신촌의 번화가는 단연 다주쇼핑&신촌시장이었다.
크리스탈 백화점(현 그랜드마트)이 생기기 전까지는.

다주쇼핑 지하로 들어가면 온갖 먹거리들이 가득했는데
그 중 가장 센타;;를 길게 차지하는 집이 바로 이 떡볶이집이었다.
시장에 올 때마다 꼭 먹어야하는 명물이었으나
어느때부터 긴거 한덩이에 백원으로 오르면서
우리 학생들 '오백원에 다섯개'라는 사실에 분노(실은 움찔;)하였고
때마침 오백원에 한접시 면과 함께 담아주는 홍대정문앞 분식집이
뜨게되면서 (마이하우스, 해피하우스) 우리의 단골도 바뀌게되었다.

예를 들면 요런 비주얼이 다주쇼핑 스톼일! 현재 현대백화점 쪽 포장마차 중 한곳에서만 이런 떡임.


그리고 백화점과 농협이 생기면서 다주쇼핑은 쇠퇴의 길을 걸었고
떡볶이 집도 하나둘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표메뉴가 족발과 머릿고기로 바뀌면서 술손님도 많아졌고
우리는 자연스레 점점 발길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 십여년 후. 다주쇼핑 주변을 시작으로 서강대입구, 연대 정문까지
이제 신촌에는 쌀떡볶이 포장마차로 가득하다.
이제는 메뉴도 똑같고 값도 같고 맛도 고만고만해졌다.

물엿 "까뜩" 들어간 그 때의 맛은 아니지만
한끼 식사로 쌀떡볶이 1인분은 손색이 없다.

얼마전부터 신촌에서 약속이 있을때마다 매번 떡볶이를 먹게되었다.
그래서 알게된 것은 신촌 거리마다 주력 메뉴가 다르다는 점.

다주쇼핑 주변, 즉 그랜드마트에서 농협 라인은 튀김이 강세다.
대충 김말이, 못난이만두를 사다 파는 다른 라인의 포장마차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흔한 튀김도 때깔이 다르게 아주 잘 튀겼다.
특히 백화점에서나 보던 새파란!!! 깻잎튀김이 눈길을 확 잡는다.
대체 언제 어디서 이 많은것을 튀겼단말인가 ㅠ.ㅠ
혹시 이것들도 한군데서 공수해오는지 다음에 한번 더 가봐야겠다.

그리고 신촌역 연대출구 (현대백화점 에스컬레이터 후문) 근처는
떡볶이 사이에 생야채를 듬뿍 넣는 것으로 승부한다.
접시에 떡볶이를 반쯤 담은 후에 양배추, 깻잎 채썬 야채를 한줌
가득 얹는다. 그리고 다시 떡볶이를 반을 담아주는 것이다.
이 주변 포장마차는 2~3개 정도로 드문데다 찾기도 쉽지않다.
그러나 연대-이대의 많은 유동인구와 이러한 차별화된 서비스로
이 포장마차들은 늘상 만원이다.
그래서 평범한 맛이긴 하지만 떡과 오뎅들은 늘상 생생(?)함을 유지한다.

그리고 그랜드마트 건너편 서강대 입구라인 (외환은행~우리은행).
예전에 이곳은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감자를 버터에 구워팔았다.
떡도 만두도 순대도 다 고만고만했으나 그 감자 때문에!!!
한국음식이 입에 안맞는 외국 유학생들이 특히 많이 왔다고 한다.
(포장마차 아줌마의 이야기다;;;)
그러나 요즘에는 지나가면서 슬쩍 보아도 감자는 없어진지 오래.
사실은 나도 가본지 오래;;; 언제 답사를 다녀와야겠다. 흠..

다른 동네에서 2천원 받을 때도 끝까지 천오백원을 고수하던 신촌.
앞으로도 여러 가게들이 고만고만한 맛에 타협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 정신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쳤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에게 떡볶이는 신촌, 신촌은 떡볶이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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