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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가을이 오면.

by 하와이안걸 2005. 9. 26.
9월 26일. 맑지만 바람. 휴일.
 
 
아침 햇살과 초등학교의 월요조회로 눈을 떴다. 으으 =.=
태풍은 완전히 비껴간 모양.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모두 출발하는 월요일,
호강하며 늦잠 좀 자고 싶었는데 억울해 미치겠다.

오늘도 쌀은 반토막이 나있다. 마늘을 그렇게 넣어놨는데도 쌀벌레 두 마리 발견.
내 다시는 5 키로짜리 쌀 사나봐라; 그렇게 무겁게 들고오면 뭐하나.
몇 주 안들춰봤다고 벌레나 들이고. 못난놈들. ;;
여튼 살림 9단 쭈렁에게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 8월의 쌀벌레 사건!
아~ 밥하기 이렇게 싫던 적이 또 있을까. 
맛없는 쌀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뭐 없을까? (떡 말고) 
죽을 하면 좀 나으려나? 근데 내가 죽을 좋아해야 말이지 ;;;

오늘도 역시나 밥 맛 없었고;;; 안되겠다 싶어 포장 마파두부를 샀다.
이거라도 덮어주면 좀 먹을만하겠지.

오늘은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다. 
한국에서 놀러온 친구들과 찍은 지난 사진도 정리하고, 글 몇개 올리고,
밀린 답장 좀 쓰고나니 더위도 한풀 꺾인 그런 오후가 되고 말았다.
지금 바람이 부는데 사늘~하다. 발이 살짝 시려온다. 엉엉 ㅠ.ㅠ

이제서야 가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늘이 정말 다르다.
뭐가 어떻게 다르냐고 묻는다면 할말 없지만; 그래도 정말 다르다.
아, 이 차이를 몇살이 되어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집에 전화를 해보니 연금공단이랑 은행에 전화를 해보란다.
한쪽에는 국민연금 안 내기 위한 백수증명을,
한쪽에는 마이너스 통장을 연장하기 위한 있는 척을 해야했다.
잠시 내 신분에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간
그 안타까운 현실을 잊고 잘 지내줬구나 싶어 기쁘기도 했다.

갑자기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철저히 혼자였던 서울의 가을.
워킹을 준비한답시고 성급하게 회사를 때려치우고 (한달만 더 다닐걸 ㅠ.ㅠ)
홀로 고독을 씹으며 동네를 휘젓고 다니던 2004년의 가을.
구청 자전거와 함께 이리저리 쓰러지던 홍제천길,
걸어서 왔다갔다 하던 상암 CGV,
일부러 장보기를 자청하며 오후 내내 맴돌던 신촌,
현대백화점 앞 가득한 샐러리맨들을 보며 느꼈던 서늘한 밤기운.
그립기도 하고 잊고 싶기도 한.

감상에 너무 젖어버린 나머지, 김짱이 만든 초코브라우니를 다 먹어버렸다. ;;;
오늘부터 다시 걸어야겠다. 당장 오늘 밤부터.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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