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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체력의 한계가 슬슬..

by 하와이안걸 2005. 4. 10.
4월 10일. 새벽 근무.


이틀연속 새벽이다. 전날 저녁근무에 다음날 새벽 출근도 물론 힘들지만, 그 다음날까지 새벽 출근일 경우
그 날은 정말 눈물나게 힘들다. 수면시간이 조금씩 늘어날수록 생기는 현상인 것 같다.
아, 인체는 신비롭기도 하지. 문득 단학 다니던 생각이 났다. 같이 다녔던 이모씨는 사범이 되어 일본으로 갔다던데
타향에서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 다시 내면과 대화;할 시간이 온 것인가.

뚱땡이 다카하시는 오늘 신이 났다. 퇴근 후 그 좋아라하는 한국음식을 먹으러 서울로 가기 때문이다.
점심 시간에도 쪼르르 달려와서 가이드북을 펼쳤다.

"이상이 가보고 좋았던 곳 있으면 동그라미, 별로인 곳은 가위표를 쳐주세요."

얘는 한국에 관한거 물어볼 때만 존대말이다. 찜닭, 불닭, 냉면, 해물파전, 쟁반빙수, 닭한마리...
생생한 화보를 보며 동그라미를 치다보니 내가 쓰러질 지경이었다.
넌 오늘 밤 이 중 하날 사먹을거란 말이지 ㅠ.ㅠ

"이상. 나 부탁 하나 더 있는데..."
"뭔데요?"
"나 한국에 메일 친구가 있거든요. 가서 하루 안내받고 싶은데 전화로 대신 말해줄래요?"
"네. 지금 걸어봐요."
"아... 그게... 퇴근 후 걸었으면 하는데... 이상이 나 15분만 기다려주면 안될까..."
"그러져 뭐."
"고마워요 이상 ㅠ.ㅠ"

퇴근 시간 1시간 전. 일요일의 공항은 터질듯이 바빴다. 잠은 쏟아지고... 그러나 곧 빠져나갈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다카하시는 마음이 급한지 지가 할일을 여기저기 시키고 난리가 났다.
오카베가 화난 표정으로 내 쪽으로 오더니 고개를 벽으로 홱 돌리며 말했다.

"저 돼지는 갑자기 나한테 일을 시키고 난리야!"

오카베도 잘 찌는 체질일텐데 그렇게 심한 말을... 하고 생각했다가 깜짝 놀랐다.
모르는 새 오카베가 점점 날씬해지고 있었다.

"오카베짱. 지금 살빠지고 있는거지?"
"훗훗훗~ 알아버렸군."
"어떻게 된거야? 운동해? 아니면 식사조절?"
"운동은 뭘.. 서 있을 때 발뒷꿈치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틈틈히 팔뚝살 빠지는 체조도 해주는거지 뭐.
밥도 덜 먹긴 하지만."
"와. 멋지다. 나도 다이어트 해야하는데..."
"곧 여름이라구 이짱. 힘내라구."

퇴근 후 옷 갈아입고 휴게실에서 다카하시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휴식시간이라 휴게실에 들어온 토모미를 우연히 만났다.
토모미랑 떠드느라 20분을 보냈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다.
아 빨랑 집에 가서 잤으면 좋겠구만 왜이렇게 안오는거야;;
거의 한시간이 되어갈 무렵, 커다란 여행가방을 질질 끌고 다카하시가 뛰어들어왔다.

"미안해요. 이상. 정말 미안해."

전화를 거는 다카하시가 자꾸 내 표정을 살폈다. 왜 그러나 했더니 둘은 영어로 소통을 하는 사이였다.

"음.. 할로우? 밍? ;;; 아임 하루에. 음.. 아임 고잉 투 소울.. 노노.. 아임 인 에어포트 나우..
음.. 아이 워너.. 음.. 아이 워너 토크 투.. 음.. 밍.. 저스트 어 모멘트..."

전화를 건네받은 나는 이 애가 둘째날 고기를 먹은 후 유람선을 타고 싶어하는데 같이 다녀줄 수 있냐고 전했다.
건너편 한국인 밍;은 알았다고 호텔로 4시에 픽업하러 간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음.. 밍? 씨유 레이터. 오케이. 바이바이. 아, 이상 정말 고마워요. 나 지금 나리타로 가야해요. 잘 다녀올게. 안녕."

그렇게 다카하시는 가고 한시간이나 늦어진 퇴근에 완전 피로해진 나는 전철에서 옆사람의 어깨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면서 겨우겨우 집에 왔다. 그나저나 다카하시는 좋겠다.
나도 그렇게 여행지 일본을 좋아라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아, 안되겠다. 이렇게 지쳐가다가는 큰일이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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