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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휴일 마지막 날, 가을비.

by 하와이안걸 2005. 9. 20.
9월 20일. 저녁에 비. 휴일. 



일어나보니 10시 반이다. 덥지도 않고 딱 좋았다.
어제도 이런 날이었어야 했는데 하필 휴일 마지막 날이 이렇게 바라던 날씨인지.
오늘은 마우스도 제대로 달아야하고 (이렇게 쉬운것도 말썽이라니!)
때깔 정말 안나오는 사진도 좀 광좀 내야하고, 여름옷도 정리해야하고,
벌레먹은 쌀도 어떻게 좀 해야하고, 이래저래 마음부터 너무 바쁘다.

어젯밤에 만든 특제 카레로 아침밥을 먹는데
이미 쌀벌레가 휩쓸고 지나간 쌀로 지은 밥은 정말이지 너무 맛이 없었다. 충격적이었다.
네이버에 물어봤더니 그런 쌀은 버리던가 떡을 만들어 먹으란다;;;
모르는 소리. 떡 맡기는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떡타령이야!
안그래도 엊그제 송편 못 먹어서 서러운 판에 너무 쉽게 "떡 해드세요~" 라는 답변에 화가 버럭 났다.
아.. 참기름 바른 꿀떡이 하루종일 눈앞을 뱅뱅 돈다. 미치겠다.

메신저를 간만에 오래 했다. 등이 아프도록. 근데 별로 안친한 선배의 대화명이 살짝 거슬렸다.
'감이 익어가듯 우리의 사랑도 익어가겠지.' ;;; 그래. 익는 건 좋다 이거야.
근데 왜 1분에 한번씩 로그인을 하시냐고요! 감이 수백번을 익다 말다 익다 말다...
그만 좀 익히고 이제 좀 거두세요. 제발 ㅠ.ㅠ (차단을 해도 들락날락은 계속 보인다.)

간만에 밀린 일기를 쓰려고 벽 가까이로 쏙 들어가서 등을 기대었다. 그래도 아프다 ㅠ.ㅠ
몇일치나 쓰려나. 컴터 책상이 그립다. 등받이 달린 방석의자도.
그러나 요즘 김짱과 나는 짐 줄이기 작전에 들어갔다.
겨울이 오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돌아갈 준비를 해야하니까.
지금부터 슬슬 옷정리와 살림 정리를 해야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빨라서야 겨울도 금방이겠기에.

저녁에는 간만에 카오리의 전화를 받았다. 남자친구랑 오늘 통화하기로 했는데 안받는단다.
바로 녹음으로 넘어가는 것 같은데 어떻게 남기면 되냐고 물어왔다. 목소리에 근심이 가득했다.
대충 방법을 알려주고는 기다려보라고 다독였더니 애가 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남자가 자기를 피하는 것 같다고. 전화카드 좀 사라고 했더니 화를 냈다고.
구구절절 귀 기울여 들어도 그렇게 울만한 일은 아닌데 애는 통곡을 한다.
뭔가 불안하기 때문이겠지. 확실하게 처신하지 않는 그 남자애가 너무나 원망스럽다.
괜찮을거라고 거짓을 말하는 나 역시 싫다.

비오는 가을 밤,
일본 여자애는 한 없이 울고, 한국인 애인과 한국인 친구는 아무말도 못하고 있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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