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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일요일은 시골밥상

by 하와이안걸 2005. 9. 25.
9월 25일. 맑음. 휴일.
 
 
 
김짱과 정말 간만에 아침을 만들어먹었다.
내심, 김짱이 가져온 떡볶이 떡으로 떡볶이 해먹자 하고 싶었으나,
김짱은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먹고 싶다고 했다.
찌개담당인 난 바로 찌개 준비에 들어갔다.
아, 떡이 냉동실에서 돌이 되겠소. ㅠ.ㅠ 

묵은 밑반찬을 꺼내고, 양배추를 찌고, 쌈장을 만들고, 계란찜을 하고,
냉장고의 남은 야채는 찌개에 모두 털어넣었다.
아, 우리는 서울가서 밥집을 해도 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요즘 김짱은 일요일마다 학원에 가서 설탕공예를 배운다.
그 동안 나는 집에서 빈둥거리며, 심심하면 상추에 물 주고,
쌀벌레를 잡고, 빨래를 돌리고, 여름옷을 정리했다.
그간 밀렸던 영수증도 정리했다. 아, 근데 공부를 안했다. ;;;
시험이 눈앞인데 난 점점 공부와 멀어지는 느낌이다;;;

어느 새 오후는 다 지나가고 김짱은 미니 부케를 들고 돌아왔다.

"언니. 이거 선물.."

오늘 만든 설탕 부케라고 한다. 설탕으로 만들어서 그대로 보관해도 된다고 했다.
바닥에 이리놓고 저리놓고 사진을 퐁퐁 찍은 후 바구니에 담아두었다.

"빨리 결혼하라고 주는거니까 좀 잘해봐!"
'ㅡ.ㅡ+'

김짱은 저녁 내내 동경 유명 케잌집이 나와있는 책을 정독하고 있었다.
졸업작품 준비에 들어간 듯, 진지해보였다.
그러나 결국은 언제 같이 가서 먹자는 이야기로 끝이 났다.
티비에서도 온통 먹는 프로들 뿐.
특히 거제도에서 찍어온 회덮밥의 영상은 잠시 우리를 기절하게 했다. (우우우 ㅠ.ㅠ)  
한국에 다녀온 뒤 잠시 다이어트에 헐렁해진 김짱은 안하던 소리를 자꾸 했다.
치즈케잌 부페, 이자까야, 한국통닭집, 매운제육볶음집...

"언니야. 10월 근무표 좀 줘봐봐. 아니, 왜 이렇게 휴일이 안맞어!!!"

그렇게 말만 하고는 태풍을 뚫고 바로 운동하러 나가는 김짱이었다.
관심없는 척 하다가 김짱이 나가자마자 몰래 과자를 먹으며 티비를 보는 나였다.
아, 내일도 쉬니까 너무 좋다. 내일은 맑았으면 좋겠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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