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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푹푹 꺼지는 휴일

by 하와이안걸 2005. 5. 4.

5월 4일. 휴일.

새벽에 꿈을 꾸면서 마구 뒤척였다. 그러던 중 옆에서 자던 김짱을 퍽 하고 때리고 말았다.
서로 깜짝 놀라서 잠시 깼으나 모른척 하고 다시 잠들고 말았다. ;;;
일어나니 코가 꽉 막혀있다. 머리가 멍멍하다.
하지만 날씨는 너무 좋다. 빨래해야지, 하고 불끈 일어났다.

세탁기는 현관문 바로 앞 복도에 있다. 복도 너머로 초등학교가 있고 그 사이에는 철조망,
그리고 오래된 벚나무가 서너그루. 한창 예쁜 초록잎이 쑥쑥 자라고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는 달리기 하는 사람, 테니스 치는 사람 등등...
나만 휴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몸이 무겁다.
하루뿐인 휴일이건만 왠지 예감이 안 좋다.

김짱은 자신이 "손수 제작한" 플레인 요구르트를 아침으로 먹고 있었다.
밥 생각도 없고 만사가 귀찮은데.. 나도 한 그릇만;;; 이라고 목구녕까지 올라왔으나 꾹 참았다.
자면서 때린 것도 있고;;; 예전 회사 친구들이 보내준 짱구와 보리차로 아침을 대신했다.

오늘은 김짱도 쉬는 날. 뭐 맛있는거 해먹을까 싶었는데, 저녁에 미팅을 하기로 했단다.
기대는 안한다지만 그래도 신경은 몹시 쓰일테지. 상대가 어떻든간에 즐거운 하루였으면 한다.
오랜만에 이자까야에서 맛난 술도 마시겠군.

"언니는 오늘 뭐할거야?"

글쎄. 이런 날에는 좀 돌아다녀줘야 하는데 감기인지 화분증(花粉症)인지 모를 증상으로
몸이 바닥으로 꺼지는 느낌이다. 바깥 날씨는 저렇게 좋은데..
게다가 모두가 휴일이라 어딜가도 사람 많고 활기가 넘칠텐데... 갑자기 외로움을 느낀다.

몸무게를 재어봤는데 일주일 전보다 3키로가 빠져있었다.
요즘 골덴위크 기간이라 공항에 사람들이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박스를 뜯고 또 뜯어도 계속 진열대가 비어나간다.
공항이야 좋겠지만 직원들은 그야말로 중노동.
저녁만 조금 부실하게 먹어도 살이 빠지는구나 싶었다.
게다가 어제부터 감기기운으로 입맛도 없겠다, 이러한 흔치않은 기회;;를 잘 살려
이번 주 안으로 안정권으로 진입해야지. 쿨럭. ㅡ,.ㅡ

낮잠을 자고 일어나자 김짱은 나가고 없었다. 뭐 입고 나가나 봤어야하는데..
저녁에는 모처럼;; 전화기가 울렸다. 토모미짱이었다.
한국인 친구가 워킹을 준비하는데 내 메일 주소를 알려줘도 되겠냐는 전화였다.
물론이지. 그러면서 내 경우를 물어보기도 했다. 음. 나 때는 어땠드라... 운이지 뭐. ㅡ,ㅡ
공항 아르바이트? 그것도 운인것 같아;;; 집은 아무래도 인터넷으로 찾아보는게..
일년 동안 어떻게 지낼건지 계획을 잘 짜야지..
사실 일본어 실력이 가장 중요하긴 한데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계획서도 중요해.
아, 학생비자의 경우는...

토모미는 6월에 호주로 워킹을 떠난다. 그 친구가 이번 5월에 지원해서
6월에 비자를 따고 바로 온다고 해도 토모미는 없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상세하게 알려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친절한 토모미. 얘까지 가버리면 난 어쩌나. 다시 마음이 푹 꺼진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홈페이지를 다시 살린 것도 지금 전화로 말한 것들을 글로 남기기 위함이었다.
아, 벌써 5개월째인데 (헉!!!) 남는 건 일기뿐이구나. 다시 힘을 내야지!
초심으로 잠시 돌아온 듯 했으나 (그래서 겨우 컴퓨터도 켰으나;;) 오늘은 아무래도 버겁다.

긴장하더라도, 힘들더라도,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내일이 기다려진다.
아, 정말 지대로 외로운가보다. 나... ㅠ_ㅠ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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