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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여러모로 안 괜찮아요!

by 하와이안걸 2005. 5. 6.
5월 6일. 저녁 근무.

잠도 제대로 못자고, 감기약도 다 떨어져서 못먹고, 어제와 별다름없는 초췌한 몰골로 출근을 했다.
건너편의 오카베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걸어왔다.

"이짱. 어제일은 말이지, 그쪽 회사에서 재발급 해달라고 전화가 오면 다시 뽑아서 보내주면 끝이야.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응? 응.."
"이짱은 작은 걸로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는 타입이군. 절대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힘내라구."
"응. 고마워."

오카베는 내 팔을 타다다닥;; 몇번 치며 기합을 넣어주더니 자리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위짱이 다가왔다.

"어제 일 들었어. 오카베가 걱정 많이 하드라. 실수할 수도 있는거지 뭐. 자기들은 처음에 실수 안하나 뭐?"
"응. 고마워."

어떤 말을 들어도 이날 나는 확실히 심각했다.
남들에게는 별일 아닐지도 모르고, 잘 안보일 수도 있지만 어제의 나는 정말 최악이었다.
내가 가장 걱정하던 문제, 절대 보이고 싶지않던 어떤 부분이 한꺼번에 팡팡 튀어나와버린 듯한 하루.
후유증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오후가 되자 소문의 주범인 하타노가 돈바꾸러 가자며 나를 불러냈다.

"이상. 어젠 왜 울었어."
"...."
"힘내자고."
"...."
"혹시 다른 문제가 있는거야? 상담해줄까?"
"괜찮아요."
"응. 아, 근데 '괜찮아요'가 한국말로 뭐야?"

얼마전까지도 신나게 외우고 다니더니 벌써 까먹은 모양이다.;;;
하타노는 하루종일 '괜찮아요' '안괜찮아요'를 입에 달고 다녔다.

"이상. 괜찮아요?"
"안 괜찮아요."
"아 괜찮아요?"
"안! 괜찮아요!"
"아! 괜찮아요?"
"-_-+"

그나저나 이 감기는 언제 떨어지나.
정말 안괜찮아요. 안괜찮다니까!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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